[영화리뷰] ‘서치’ 이유 있는 역주행…흥미로운 SNS 스릴러

125억 ‘물괴’ 누르고 예매율 1위 달성…이유는?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9/24 [00:37]

[영화리뷰] ‘서치’ 이유 있는 역주행…흥미로운 SNS 스릴러

125억 ‘물괴’ 누르고 예매율 1위 달성…이유는?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09/24 [00:37]

이번 극장가에서 최대 이변은 아마 <서치>일 것이다. 비교적 작은 규모로 만들어지고 홍보된 영화 <서치>는 지난 8월29일 <너의 결혼식>,<상류사회>와 같은 작품들에 밀려 3위로 스크린에 올랐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역주행 궤도를 탔고, 개봉 6일 만에 1위에 오르는 이변을 보여줬다. 이어 지난 9월12일 개봉한 <물괴>가 잠시 예매율 1위에 올랐지만 <물괴>는 쏟아지는 혹평으로 내려앉은 가운데, <서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뒷심을 발휘해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과연 추석 극장가를 노리고 나온 <물괴>를 넘어뜨린 <서치>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 영화 <서치>의 포스터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컴퓨터 화면만으로 구성…영리한 선택이 만든 완성도

특이한 소재뿐 아니라 ‘스릴러다운 스릴’보여준 수사물

 

<서치>의 역주행에는 이유가 있었다. <서치>는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컴퓨터 화면만으로 이뤄진 영화’, ‘뻔한 반전과 결말의 스릴러 영화’정도에 머물 것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본다면 영화가 스릴러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모두 갖춘 채, 새로운 방식으로 얘기하고 있는 흥미진진한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서치>는 부재중 전화 3통만을 남기고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한 한 아버지의 분투를 그렸다. 사실 이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는 <테이큰>과 같이 액션 스릴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치는 이러한 익숙한 이야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컴퓨터 화면=스크린

특이하게도 <서치>는 컴퓨터 화면만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물론 예전에도 <언프렌디드>와 같은 영화들이 SNS나 화상통화 등등 컴퓨터 화면을 스크린에 구현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언프렌디드>와 같은 영화는 흥행에 실패를 했기 때문에 감독의 입장에선 다소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감독은 “이미 다른 작품에서 충분히 표현된 부분이 있었지만, 내가 표현하려는 감정적 표현과 달랐다”며 “<서치>에선 감정적 부분과 스릴러를 잘 접목하려 했고 화면 구성에 국한하지 않고 영화적 차원에서 더 발전시키려 했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로 <서치>는 컴퓨터 화면과 SNS만으로 이루어진 구성 방식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감정이 잘 표현된 영화다. 미세한 마우스의 움직임, 채팅창에 보내려고 썼다가 고민하고 다시 지우는 글 등. 미묘한 것들이 영화지만 마치 실시간으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기도 한다.

 

영화의 주인공 데이빗이 전적으로 SNS에 의존해 딸의 행방을 추적한다는 점은 영리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존의 영화들에서도 SNS가 수사의 수단으로 사용된 적은 많았다. 하지만 앞선 영화들에선 대부분 SNS를 통해 얻은 인적정보를 바탕으로 해당인물과 직접 만나는 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영화에선 인물 간의 만남과 충돌이 영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서치>에서 데이빗은 전화를 할지언정 SNS를 통해 찾은 인물들과 직접 만나지 않는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인물간의 만남과 충돌 대신 딸의 실종을 두고 SNS 속의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통해 SNS라는 하나의 인간군상을 묘사하려 한다.

 

또한 SNS 자체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이니 만큼 영화 속에서 데이빗이 자신의 딸 ‘마고’의 SNS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몰랐던 딸의 속마음과 ‘실체’를 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상당히 영리하게 도구를 선택했고 이 도구를 잘 사용한다. 영화는 이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또 하나의 장치를 해놓았는데, 바로 영화의 ‘오프닝’이다. 감독은 데이빗이 컴퓨터 사용에 능숙하고 아내와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영화는 오프닝을 컴퓨터의 ‘스케쥴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한다. 스케쥴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이 서로의 일정을 함께하고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서 가족이 사랑하고 있음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이 영화 속 인물들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될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동화는 데이빗이 딸을 추적하는 감정적 원동력이 되게 하고 관객이 몰두할 수 있게 한다.

 

오프닝의 배경으로 쓰이는 서정적인 음악도 한 몫을 한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업>의 오프닝이 떠오를 정도로 음악과 함께 시간의 흐름을 밀도 있고 자연스럽게 묘사한다. 단순히 컴퓨터 스케쥴 프로그램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을 충분히 독특하고 재밌다. 이런 점이 감독이 말한 ‘컴퓨터 화면을 통한 감정표현’을 잘 보여준다.

 

▲ 영화 <서치>는 컴퓨터 화면만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스릴러다운 스릴러

수사물은 보통 탐정과 같은 인물들의 예리한 관찰력과 추리력이 극을 이끌어 간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관객과 수사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보지 못했던 점을 탐정과 같은 인물들이 짚어내면서 마지막에 ‘밝히는’ 식으로 진행된다. 다소 일방적이지만 오히려 탐정의 의중을 관객이 모른다는 점이 수사물의 재미를 돋우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치>는 데이빗이 딸의 실종을 추적하는 과정을 전부 관객과 공유한다. 덕분에 관객도 자신이 직접 추리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서도 SNS와 컴퓨터 화면은 큰 역할을 한다. 데이빗이 사용하는 이러한 수단들은 관객과 데이빗을 일치시키기 때문이다.

 

컴퓨터 화면은 데이빗의 1인칭 시전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관객이 영화 스크린을 통해 보는 화면은 데이빗이 보고있는 것과 같다. 즉, 관객을 데이빗의 몸에 들어가서 그의 행동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또한 SNS란 소재가 요즘엔 워낙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소재인 만큼. 관객들 각자가 SNS를 했던 경험은 데이빗의 수사과정과 일치가 되면서 관객이 데이빗과 동화되는 것에 일종의 윤활유가 된다. 이렇게 관객이 영화 속 인물에게 감정적으로 몰입되면 수사과정을 흥미롭게 만드려는 감독의 의도는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간 것이다. 그 와중에 영화의 짜임새 있고 흐름이 좋은 이야기 구성은 관객이 영화에 몸을 맡기기에 충분하다.

 

▲ <서치>는 데이빗이 딸의 실종을 추적하는 과정을 전부 관객과 공유한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흥미로운 흥행 이유

역대 외화 스릴러 1위, 영화 <서치>가 국내에서 이뤄낸 기록이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나온 것도 아니고 대규모의 자본이 들어간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관객의 입소문과 확실한 완성도가 이를 뒷받침한 것이다.

 

문화적 동질성도 국내에서의 흥행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데이빗을 맡은 배우 존조는 한국계 배우인데, 할리우드에서 나름의 입지를 꾸준히 쌓아오고 있는 배우다. <서치>의 감독인 아니쉬 차간티는 그의 연기를 좋아해 그를 캐스팅하길 원했고, 존조 때문에 <서치>의 데이빗 가족은 모두 한국계 미국인들로 구성하기도 했다. 덕분에 국내 관객들에게는 깨알같은 재미를 안겨주기도 했다.

 

한편 감독의 이력도 이 같은 소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1991년생의 인도계 미국인 아니쉬 차간티는 유튜브에 공개한 2분짜리 구글 글라스 스팟 영상이 24시간만에 100만 뷰를 기록해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 스카우트됐다. 이후 2년간 구글의 광고를 제작했으며 전 세계 5명의 젊은 창작가에게만 수여하는 ‘스토리텔링의 미래 펠로우쉽’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서치>는 그가 구글을 퇴사한 후 첫 장편 데뷔작인 것이다. 그가 구글에서 일했던 이력은 그가 <서치>에서 인터넷과 SNS 문화를 실감나게 그려내는 것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penfree@hanmail.net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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