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문에 비친 남과 여 ‘사랑과 전쟁’

결혼 당일 잠적한 신랑, 손해배상 책임은 과연?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8/10/10 [10:57]

법원 판결문에 비친 남과 여 ‘사랑과 전쟁’

결혼 당일 잠적한 신랑, 손해배상 책임은 과연?

송경 기자 | 입력 : 2018/10/10 [10:57]

데이트 폭력 발생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은 2014년 6675건에서 2015년 7692건, 2016년 8367건, 2017년 1만303건으로 증가했다는 것. 3년 만에 54% 늘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지난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데이트 폭력, 몰카 범죄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며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등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범죄 유형에 대한 수사당국의 적극적이고 촘촘한 대응을 당부했다. 특히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사법당국은 피해자를 촬영한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는 등의 악질 데이트 폭력범에 대해선 가중해서 처벌할 수 있는 ‘삼진 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인이나 부부 간의 사랑에 금이 가거나 첨예한 갈등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부지기수다. 법원 판결문에 비친 남녀 간의 사랑과 전쟁 이면을 들춰본다.

 


 

예비신부가 소송 제기하자…법원 “남성에게 손해배상 책임 없다”
대법원 “性的 비하·조롱 상대방에 수치심 주는 심리도 ‘성적 욕망’”


어린 아들 보는 앞에서 헤어진 내연녀 잔혹 살해한 30대 징역 20년
집행유예 중 여친 때리고 ‘불안감 카톡’ 100여 차례 보낸 20대 실형

 

1. 결혼 당일 잠적한 신랑


결혼식 당일 옛 애인과 도주하거나 ‘잠적’을 하는 스토리는 드라마의 단골 주제로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이였던 사람이 백년가약을 맺기로 한 날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혼식 당일 잠적한 예비신랑은 예비신부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안 해도 될까?

 

▲ 사랑하는 사이였던 사람이 백년가약을 맺기로 한 날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사진출처=Pixabay>    


예비신부 측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결혼식 당일 식장에 나타나지 않아 결혼을 무효로 만든 남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양측이 결혼을 약속한 건 맞지만, 결혼할 생각이 없던 남성이 처음부터 여성을 속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5부는 예비신부 A씨와 그녀의 부모가 예비신랑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예비신부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월25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2015년 9월 교제를 시작했으며 2개월 후 결혼을 약속하고 A씨의 부모를 만나 혼인 승낙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B씨는 A씨 측으로부터 양가 부모님 상견례를 요청받았지만 여러 이유를 들며 미뤘다.


결혼식은 2016년 10월에 올리기로 했지만 B씨의 계속된 회피로 상견례는 결혼 전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결혼식 당일 신부는 예식장에서 기다렸지만 B씨는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결혼은 취소됐다.


예비신부 측은 B씨가 각종 거짓말로 상견례를 계속 회피했고, 결혼식 당일에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가고 있다”는 말만 남긴 채 소송을 제기하는 시점까지도 연락이 두절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B씨가 상견례를 회피하고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은 점에 대해 ‘혼인할 의사가 없는데도 혼인할 것처럼 기망한 것’이라며 지출한 결혼 준비 비용과 위자료를 합쳐 총 2억1000여 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B씨가 A씨와 결혼하기로 한 사실, 결혼식 당일 나타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그것만으로는 A씨와 결혼할 의사가 없는데도 기망했다고 인정하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남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도 결혼 준비 과정에서 350여만 원을 지출했고, B씨가 직접 취득한 이익은 신사복·시계 등 330여만 원”이라며 “B씨가 처음부터 A씨를 해할 목적으로 결혼하기로 하고 의도적으로 파기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 사이에 약혼이 성립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서로 결혼 약속을 주변에 알리고 결혼식장을 예약했으며 청첩장을 만드는 등 통상적으로 결혼을 약속한 사람들이 하는 행위를 했다”며 “두 사람 사이에 혼인을 하려는 합의는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약혼의 해제·부당파기는 (민사법원이 아닌) 가정법원에서 최종적인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B씨가 처음부터 혼인할 의사가 없이 A씨 등을 기망했고 약혼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A씨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2. 헤어진 여친에 性조롱 문자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십 차례 보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고자 하는 심리도 ‘성적 욕망’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직접적인 성관계를 원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 역시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인정되므로 사법적인 제재 대상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 연인이나 부부 간의 사랑에 금이 가거나 첨예한 갈등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부지기수다.   <사진출처=Pixabay>    


이씨는 지난해 연인관계였던 40대 여성 C씨에게 1500만 원을 빌려준 후 돈을 갚지 않자 25차례에 걸쳐 욕설과 협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협박)로 기소됐다. 그는 C씨에게 여성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저급한 표현으로 비하하고 조롱하는 음란문자를 22차례 보낸 혐의도 받았다.


대법원 형사2부는 협박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55)씨에게 협박 혐의만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검찰조사 과정에서 “C씨가 전 남자친구의 성기 크기를 나의 것과 비교하는 발언을 해서 화가 난 나머지 연인관계를 정리하면서 신체 비하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성적 욕망을 목적으로 한 음란행위가 아니었다는 취지다.


성폭력처벌법은 자기나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일으킨 사람을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며 “여기서의 ‘성적 욕망’이란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되고, 이러한 ‘성적 욕망’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과 결합돼 있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가 피해자와의 성적인 관계를 욕망하지는 않았더라도,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자신이 받은 것과 같은 상처를 주고 동시에 자신의 손상된 성적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피해자의 신체부위를 비하하고 조롱했다면 이런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 역시 성적 욕망에 포함되므로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게 ‘빌려간 돈을 갚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25차례 보내고, 특정 신체부위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22회에 걸쳐 반복 발송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 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씨가 피해자에게 수치심과 불쾌감, 심적 고통 등 부정적인 심리를 일으키고자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3. 자녀 보는 앞에서 내연녀 살해


내연관계에 있다 헤어진 여인을 나이 어린 자녀가 보는 앞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30대에게 법원이 징역 20년이라는 중형을 때렸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부(최우진 부장판사)가 지난 10월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차모(38)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것이다.


차씨는 지난 4월13일 오전 8시 54분께 결별한 내연녀가 살고 있는 경북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아들(5)과 함께 승용차에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내연녀 D(36)씨의 등과 복부, 흉부 등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21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차씨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D씨를 알게 돼 2년 정도 내연관계를 유지하다 지난해 2월 헤어졌지만, 계속해서 D씨에게 찾아가고 연락했다. 10개월 뒤 D씨로부터 “2년 동안 사랑한다고 한 것은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D씨의 아파트에 침입하거나 D씨 남편과 지인에게 SNS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그러다 D씨로부터 고소를 당해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D씨 남편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자 앙심을 품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차씨는 앙심을 품고 D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2018년 4월13일 오전 8시8분경 D씨의 주거지 아파트 지하주차장 D씨의 승용차 옆에 주차를 한 후 그녀가 나오기만 기다렸다.


차씨는 D씨가 자신의 아들(5)과 함께 승용차에 탑승해 운전석 문을 닫으려 하는 것을 보고, D씨에게 “잠깐 이야기 좀 하자”고 말하며 피해자를 피고인의 승용차에 태우려고 했다.


차씨는 “하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D씨 아들의 외침과 “살려 달라”는 D씨의 애원을 무시한 채 그녀를 무참하게 살해했다. 범행 후에도 피해자의 시신을 승용차 뒷좌석에 싣고 인근 공원으로 이동하기도 했는데,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가 차량 안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차씨에게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수법, 결과와 범행 후의 정황 등을 두루 살펴보면 피고인의 범행은 더욱 용서가 어려워진다”며 “뒤늦게나마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하는 데다 부족하나마 유가족과 합의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기울인 점을 참작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4. 여친 때리고 100회 욕설 카톡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교제하던 여성을 수차례 폭행해 상해를 가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카톡 메시지를 100여 차례 보낸 2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피고인 E(23)씨는 피해자(21·여)와 약 5개월 정도 교제하는 사이였 다. E씨는 지난 2~3월 2차례에 걸쳐 피해자가 이성친구와 연락을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헤어지자고 한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하던 중 화가 나서 폭행하고 지난 5월13일에도 모텔 객실 내에서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소액결제를 하는 것에 대해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때려 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뇌진탕 등의 상해를 가했다.


또한 E씨는 지난 5월14일 카카오톡 메시지로 115회에 걸쳐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욕설 문자가 포함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전송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재판부는 폭행, 상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E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해죄 등으로 집행유예기간임에도 다시 동종을 포함한 범죄를 저지르고 도 피해자로부터 사과나 용서를 받지 못한 점은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범행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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