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마구'...해도 너무하는 사립유치원 비리 이 지경!

비리 걸리면 문 닫고 끝? ‘교육적폐는 도돌이표’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0/24 [09:21]

나랏돈 '마구'...해도 너무하는 사립유치원 비리 이 지경!

비리 걸리면 문 닫고 끝? ‘교육적폐는 도돌이표’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0/24 [09:21]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공개되고 전 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아이들의 유치원비를 사립유치원 오너들이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사실 자체로도 화나는 일이지만, 일부 사립 유치원의 행태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폭로한 정치권을 ‘좌파 세력’으로 매도하고, 불리한 보도에 소송을 걸며, 심지어는 ‘폐업’을 운운하며 오히려 아이 맡길 곳이 모자란 학부모들을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은 교육이 아닌 가업?…각종 가족비리로 얼룩져
정부 매도에 각종 소송전…학부모에게는 ‘폐원’ 협박?


비리 저지른 원장들 교육계로 재진입하는 것 막아야
비리 근절책 마련 착수…전수조사 등 강력히 대응 천명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사례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은 시·도 교육청별로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 지역별로 잠시 논란이 일었다가 이내 잠잠해지곤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를 계기로 유치원 비리가 전국 단위로 총망라되면서, ‘이 정도로 썩어 있었던가’하는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기막힌 비리 수법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 사립유치원 비리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사립유치원과의 '끝장승부'를 선언한 상황이다.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비리의 복마전


경기도 A유치원 원장은 원생 체험 활동을 위해 설립자 자녀가 운영하는 숲 체험장 부지와 농장 등을 3년간 임차한다는 명목으로 2016년 2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월 950만 원가량씩 총 1억3800여만 원을 납부했다.
다른 유치원이 비슷한 체험장 임차료로 적게는 월 34만 원, 많게는 월 410만 원 정도를 지출하는 것과 비교하면 A유치원 임차료는 과다하게 책정됐다.
이 유치원은 또 개인 시설인 해당 체험장에 화장실과 수업용 비닐하우스 등을 설치한다며 유치원 회계에서 7500여만 원을 가져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한 유치원 설립자도 2014∼2016년 배우자 소유 토지에 체험 학습장을 지으면서 공사비 2억3000만 원을 유치원 예산으로 지급했다. 설립자 명의로 된 외제차 2대를 리스하는 데 9700여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충북 청주 B유치원 원장은 2016∼2017년 딸에게 방과 후 보조교사 등 인건비 명목으로 7차례 360만 원을 지급했는데,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근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도 없었다.
원장은 2015년부터 고가의 의류, 화장품, 홍삼 제품, 골프용품 등을 개인적으로 구매한 뒤 유치원 회계로 980만 원을 집행하고 선물 구매비 등에 쓴 것처럼 지출서류를 꾸몄다.
이 밖에 본인과 배우자 자가용 주정차 위반 과태료, 자동차세, 주유비 등 181만 원을 유치원 회계로 처리했다. 휴대전화 요금이나 소액결제 등 389만 원을 결제한 뒤, 해당 금액을 유치원 공금에서 본인 계좌로 이체하기도 했다.


특히 원장은 같은 건물에 있는 어린이집 원장을 유치원 돌봄 교사로 채용해 일하게 했다. 영유아법 시행 규칙상 어린이집 원장은 다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업무를 겸임할 수 없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충북도교육청은 회계질서 문란 등 혐의를 적용해 유치원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울산 C유치원은 설립자에게 예절지도사와 사무업무 수행 명목으로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1억360만 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 또 설립자 명의로 된 유치원 건물과 토지에 부과된 재산세와 토지세 등 170여만 원을 유치원 돈으로 납부했다.


비교적 액수가 많거나 굵직한 비리를 소개했을 뿐, 유사한 사례는 전국에 무수히 많다. 강원도 강릉 한 유치원 원장은 자신 명의로 교육업체를 설립한 뒤 지난해 계약 체결 없이 교육비 1500여만 원을 받았으며, 업체 폐업 후에도 2천만 원이 넘는 돈을 지속해서 받았다.


대구 한 유치원은 2013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예산 8100만 원을 콘도 회원권과 자가용 구매, 주유비, 개인 식자재 구매 등에 사용했다.


경북 구미시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유치원은 업무 외 통신료, 자동차세와 과태료, 퇴직적립금 등 3700여만 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부당 지출했다가 적발됐다.


부산 기장군 한 유치원 설립자는 유치원을 다른 사람에게 불법 임대하고, 학부모에게서 받은 특성화 교육비와 교재비 등 1245만 원을 채무 변제 등으로 사용했다가 적발돼 경찰에 고발됐다.


세종 한 유치원 원장은 자신의 대학교 등록금 908만 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납부했고, 업무추진비를 지역 주민 경조사비로 지급했다.

 

▲ 정부 지원금으로 가방부터 성인용품 구입 등 사적으로 썼다가 적발되어 학부모들에게 사과하는 경기도 동탄 환희유치원 설립자.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적반하장 원장님들


이처럼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최근 회계부정 사태가 쏟아지는 가운데 뒤로는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적반하장식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폭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충남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A4 2장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이번 사태가 “좌파 국회의원 그리고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가 공모해 국감 기간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모는 노이즈마케팅”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또 “우리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이라는 건 착각”이라며 “감사에서 나온 지적사항은 문제없이 해결된 사안”이라고 적혔다.


하지만 이 유치원은 지난 2016년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경고 처분과 함께 260만 원을 회수하라는 조처를 받은 곳이라고 박 의원 측은 설명했다.


감사 결과 4대 보험 가입 대상자를 가입시키지 않은 점, 계약직원을 채용할 때 성범죄와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을 조회하지 않은 점 등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었다.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경우 지난 10월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관해 공식 사과했지만, 여전히 정부 탓을 하는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한유총은 “국민 여러분과 학부모님들께 송구스럽다”면서도 “지난 10여 년 동안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개정을 교육부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비리라는 오명을 듣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새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에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앞으로의 개혁 과정에 크고 작은 반발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사립유치원들은 얼마지나지 않아 반격에 나섰다.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언론사를 상대로 줄 소송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에 맞서 비리 유치원 실명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끝장을 보겠다’라고 선언했다.


한유총 관계자는 지난 10월17일 “감사 결과를 공개한 MBC를 상대로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며 “법무법인 광장과 계약을 체결하고 법리 검토를 모두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행정 전문가도 아닌데 (유치원) 행정 미비로 주의조치 받은 사안까지 전부 비리로 매도되고 있다. 원장님들이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유총은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정정·반론보도 언론중재 제소도 추가 제기할 예정이다. 다만 “단체행동은 일단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5세(신입생)를 받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오히려 ‘폐원’ 협박?


실제로 교육청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일부 유치원들이 잇따라 폐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던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지켜달라’며 읍소하는 처지로 바뀐 곳도 있다. 현행법은 유치원 문을 닫은 원장이 다른 곳에서 유치원을 다시 열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지역의 유치원 2곳이 학부모들에게 “신규 원아모집을 하지 않고, 유치원 문을 닫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사립유치원이 ‘갑작스러운 폐원’을 통보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유치원이 폐원 사유서를 작성해 교육지원청에 폐쇄인가를 신청하면 교육청은 서류를 검토해 인가를 내줘야 한다. 물론 재원 중인 아이들과 교사의 재배치 계획서가 제출돼야 한다.


해당 유치원의 한 학부모는 “사과 뒤 투명경영 다짐을 기대했지만 적반하장”이라며 “아이가 정들어버린 유치원을 갑자기 옮겨야 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지역 유치원들이 포화상태인데, 내년에 신입생 모집을 안 한다니 당혹스럽다”며 “다른 유치원 경쟁률이 더 높아지겠다”고 우려했다.


한유총은 지난 10월16일 최정혜 이사장을 내리고 이덕선 한국유아정책포럼 회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한유총이 정부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집단휴업을 추진했을 당시 강경파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이 위원장은 “법적 대응은 맨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단 소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비대위가 강경 일변도로 갈지 속도조절을 할지 내부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소송으로 무마해 보려는 한유총의 태도는 누가 봐도 비겁하다. 소송 위협에 굴하지 않고 유치원 비리 해결의 끝을 보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전날 한유총의 기자회견에는 “사과를 한 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과 교육청의 유착 가능성을 제기하고 파악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위원장을 종합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교육계에선 시간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의원은 유치원 회계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립유치원의 영향력과 부딪힐 것으로 내다본다. 여론이 받쳐주지 않아 내년 중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20년 총선과 맞물려 유야무야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는 유치원을 학교로,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사유 재산으로 본다. (박 의원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과도 싸워야 할 처지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폐원 협박과 함께, 매년 수억원의 지원금을 받지만 폐원 때 회계 감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교재·교구비를 지원받았다면 해당 물품을 교육청에 반납하는 것으로 끝이다. 비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유치원 원장들이 ‘폐원 카드’를 내미는 이유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치원에 지원되는 돈이 보조금이 아니라 지원금이라는 이유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지원금이라면 학부모 계좌로 주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누리과정 지원비로 매달 1인당 29만 원씩 사립유치원 통장에 입금해 주고 있다. 이런 국고지원금의 규모는 사립유치원 예산의 45%를 차지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회계를 들여다보려면 감사에 착수해야 하는데 감사에 착수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부 사립유치원들의 행태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사실상 폭발 직전이다. 학부모 단체 관계자는 “유치원을 넘어서, 어린이집 등 유아교육-보육기관에 대한 감사 내용을 학부모가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청구를 해둔 상태”라며 “엄마들만 모르던 시대는 이제 갔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며 문의를 해오는 학부모 모임도 늘어난 상황인데, 일부 사립유치원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은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 원장들이 교육계로 재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절책 마련 착수


이에 교육 당국은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는 방안 등을 확정한 뒤, 조만간 회계·인사규정 정비 등을 포괄하는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에 대한 1차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시·도 교육감이 교육청 차원에서 비리 근절대책을 마련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일련의 후속 대응도 국민적 공분을 가라앉히고, 건전한 업계 질서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최근 3년간 대전에서 유치원 82곳이 회계업무 비리나 교무·학사운영 소홀 등으로 적발됐는데도, 1곳을 제외한 81곳은 징계가 아닌 행정처분만 받았다”면서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에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해 유치원들이 대놓고 비리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립유치원 회계부정을 감시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회계 흐름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조속히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광주여성회는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할 교비를 유치원 원장들이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실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교육 당국은 무엇을 했느냐”고 비판했다.
여성회는 “일부 유치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청의 5년 치 '찔끔 감사'에서도 믿을 수 없는 비리행태가 드러났다”면서 “지역 전체 유치원을 조사하고, 비리로 적발된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교육청은 현재 172곳인 지역 사립유치원을 2020년까지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전문가와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 비리 엄단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회복지학 전문가는 “유치원이 교육기관이지만 지금껏 유치원 설립조건은 ‘재력’뿐이라고 할 만큼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며 “관련 제도를 강화해 더는 교비를 쌈짓돈처럼 쓸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립 유치원 비리 의혹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는 커져가는 상항이다. 국민 10명 중 9명은 비리 사립유치원의 명단을 전면 공개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치원과 비리를 척결해달라’는 청원은 지난 10월11일부터 매일 20개씩올라오는 상황이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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