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억’ 최대 규모 마약밀수 조직 검거 히스토리

‘한국·대만·일본’ 3각 범죄…‘경찰·국정원·관세청’ 3각 공조로 잡았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0/24 [12:39]

‘3700억’ 최대 규모 마약밀수 조직 검거 히스토리

‘한국·대만·일본’ 3각 범죄…‘경찰·국정원·관세청’ 3각 공조로 잡았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0/24 [12:39]

대만 조폭, 일본 야쿠자, 한국 마약상 등 3개국이 연루된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한 조직이 한국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한국에 들여온 필로폰은 112㎏으로 그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과 관세 당국이 적발한 마약 중 최대 규모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필로폰 112㎏은 약 370만 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양으로, 시가로 따지면 370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국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 밀수 범죄가 적발되면서, 우리나라의 마약수요도 급격하게 증가세에 있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나사제조기 속 300만 명분 필로폰···역대 최대 거래 적발
대만 마약조직-日 야쿠자-韓 마약상 개입…조직원 구속


IT 발전과 함께 마약 유통망 증가…일반인도 쉽게 접근
강력한 치안·법으로 막고 있음에도 퍼져가는 마약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대만·일본·한국 등 3개국 일당이 연루된 마약밀수를 적발하면서 압수한 필로폰 90㎏은 한국 수사기관이 확보한 필로폰 중 사상 최대 규모다.

 

▲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가 압수한 필로폰 90kg. <사진제공=서울지방경찰청>    

 

역대 최대 규모 마약


이 조직이 한국에 밀반입한 필로폰 112㎏ 역시 수사기관이 적발한 필로폰 중 역대 가장 많은 양이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 수사당국이 한해 압수한 필로폰은 2015년 56㎏, 2016년 28㎏, 2017년 30㎏인 것을 생각하면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수사의 시발점은 국가정보원의 첩보다. 국정원은 지난 4월 대만의 마약밀매조직이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해 서울 모처에 분산 보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서울지방경찰청과 관세청에 전달했다.


그러던 중 국정원이 8월 한 대만인이 필로폰을 커피숍에 숨겨놨다는 정보를 경찰에 알렸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이번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A(25) 씨를 마약을 거래하는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때부터 경찰의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A씨가 속한 대만의 마약밀매조직 '죽련방'은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으로 활동하고, 현금만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경찰은 A 씨의 행적을 뒤쫓는 것에 주력했다.


경찰은 A 씨가 커피숍을 떠나 서울 서대문구의 한 원룸에 3∼4시간가량 머문 것을 확인한 뒤 건물주에게 계약자 명단을 넘겨받았고 여기서 대만 국적의 임차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A 씨와 관련한 정보가 있는지 국정원과 관세청에 문의하니 마침 관세 당국이 조사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관세청은 지난 8월 초 국정원에서 필로폰 75㎏이 대만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것 같다는 첩보를 넘겨받고 자체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관세청은 대만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거나, 대만인이 한국으로 보낸 수입화물을 모니터링한 결과 필로폰을 숨긴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례 5건을 발견했는데 그중 하나가 A씨가 태국 방콕항에서 부산항으로 부친 나사제조기였다.

 

▲ 대만 마약 조직들이 필로폰을 숨겨 밀반입했던 나사제조기. <사진제공=서울지방경찰청>    


필로폰이 숨겨진 나사제조기는 7월 6일 부산에 도착했고, A씨는 같은 달 16일 세관에 이를 신고했다. 애초 세관 당국이 항구에서 필로폰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필로폰이 용접을 거쳐 나사제조기 내부에 밀봉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사제조기의 틈새를 모두 막아 밖에서 필로폰을 눈치챌 수 없게 했다. “나사제조기도 두꺼운 철판으로 만들어져 있어 기계를 자르는 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계 틈 사이에 마약을 들여오는 건 처음 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항구에서 이뤄지는 마약 검사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화물의 2%만을 무작위로 하는 데다, 시간에 쫓겨 검사하다 보니 모든 마약류 밀반입을 적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필로폰은 무색무취하다 보니 마약 탐지견도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경찰은 커피숍 화장실 변기 안에 필로폰을 숨겨놓은 인물과 나사제조기를 한국으로 들여온 인물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8월 26일 대만으로 출국하려는 A씨를 인천공항에서 붙잡았다.

 

▲ 사건 전개도. <사진제공=서울지방경찰청>    


경찰은 “경찰이 외국 마약 조직원들의 범행을 확인하면 국정원과 관세청이 국내외 정보망과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있도록 조력했다”며 “경찰의 수사력과 국정원·관세청의 정보력이 결합한 입체적 공조”였다고 자평했다.


경찰은 현재 대만·일본·태국 경찰 및 미국 마약단속청(DEA)과의 공조를 통해 대만 마약총책 등 대만인 2명, 일본 마약총책 등 일본인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다.


대만 마약총책은 대만 폭력 조직의 죽련방의 중간급 간부이고 일본 마약총책은 일본 3대 야쿠자인 이나가와카이의 간부급 조직원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한국 마약총책 등 한국인 2명 또한 추적 중이다.

 

무너진 마약청정국


이처럼 국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 밀수 범죄가 적발되면서, 우리나라의 마약수요도 급격하게 증가세에 있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마약사범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처벌 받은 마약류 사범이 지난 2012년 9255명, 2013년 9764명, 2014년 9742명, 2015년 1만1916명, 2016년에 1만4214명(대검찰청, ‘2017 마약류 백서’)으로 급속히 늘어 마약 청정국 기준(국민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속되지 않은 마약 사범이 30만 명”이라고 추정한다.


범죄집단이나 특정계층에 머물렀던 마약이 평범한 회사원이나 주부, 10대 학생, 농민 등에까지 누구나 쉽게 접하게 됐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거래도 급증했다.


문제는 적극적인 대처에도 불구하고 마약사범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체 마약류 사범은 전년보다 19.3% 늘었다. 1999년 처음 1만명을 돌파한 뒤 잠시 주춤하던 마약류 사범 숫자는 2015년 다시 1만명 선을 넘으며 증가 추세다.


이를 볼 때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가가 아니다.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이면 청정국가로 인정하는 통상의 국제 기준을 따른다고 하지만, 2016년 통계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약 30명이다. 국제 기준이라는 것도 애매모호하다.


게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된 마약류 사범들만 수치로 드러났을 뿐, 생활권 내로 마약류가 파고든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류를 투약하지만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범죄가 20~30배에 이른다”고 했다.


문제는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마약류를 구매할 수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직접 접촉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위험성에 비해 가격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필로폰은 1회 투약분(0.03g)이 10만 원, 대마초 1회분(0.5g)에 1만 원, 엑스터시 1정에 3만~4만 원 선이다. ‘단골’이 되면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고,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특별취재팀이 만난 마약류 경험자는 “잘 아는 판매책에게 필로폰 1회분을 5000~1만 원에 살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중독성이 강한 약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다. 다이어트약과 학생들이 애용하는 에너지드링크 등 각성제음료가 대표적이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마약류뿐 아니라 중독성 강한 약물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들의 감수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마약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지만 마약을 한 번만 투약한 사람은 없다고 하듯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우라나라의 치안은 상당수의 선진국들보다 뛰어나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마약청정국에 가깝다는 평이다. 마약은 마약 흡입으로 인한 범죄 이외에도 ‘마약 유통 조직’과 연관된 범죄가 심각하기 때문에 치안과 마약은 상당히 연관이 많다.


또한 우리나라는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이 상당히 강력한 편이다. 한국에서 마약류의 관리기능은 1946년 군정법령 제119호 마약단속규정( 마약취체령 1946년 11월 11일)에 의거 보건후생부(현재 보건복지부) 약무국이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950년 6.25 전쟁 등으로 마약관리가 미미하기도 했으나, 1957년 4월 23일 ‘마약법’이 제정됨으로써 마약류 남용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한편 마약을 제외한 습관성이 있는 의약품 및 대마의 관리를 위하여 1970년 8월7일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당시 대마초 흡연이 성행하자 1976년 4월7일에 ‘습관성의약품관리법’에서 대마 규정을 삭제하고, 대마의 재배관리, 흡연금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대마관리법’이 새로이 제정되었다.


일반 사회계층에서의 약물남용 현상이 만연함과 동시에 남용약물의 종류가 다양해지자 1980년 4월1일에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을 폐지하고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을 신규 제정하게 되었으며 그 통제 대상 약물도 다양해졌다. 그리하여 아편제 마약과 합성마약, 코카인 등은 ‘마약법’으로, 대마는 삼배도 짜야하니 ‘대마관리법’으로, 그 외의 모든 향정신성 약물은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으로 규제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 그리고 그 원료물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2000년 1월12일에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그간 분리되어 있던 마약류 관련 법률들을 통합하게 되었다.


이 같은 개별 마약 법조항의 문제들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법이 ‘속인주의’인 탓에 마약이 합법화된 국가에서 한국인이 마약을 해도 처벌받는다. 실제로 마약이 합법화된 국가에 가서 마약을 했다고 자랑하다가 입국 후 수사를 받고 처벌받은 사례도 존재한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마약방지정책을 펼치지만 자국 내 통제가 확실한 것만 빼면 2014 UNODC 발표에서 전세계 마약 유통량의 4.3퍼센트와, 마약의 원료가 될 수 있어 국제적으로 금지된 23개 화학약품을 합법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로 조사됐다.


지난 세월동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었던 남용 약물들을 살펴보면, 70년대는 대마, 80년대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또는 히로뽕) 등이 사회문제를 일으켜 왔다. 90년대에 이후 부터는 주한 외국인이나 주한미군 병사들에 의해서 유통되어 왔고, 당시에는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LSD와 코카인이 우리 사회에 서서히 침투됐다. 결국 한국에서 남용되고 있는 약물의 종류도 외국처럼 다양화하고 있다.

 

마약 유통의 문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과거 범죄집단이나 특정계층에 머물렀던 마약이 최근 평범한 회사원이나 주부, 심지어 10대 청소년까지 누구나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마약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필로폰 등 주요 마약류 압수량도 늘었다. 2016년 압수된 양은 117.0㎏으로, 약 39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년도에 압수된 82.4㎏에 비해 41.8% 증가했다.


이는 인터넷과 SNS를 통한 거래가 급증, 마약 사범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광고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마약은 상당수가 해외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6년 마약 단속 적발 가운데 항공여행자, 국제우편, 특송화물 등 항공운송을 통한 적발이 90%를 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적발 마약 가운데 국제우편을 통한 적발이 24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항공여행자(63건) 해외 직구 등을 통한 특송화물(60건) 해상여행자(11건) 순이었다.


적발된 마약 중 필로폰으로 알려진 메스암페타민(1만9611g)이 가장 많았다. 코카인(1만1000g), 대마(8464g), 합성대마(348g) 등이 뒤를 이었다. 항공여행자·국제우편·특송화물 등 항공운송으로 마약을 들여오려다가 적발된 규모는 금액 기준 전체의 94%(830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232건(3만3757g), 2013년 254건(4만6438g), 2014년 308건(7만1691g), 2015년 325건(9만1597g)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16년 마약류 적발 건수는 모두 382건으로 총 중량은 5만36g, 금액으로는 88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을 마약 확산 방지를 위해 인터넷이나 SNS의 불법 정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외 밀반입 고리를 끊기 위한 외국기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penfree@hanmail.net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