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계홍의 노·변·정·담

"무기 철수한 판문점에 ‘웰컴 투 JSA’ 만들자"

이계홍(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11/07 [09:36]

칼럼니스트 이계홍의 노·변·정·담

"무기 철수한 판문점에 ‘웰컴 투 JSA’ 만들자"

이계홍(칼럼니스트) | 입력 : 2018/11/07 [09:36]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남북 초소와 병력·화기 철수 작업이 지난 10월25일 완료됐다.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으로 JSA 무장화 조치가 취해진 지 42년 만에 비무장 지대로 되돌아온 것이다.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 이행 조치로 초소와 병력·화기를 철수함으로써 JSA 비무장화 조치가 마무리됐다. JSA의 초소와 병력·화기 철수가 완료되고, 남북 민간인이 11월부터 자유왕래가 가능하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제2의 '웰컴 투 동막골' 시대를 꿈꿀 수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병력·화기 철수작업이 완료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떠올랐다. 노무현 정권 시절 본 영화가 아픈 추억으로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은 영화가 주는 아련한 감동 때문이다. 머리가 돌아 살짝 맛이 간 소녀(강혜정 분)의 순수성과 마을 사람들의 평화로운 삶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각인됐다.

 


 

병력·화기 없앤 JSA에 화해·상생의 또 다른 ‘동막골’ 설계를
“데이트 코스, 공연장·회의장 등 서울·평양의 축소판 만들자”


미국 강경파+일본 극우파와 스크럼…한국 보수 사사건건 발목 잡기
해결책은 범진보 대동단결 중심으로 한 정치 대개혁과 정계 대개편

 

1. 동막골과 JSA


2005년 개봉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무대였던 동막골은 물론 가상의 마을이다. 그러나 지상에 없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소망에 따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공동체다. 삶은 관성적 태도보다 상상력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남북 초소와 병력·화기 철수 작업이 지난 10월25일 완료돼 42년 만에 비무장 지대로 돌아온다.    


동막골 사람들의 순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삶은 비정하고 냉정한 분단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상상 속에서 꿈꿔왔던 그리운 유토피아였다. 공동경비구역 JSA(Joint Security Area)에 병력과 화기가 철수하고, 남북 주민과 관광객이 자유로이 내왕할 수 있다고 하니 결코 비현실적인 마을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둡고 답답하고 꽉 막힌 길도 선한 의지가 작동하면 뚫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는 순간이다.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때, 태백산맥 줄기의 한 산골마을에 미군 전투기 한 대가 추락하면서 시작된다. 추락한 전투기 안에는 연합군 미군 병사가 부상당한 채 꼼짝 못하고 있었다. 동막골에 살고 있던 살짝 맛이 갔으나 순진무구한 소녀가 그를 발견하고 마을로 안내하고, 또 낙오된 인민군 일행, 대오에서 이탈한 국군 일행도 마을로 이끈다.


이른바 국군, 인민군, 연합군이 동막골에 모이게 되고, 이들은 처음 서로 긴장된 대치상황을 보이지만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에 동화되어 우정을 나누게 된다. 결국 폭격으로 소녀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희생되고 마을이 초토화되는 비극을 맞이하지만 바탕에 관류하는 휴머니티는 우리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기에 충분했다.


영화에서, 남한과 북한의 군인이 서로 대치하지만 양측 모두 군복을 벗으면 결국 같은 사람, 같은 민족, 진작부터 친하지 못해 아쉬운 동료, 벗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에서 남북이 함께 어울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극장 문을 나서면, 엄혹한 대결의 현실과 맞부딪쳐 더 깊은 슬픔 속에 갇혔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도, 지난 이명박·박근혜 시대의 대결주의를 생각하면 절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쟁과 공포가 일상이 되었던 지난날, 증오와 저주를 심어주던 후유증은 절망뿐이었다. 영화 속에서나마 치유를 받았던 ‘아름다운 화해‘들이 곱으로 상처가 되어 가슴을 짓눌렀다.


마침내 정권이 바뀌고, JSA의 병력·화기 철수와 비무장 공동 운영이라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견고한 냉전의 빙벽이 녹아내리는 현장을 목격하는 감격은 크다. 따라서 JSA를 제2의 동막골로 설계할 만하다. 치유와 상생의 땅으로 만드는 것이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처럼 이념상의 갈등도, 전쟁의 아픔도 접는 우리들 마음속에 꿈꾸는 따뜻한 이상향, 누구나 그리워하는 화해와 상생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남·북·유엔사 3자는 JSA 남북지역에 각각 초소 교차 설치 작업을 하는데, JSA 북측지역 ‘판문점 다리’ 끝점에 우리 측 초소가 설치되고, 판문점 진입로의 우리 측 지역에는 북한 측 초소가 새로 설치된다. 이들 초소 설치가 완료되면 이르면 11월 중 남북 민간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JSA 남북지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고 한다.


본래 JSA에는 정전협정의 정신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표식물도 없었고 자유롭게 양측을 넘나들 수 있었다. 남북 경비 초소도 혼재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 군사분계선 표식물로 콘크리트 턱을 설치하고 남북 초소도 각각 분리됐다. 상호 대화도 금지됐고, 서로 감시하고자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서로를 노려보았고, 권총을 차고 근무를 했다.


이것이 42년 만에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기왕에 돌아온 JSA라면, 상호 불신과 분노의 마음을 녹이고, 대결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치유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JSA를 ‘동막골’처럼 남북 화해의 이상향으로 건설하라고 제안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비무장지대가 군사분계선을 기본 선으로 남측 2km, 북측 2km로 설정되었으니 남북 4km, 동서 4km를 공동경비구역으로 확장·조성한다. 그 안에 국내 및 해외 관광객은 물론 남북의 주민들이 들어와 서울이나 평양에서와 같이 시장을 세우고, 물물교환을 하고, 만남의 장소로 활용한다. 남북의 청춘 남녀가 만날 수 있는 데이트 코스도 만들고, 공연장·전시장·연주회장을 만든다. 국제회의를 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를 만든다. 서울과 평양의 축소판을 만드는 것이다.


순수한 마을이라고 해서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서울의 저자거리처럼 물건을 흥정하며 다투기도 하고, 술 먹고 행패를 부릴 수도 있다. 이런 것도 폭넓게 수용하면서 합의에 도달해가는 과정을 밟는다. 보수언론은 부정적인 것만 부추겨 갈등을 증폭시키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인간사에서 있을 수 있는 일상을 살아간다. 어느 세상이나 무결점의 사회는 없으니까.


이를 계기로 휴전선의 몇 군데, 즉 동해안·내륙지방·서해안 쪽에도 똑같은 공간을 만들어 평화를 일상화하는 실험을 한다. 굳이 통일이란 말을 내세우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관통하고 이념이 용해되는 계기로 삼는다. 한마디로 장을 보러 가는 것처럼 남북 주민이 만나 소통하면서 70 수년의 거리를 메우는 것이다. 생태환경은 보존하되 남북의 이질적 요소를 줄여나가고, 시장을 통해 상품을 거래하는 또다른 ‘동막골’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웰컴 투 동막골>에서 나온 대화들도 곱씹으며 웃음을 나누기도 한다.


머리가 살짝 간 소녀.
“봤나? 팔을 이래이 이래이 빨리 막 휘저으면 이 다리가 빨라지미, 이 다리가 빨라지면 팔은 더 빨라지미~ 그러면 저 땅이 뒤로 막 지나가미~ 난…참…빨라…”


남측 표소위(신하균 분)가 북측 리수화(정재영 분)에게 한 말.
“이렇게 말고 다른 곳에서 만났으면 우리 진짜 재미있었을 텐데…안 그래요?”


그 어떤 이념과 갈등도 순화시키는 마법과 같은 곳, 동막골. 그렇다고 그 마법이라는 게 특별한 것도 아니다. 전쟁 비극 속에서 각박하게 대치하며 살아오다 보니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 뿐이다. 시대가 흐르고 정권이 바뀌면서 노무현 시대에 키웠던 상상력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데 사는 희망을 느낀다.


미국의 사회학자 그레그 이스터브룩은 역저 <역사의 방향성(원제:The Arrow of history)>에서 ‘낙관주의는 역사의 화살을 추진시키는 활과 같다’고 했다(이 책은 국내에서 <비관이 만드는 공포 낙관이 만드는 희망:낙관주의적 상상력 없이 인류의 진전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움직이는 서재가 출판했다).


어쨌든 증오와 대결을 부추기며 이익을 추구해온 음험한 냉전주의자들의 비관주의(국내든 외세 누구든)는 낙관주의를 결코 이길 수 없다. 비관주의적 역사관에서 출발한 냉전의 시대를 끝내고, 낙관주의적 상상력으로 한반도의 평화 비전을 실천하는 실험장을 JSA에서부터 시작해보자.

 

2. 정계개편과 연대


외국인들이 돈을 빼면서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러시는 미·중 무역전쟁 발생 가능성에 따른 공포감이 확산된 결과라고 분석하지만, 의도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남북 문제를 두고 한미 간의 갈등에서 빚어진 후과라는 얘기도 유포되고 있다. 여기에 일자리 문제, 골목상권 불황 등 경제 문제가 겹쳐 민심이 좋은 편은 아니다.


정치는 더욱 갈등 증폭적이다. 수구보수 세력은 평화 문제에 관한 한 결사적으로 훼방을 놓는 모습이다. 이들이 미국 강경세력, 일본의 극우세력과 함께 스크럼을 짜고, 문재인 정부를 밀어붙이며 발목을 잡고 있는 양상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제 민주세력의 대동단결이다.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구세력에 밟혀 제2의 노무현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범진보가 단결된 대오로 똘똘 뭉쳐 개혁 의제들을 추동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해결책은 범진보 대동단결을 중심으로 한 정치 대개혁과 정계 대개편이다.


정부가 10월23일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심의·의결한 데 대해 여야가 각기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이것이 정계 개편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나, 소모적인 정쟁이 임계점에 이른 지금을 그 시작점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해 보인다. 방치하기엔 너무 국력 소모적이다. 구태정치를 과감히 털어내기 위해서도 대대적인 정계 개편이 이루어져 정치문화가 한 단계 성숙되기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

 

▲ 수구보수 세력은 평화 문제에 관한 한 결사적으로 훼방을 놓는 모습이다. 이들이 미국 강경세력, 일본의 극우세력과 함께 스크럼을 짜고 문재인 정부를 밀어붙이며 발목을 잡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가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심의 의결한 데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 진영은 이를 적극 환영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행위라며 반대했다.


민주평화당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일각에서 절차적 하자를 제기하고 있으나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미루고 있는 입장에서 본말이 전도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정의당도 “하위 합의문은 의결되었고 상위 합의문에 해당하는 판문점 선언은 국회의 비준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순서를 꼬이게 만든 것은 바로 판문점선언 비준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라며 “한반도 평화 앞에서도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정치 무리들을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보수 야당을 겨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부속합의서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논의가 마무리된 후 국회의 비준절차를 밟아야 마땅하다”며 “법제처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정부가 비준을 결정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아전인수격 법 해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도 “판문점 선언은 국회에 계류시켜 놓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후속 합의 성격인 평양 선언을 직접 비준한다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선언,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하기 전에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안을 거둬들이고 일괄 처리했어야 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앞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의결에 대한 당의 문제 제기와 상관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순방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평가했다. 손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문 대통령이)프란치스코 교황을 접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사실상 수락토록 한 것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평화가 대세인 지금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일삼는 태도는 민심의 바다에서 익사할 수 있다. 그래서 민심을 역류시켜 보려는 시도들이 난무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이 정계 대개편의 적기로 보인다. 이념 지형에 따라 정치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을 기준으로 정렬 기준을 보면 그 오른쪽에 바른미래당, 맨 오른쪽에 자유한국당이 있다. 민주당 왼쪽엔 민주평화당, 맨 왼쪽에 정의당이 있다.


자유한국당 안을 들여다 보면 TK+일부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강경 우파가 맨 오른쪽에 있고, 수도권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온건 우파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의원 개개인의 성향을 보면 기계적인 분류나 지역 출신별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보이지만 정황상 그렇다는 것이다.


TK와 일부 충청권은 태극기부대와 지향점을 함께한다. 그래서 태극기 부대와 연대할 가능성이 있고, 이들은 박근혜 탄핵 반대세력을 기준점으로 헤쳐모일 가능성이 있다.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의 구상으로도 비쳐진다. 반면 수도권 지역은 바른미래당과 비슷한 성향을 지닌 의원이 꽤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때 바른미래당 의원들 중 일부는 자유한국당으로 투항하려 했다. 그러나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의 태극기 부대와의 통합, 경제민주화 부정 발언으로 주춤해졌거나 백지화된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김용태 사무총장 체제의 온건 우파적 성향이 정착되었다면 바른미래당 의원 상당수가 빠져나가 어쩌면 바른미래당의 미래가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었다. 결국 바른미래당의 생명을 보장해준 일등공신은 전원책 조강위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보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펙트럼이 넓은 그의 이념적 지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따라서 그의 정치 역량에 따라 바른미래당이 세를 확장해 다시 한 번 정치적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느냐의 분기점에 서 있다고 본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중에서 수도권 의원들이 바른미래당으로 옮겨올 가능성도 그의 정치적 역량에 따라 점쳐볼 수 있다.


한편 민주평화당의 의원 개개인의 성향을 볼 때 민주당과 이념적 지형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다수다. 이들은 민주당으로 흡수될 개연성이 높고, 그 나머지는 손학규 대표의 흡인력에 따라 이동할 수 있으나 현실성은 떨어진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평화당이 공중분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양당 모두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평화당이 지역적으로는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고, 반면에 호남 유권자는 민주평화당보다 민주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민주평화당의 위치 설정이 애매모호해지는 이유다. 평화당이 확장성이 떨어지면 다른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정치에서 지역기반이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라면 민주평화당의 아성인 호남이 민주당에게 지배권을 넘겨준 현실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되었고, 근래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그렇다면 민주당에 들어가 옛 지분을 되찾는 작업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아닐까.


이때 배부른 민주당이 배타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자기 과오(영남패권주의적 운영과 인사)는 생각지 않고, 들어오겠다는 사람 냉소적으로 튕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세력이 공멸할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 시간 현재 수구세력과 보수언론이 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를 포위·협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제2의 노무현 시대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노무현의 실패는 보다시피 그의 가치가 나빠서가 아니다. 방향이 잘못 설정되어서도 아니다. 다만 방법이 서툴러서 박살이 나버린 것이다. 그 결과 엄청난 역사의 반동을 불러왔다. 거기에 제 민주세력이 대동단결해도 부족한 판에 내부에서 분열하고 배타적이고 파편화하다 보니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수구세력이 가져가 버렸다. 그리고 쓸쓸한 빈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형해화된 몰골로 10년 세월을 허비했다.


수구냉전 세력이란 지난 70년 체제를 통해 보아왔듯이 잔혹하고 거칠고 무자비하고 음험하다. 가치 싸움은 아예 접고 이익을 가지고 전선에 뛰어들기 때문에 산업화시절 상부상조한 세력과 결탁해 노무현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서투르지만 정직한 통치방식을 아작내 버리고, 그 결과 한반도에 엄청난 전운이 감도는 대결의 역사를 불러왔다. 외세 지향적이고 남북 대결적인 구도로 억압을 일상화면서 국격과 국민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제 민주세력의 결집을 위해 독식구조를 청산해야 한다. 숫자가 많지도 않은데 쪼개고 나누면 얻을 것이 무엇인가. 구세력은 70년 체제 동안 이익을 독점한 세력이니 잠재력이 엄청나다. 숫자도 지금 잠수타고 있을 뿐, 기회가 되면 메뚜기처럼 튀어나올 것이다. 그들은 민주세력의 실패를 딛고 만세 부를 호기를 노리고 있다.


야권 중에서 민주평화당·정의당이 확실한 우군이라고 한다면,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를 적극 끌어들이기 바란다. 그는 냉전·대결·반북이 아니라 평화를 지지했다. 확실한 개혁 우군으로 커밍아웃했다. 때마침 정개특위도 출발한 지금, 집권 여당은 이들 세력과 연정, 혹은 연합정권으로 정치 지형을 확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들과 함께 낡은 정치구조를 청산할 정치개혁입법 마련 등 미래 100년을 담는 정치 청사진을 구축하기 바란다.


평화를 물고 늘어지는 외세와 국내 수구세력을 극복하고, 경제 문제를 돌파해나가는 데는 가치를 함께하는 세력과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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