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벤지 포르노, ‘무거운 죗값’ 묻기 힘든 이유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1/07 [12:39]

리벤지 포르노, ‘무거운 죗값’ 묻기 힘든 이유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1/07 [12:39]

유포하지 않고 협박만 했다면 성폭행으로 보지 않아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은 일반 협박과 다르게 봐야

 

▲ 리벤지 포르노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범죄의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출처=Pixabay>    


최근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에 대한 범죄가 최근 쏟아지고 있다. 구하라, 낸시랭 등의 유명인들도 해당 범죄피해사실을 고백하면서 사회적인 공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불법 촬영물 유포 뿐 아니라 유포 협박의 경우에도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처벌은 법원의 몫이다. 법원도 다른 범죄와의 양형 형평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리벤지 포르노 관련한 ‘유포 없는 협박’의 경우 일반 협박죄가 적용돼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가수 구하라씨 사건 이후 리벤지 포르노와 관련해 유포 없는 협박도 엄격히 다룰 수 있도록 법 체계를 손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월14일 전 여자친구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A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처럼 보복성 음란물을 유포하지 않고 협박만 했다면 일반 협박죄가 적용된다. 일반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정형 자체가 높지 않은 셈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 기준에 따르면 협박죄의 기본 양형 범위는 징역 2개월에서 1년 이하다. 감경 사유를 적용할 경우 징역 8개월 이하로 낮아진다. 실제 재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이보다 더 낮은 경우가 많다. 대법원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494명 중 1106명(14.7%)만 실형을 선고받았다.


판례를 보면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특수협박의 경우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춘천지법은 지난해 11월 불법주차한 차를 빼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소지하고 있던 잭나이프를 꺼내 위협한 B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해 9월 춘천지법도 헤어진 여자친구 짚 앞에서 식칼을 들고 ‘너만 집으로 들어오라’고 협박한 C씨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은 일반 협박과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성폭력 행사 미수에 가깝다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관계자는 “유포 협박은 ‘당신에게 성폭력을 행사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현재는 협박죄로 다루고 있어 피해자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를 해도 성범죄 전담과가 아닌 일반 형사과에서 사건을 맡기 때문에 사전에 유포를 막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법원에서는 관련 범죄에 대해 과거보다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 10월11일 이혼한 아내에게 앙심을 품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뒤 ‘추가 영상을 공개하겠다’며 협박한 D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직접 판결을 내리는 법관들도 영상물 유포 협박은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표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유포 협박은 유포할 의사가 있어 협박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일반적인 협박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형법에서 협박죄에 대해 치밀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는 이상 성폭력 특별법에 포함시켜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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