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문에 비친 어지러운 치정사건 다섯

남편 가출 뒤 딴 남자 만나 출산…이혼소송 결론은?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8/11/21 [10:22]

법원 판결문에 비친 어지러운 치정사건 다섯

남편 가출 뒤 딴 남자 만나 출산…이혼소송 결론은?

송경 기자 | 입력 : 2018/11/21 [10:22]

얼마 전까지 남자친구였거나 남편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흉악한 폭도로 돌변해 여자친구나 아내의 목숨을 빼앗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 발생한 ‘부산 일가족 피살 사건’은 숨진 30대 손녀와 피의자가 과거 연인 관계였던 사실이 드러나 온 나라에 충격을 안겼다. 사귀던 여성의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고 옛 여친의 가족 4명을 처참하게 살해한 이 사건을 계기로 ‘이별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안전 이별’이라는 말도 회자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 발생 건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입건된 데이트 폭력 피의자들을 혐의별로 살펴보면 폭행·상해가 73.3%(7,552명)로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감금·협박 등이 11.5%(1189명), 스토킹, 주거 침입, 명예훼손 등을 포함한 경범 등 기타 혐의가 1.3%(138명), 성폭력 0.5%(50명)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17명(0.17%)이었고 살인 미수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50명(0.5%)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데이트 폭력과 이별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사법당국은 피해자를 촬영한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는 등 악질 데이트 폭력범에 대해선 가중해서 처벌할 수 있는 ‘삼진 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인이나 부부 간의 사랑에 금이 가거나 첨예한 갈등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부지기수다. 법원 판결문에도 남녀 간의 사랑으로 생긴 온갖 어지러운 정에 의해 벌어진 치정극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지난주 판결문에 비친 남녀 간의 사랑과 전쟁 5건의 이면을 들춰본다.

 


 

가출 남편 상대로 소송…법원, 아내 이혼 기각하고 남편 반소 인정
“혼인관계 해소 안됐는데 딴 남자와 부정행위…주된 책임 아내에…”
아내 폭행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

 

현직경찰이 금전관계 빌미로 아는 여성에게 알몸 사진 요구한 의혹
이혼문제로 다투던 아내 잔혹 살해한 남성, 2심 재판부도 중형 선고

 

 

1. 남편 가출 뒤 아내가 딴 남자 아이 낳으면?


재혼한 아내와의 갈등으로 남편이 집을 나가자 다른 남자를 만나고 아이를 가져 출산까지 한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에서 기각을 당했다. 반소를 제기한 남편의 이혼 및 위자료 청구는 법원이 일부 인정했다.


법원의 인정사실에 따르면 원고(아내)와 피고(남편) 는 2016년 8월경 내지 10월경부터 피고가 마련한 투 룸에서 동거하다 2017년 3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다 원고와 피고는 모두 재혼으로 동거 및 혼인 기간 중에 경제적인 문제와 원고의 아들 양육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 그러던 중 2017년 5월경 남편이 집을 나와 화물차량 근무지에서 생활했다.


아내는 2017년 8월경부터 소외 박모씨와 만남을 가졌고, 같은 해 9월22일경 남편에 대한 가출 신고를 했으며 5일 뒤 이 사건 본소로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이후 아내는 2017년 12월경 박씨의 아이를 임신해 이 사건 소송 중에 출산했다.


부산가정법원은 지난 10월4일 아내의 본소 이혼청구를 기각하고 남편의 반소 이혼과 위자료 일부를 받아들여 “원고(아내)는 피고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혼인관계가 파탄된 데에는 부부간의 갈등 상황에서 이를 원만히 해결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고 집을 나가 근무처에서 생활한 피고의 책임도 있으나, 주된 책임은 혼인관계가 궁극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모씨와 부정행위를 한 원고에게 있다고 판단된다”며 “혼 인파탄의 원인 및 책임의 정도,원고와 피고의 혼인기간, 혼인생활, 나이, 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위자료 액수(1000만 원)를 정했다”고 했다.


아내는 “피고(남편)의 알코올 중독과 폭언 및 폭행, 피고의 가출과 원고에 대한 유기 등으로 파탄됐고, 피고의 가출로 혼인관계가 파탄된 후에 원고와 박씨의 만남이 있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고와 박씨의 부정행위 당시 원고와 피고의 혼인 관계가 궁극적으로 파탄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2. 드루킹 유사강간 유죄


댓글 조작 사건과는 별도로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씨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하는 동안 고개를 젓거나 한숨을 쉬었으며, 선고 직후 재판부를 한참이나 노려보며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 부장판사)는 11월14일 유사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아내 A씨가 늦게 귀가한 일로 싸우다가 주먹 등으로 폭행하거나 아령 등으로 위협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아내에게 강제로 신체접촉을 하거나, 딸에게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도 있다.


김씨는 “부부싸움 중 A씨를 밀쳐 멍들게 하고 자녀 훈육 차원에서 ‘꿀밤’ 정도를 쥐어박은 것은 인정하지만 성폭행이나 자녀 학대를 한 적은 없다”며 대부분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워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그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피해자의 상해 정도, 범행 횟수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음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법정에 명백하게 표시한 점, 현재 이혼해서 재범 위험성이 낮아진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범행 전후 자녀에게 지속해서 학대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전처에 대한 범행이 다투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한 것으로 보이는 점, 제출한 반성문을 볼 때 나름대로 가정생활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도 유리한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주문을 들은 김씨는 선고 결과가 불만족스러운 듯 한참 동안 재판부를 노려보다가 혼잣말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3. 출생의 비밀…재판부 판단은?


이른바 막장 드라마에서는 ‘출생의 비밀’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실제로 친생자 관계를 둘러싼 다툼은 법정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다른 사람의 자녀를 친자녀로 출생신고한 경우, 친어머니가 친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과 혼인 중이라 다른 사람의 친생자 추정이 미치는 상태에서 출생한 경우, 친양자 입양제도가 없던 과거 새아버지 성본과 일치시키기 위해 또는 중혼임을 숨기기 위하여 다시 출생신고한 경우 등 친생자를 둘러싼 소송도 이따금 전개된다.

 


최근 법원에서는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를 둘러싼 소송에서 항소심 판결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려 주목을 끈다.


B(여)씨와 C(남)씨는 1993년 결혼해 1997년 자녀 D를 출산하고 친자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2001년 두 사람은 협의이혼을 했고, 친권자로 지정된 엄마(B씨)가 줄곧 자녀를 양육했다.


그런데 2002년 E(남)씨가 D를 F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해 D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이중으로 편제됐다. D는 이중으로 출생신고가 된 이후 대내외적으로 F라는 이름으로 생활했고, C씨와는 교류가 전혀 없었다. 이에 D의 어머니 B씨는 전 남편인 C씨와 자녀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친생자 추정 및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은 1958년 구 민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된 것으로 이는 부성(父性)의 정확한 감별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처의 부정행위가 드물었던 시대적 배경하에서 불확실한 개연성에 기반을 둔 것인데, 과학적 친자감정기술의 발달로 혈액형, 유전자형의 배치에 대한 감정을 통해 친생자 추정이 혈연에 반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판결할 수 있는 현재에도 이러한 친생자 추정의 법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이어 “혈액형 또는 유전자형 배치 등 검사는 비교적 간단해 부부의 내밀한 사적 비밀을 침해하지 않고도 혈연관계 유무의 확인이 용이할 뿐 아니라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매우 높다”며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됐고 부와 자 사이의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을 뿐 아니라, 부자간 혈연관계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혈연진실주의에 부합하게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는 것은 이를 통해 지켜야 할 별다른 법익은 존재하지 않는 반면 이로 인해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친생자 추정을 받는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며 해당 사건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지난 1968년 “친생자의 추정을 받는 경우 이를 부인하려면 민법 제847조에 따라 ‘친생부인의 소’의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며 “부부가 사실상 이혼해 여러 해 동안 별거생활을 하던 중 아이를 포태한 경우에도 (이 같은) 추정은 번복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4. 경찰이 여성 지인에 알몸사진 요구


현직 경찰관이 금전 관계를 빌미로 알고 지내던 여성에게 알몸 사진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남지방경찰청은 무안경찰서 소속 G경위가 신체 사진을 요구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강제추행 등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11월15일 밝혔다.


G경위는 지난 9월 알고 지내던 30대 여성 H씨에게 나체 사진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사업을 하다가 자금 회전이 어려워지자 앞서 "목돈이 생겼으니 투자할만한 건이 있으면 연결해달라"던 G경위에게 연락했고 G경위는 H씨에게 신체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H씨는 고소장을 통해 G경위가 신체 사진을 재차 요구해 사진을 보냈지만,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G경위는 먼저 사진을 요구하지 않았고 유포 등 불법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G경위를 지역 내 파출소로 전보 발령했으며 수사를 통해 혐의가 드러나면 징계할 방침이다.

 

5. 이혼다툼 아내 잔혹 살해한 남성 ‘중형’


법원이 이혼 문제로 다투던 아내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남성에게 1심 재판부의 선고에 이어 2심 재판부에서도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는 지난 11월15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I씨(25)씨에게 1심처럼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고,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에게 다시 범행을 했다”며 “그 수법이 일반인이 보기에 너무 대담하고 무자비하며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아직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1심의 형량이 부당하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치면서 “범행으로 희생된 피해자의 명복을 빈다”는 말도 남겼다.


I씨는 작년 11월 이혼 소송 조정 중인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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