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계홍의 노·변·정·담

방향 옳지만 방법 서툴렀던 ‘노무현 정치’ 반면교사 삼아라

글/이계홍(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11/28 [09:28]

칼럼니스트 이계홍의 노·변·정·담

방향 옳지만 방법 서툴렀던 ‘노무현 정치’ 반면교사 삼아라

글/이계홍(칼럼니스트) | 입력 : 2018/11/28 [09:28]

구체제 세력이 노무현의 실패로 몰아갔듯이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 그런 징후들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런데도 여당은 순혈주의에 빠져 있는 듯하다. 자기 집안끼리 순정하게 살림을 꾸려가도 충분하다는 논리인 것 같다. 그렇게만 간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정치에 있어서 세력과 쪽수가 밀리면 아무리 좋은 정치 이상을 가지고 있어도 현실화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이 내부 분열과 갈등으로 집권 여당이 지금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수야당이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문재인 정권을 파상공격 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내부의 곪은 부분을 감추기 위해 외부를 강공하는 것은 권력쟁투의 고전이다.

 


 

노무현 정부 국부 창출하고도 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 재벌 탄압 오명
구세력 용의주도 도발에 속수무책…이젠 문재인 정권 묶는 ‘기술발휘’

 

▲ 노무현 정권은 보수가 좋아하는 수치, 즉 국방력 세계 4위, 국제 경쟁력 최고치, 외환보유고 최고치라는 경제적 성공의 족적을 남겼다.

 

보다시피 자유한국당과 구세력의 공격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더러는 ‘가짜뉴스’까지 퍼나르며 공격하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지지도는 집권 초기 70%대에서 지금 50%대 초반으로 밀렸다. 당연히 구세력은 동력을 받았다고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그러니 더 밀어붙이자고 할 것이다.


이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또 실패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은 집권 초기부터 레임덕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은 가방끈(고교 출신), 되지도 않는 ‘경박한 화술’ 따위로 본질과 상관없이 희화화되고 조롱을 받았다.


정권을 빼앗긴 한나라당과 유력 보수언론은 연일 노무현을 때리는 것으로 재미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공격이 성공해 마침내 정권을 탈환했다. 뒤이어 엄청난 역사적 반동이 왔다. 혁명은 반드시 반동이 뒤따른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그 반동은 민주주의의 후퇴, 남북관계 파탄, 역사 모독, 전쟁 공포, 그리고 총체적으로 국격이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깡그리 잃어버린 10년


그래서 ‘노무현의 실패’는 그 자신의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는 교훈을 주었다. 반동의 역사가 10년 세월의 목을 조였다. 조선조 때나 한가한 농경사회라면 그 시간들이 그리 아깝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늘날 분초를 다투어 삶이 변화하고, 그래서 분초가 아까운 시간에 10년 세월을 ‘깡그리‘ 잃어버렸다.


노무현 정신은 아름답다. 그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삶을 살았다. 많은 정치인은 지역감정에 기댄 정치, 조중동에 아부하는 정치에 매몰되었으나 그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예속이나 속박에서 벗어나는 정치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우면 뭐하나. 수구세력의 먹잇감이 되어 나라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었는데….


지난 역대 대통령들을 떠올려보자.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은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치고, 그 이후의 대통령들에게서 연상되는 단어를 보면, 노태우는 북방외교, 김영삼은 하나회 쳑결, 금융실명제 도입, 전두환·노태우 구속이 있었다. 김대중은 IMF 극복과 벤처산업 육성, 햇볕정책이다.


노무현은 변방이자 소수파면서도 민주·진보 진영의 대통령으로서 한국 정치사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보수가 좋아하는 수치, 즉 국방력 세계 4위, 국제 경쟁력 최고치, 외환보유고 최고치라는 경제적 성공의 족적을 남겼다.


이명박은 4대강, 자원외교, 천안함 침몰, 숭례문 소실 등이 떠오른다. 박근혜는 총체적으로 능력부족 이외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좀 더 노무현으로 들어가보자. 노무현 5년의 경제는 아래의 수치에서 말해준다.
△국가 신용등급 최고 A1(매우 양호) △외환보유고 2400억 달러로 최고(김영삼 3억 달러) △무역흑자(2002년~2006=970억 달러) 5년 동안 1150억 달러 △2006년도 무역규모 3200억 달러 수출 최고, 기업실적 최고 △국민소득 2만 달러 최고(김영삼은 1만2000달러를 7000달러로 만듦) 연평균 종합주가지수 최고. 평균 1500P(김영삼 300포인트).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인 2007년 다보스 포럼이 주최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대한민국 국가 경쟁력 지수가 역대 최고치인 11위였다. 이랬던 경쟁력 지수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19위와 26위로 추락했다.


이상하게 한국은 경제 문제를 가지고 실패한 대통령이냐, 아니냐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보수언론이 만드는 프레임이다. 진보 정권은 능력이 부족하니 국민 호주머니에 돈을 넣어주지 못한다는 일종의 정치적 이간질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노무현은 정반대였다. 그런데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김대중도 마찬가지였다. 홍3형제(DJ의 세 자식들) 비리로 지면을 분탕질하면서 김대중의 치적은 증발되었다. 이것이 한국 언론의 마술이다.

 

노무현은 왜 실패했는가?


노무현은 국부를 창출했는데도 재임 내내 부동산 투기, 재벌 탄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경제지상주의를 내세우는 보수언론이 IMF를 가져온 김영삼이나 자원외교, 4대강 사업으로 국고를 탕진한 이명박은 그들의 그림자까지 칭송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이전 박정희·전두환·노태우에 대해서도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찬양했다.


보수언론은 실체도 없는 자원외교에 돈을 쓸어넣었는데 한 번도 이명박 정권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다. 남북간 대결을 최고도로 끌어올려 코리아 리스크로 주가가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양극화에 따른 사회갈등이 첨예하게 부각되어도 그에 대한 검증이나 의문은 오히려 신문지면으로 가렸다. 박근혜 역시 마찬가지다.


최성호 경희대 철학과 교수는 한 칼럼에서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삶은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많은 정치인에게 지역감정에 기댄 정치, 조·중·동에 아부하는 정치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살아 있는 옵션이었지만, 노무현에게 그런 정치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 정치에 몸담는 것은 노무현 자신의 원칙과 소신에 반하는 자기 부정이자 자기 배신이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누군가 정치인에게 원칙과 소신이란 가장 이로운 선택을 함에 있어 방해만 되는, 그저 거추장스러운 예속이나 속박에 불과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정치인은 사고가 유연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라고 노무현의 가치가 훼손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갑윤·이지호 교수가 쓴 <노무현은 왜 실패했는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는 사회적·경제적으로 보수세력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비주류의 진보 정부가 전반적인 구조 개혁을 추진하려 했던 것은 도전이고 실험이었지만 현실적이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개혁세력 결집 시급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구체제의 낡은 적폐를 청산하려면 민주정권(진보정권)이 앞으로 20년은 더 집권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70년 구체제를 극복하려면 어쩌면 20년도 부족할지 모른다. 구세력은 한국사회에 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고, 인적·물적 자원도 풍부하다. 그것을 극복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잠복해 있지만 기회만 있으면 전면에 나타날 것이다. 현 집권세력은 국민 지지가 앞선다고 하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것이 민심이다. 지원 세력인 사회시민단체도 세에 밀리면 쪽을 못 쓴다.

 

▲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구체제의 낡은 적폐를 청산하려면 민주정권(진보정권)이 앞으로 20년은 더 집권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세력은 벌써 조직력과 자금력을 동원해 인터넷 방송, 댓글 부대 등을 운영하면서 여론전과 선전전을 펴고 있다. 지원군이 보수언론만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논리가 궤변이라고 해도 그것이 자주 반복되고 강조되면 알게 모르게 세뇌당하게 되어 있다. 긴가민가 하던 사람들도 어떤 계기만 주어지면 그런 여론전에 경도될 수 있다.


구세력은 일제 강점기는 물론 해방 이후 70여 년 동안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으니 자본과 인적자원은 풍부하다. 그것이 세습까지 되었다. 산업화의 과실이 특정지역 출신에 독점 배분되고, 또 지식인 집단에 집중 투하되었다. 전에는 지역의 구분 없이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지식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익 배분이라는 당근 아래 지역으로 나뉘고, 지식인 그룹은 파편화했다. 이익에 따라 지식을 오용하거나 왜곡하며 가치 자체를 전도시켰다. 그 세력이 지역·학연으로 갈리더니, 지금은 성별·세대 갈등으로까지 비화했다. 권력과 자본 세습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지금 보수언론과 함께 거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다시 노무현 시대로 돌아가보자. 집권자의 통치 기법은 수천 가지라고 한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뜻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단 하나 양자택일, 즉 진영 대결로만 갔다. 그러면서 5년 내내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았다. 그 스스로 그 프레임에 갇혀 버렸다. 원칙의 측면은 강했지만 노회한 구세력의 용의주도한 도발에 속수무책이었다. 쪽수에서도 터무니없이 밀렸다.


이들은 다시 문재인 정권을 묶는 ‘기술발휘’에 나서고 있다. 그들이 집권했을 때는 눈먼 예산, ‘통치 예산’을 요소요소에 숨겨놓아도 당시 야당은 찾아내지 못하고, 힘에서도 밀서 자기 지역구 예산 끼워넣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대개는 원안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지금 자유한국당은 풍부한 국정경험을 살려서 요소요소의 길목에 정부여당이 활동공간을 넓히기 위해 편성한 예산을 적발해낸다. 남북 협력자금을 수천 억 원 감췄다고 폭로한 예가 그렇다.


구 정권의 비리와 부정은 애써 눈감아주던 언론도 민주당 정부에 우호적일 수 없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은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길이 차단돼 정권이 끝나서 감옥 갈 일은 그만큼 없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자유한국당과 언론에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구세력 저항 막아내려면


결론을 말하겠다. 제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도저한 구세력의 저항을 막아내려면 집안 식구로는 부족하다. 국민을 보고 가겠다는 것도 추상적이다. 사실 세 결집의 기회는 박근혜 탄핵 직후, 또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의원 234명(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 중 상당수를 끌어들여 개헌선인 200명을 확보했어야 했다. 그러면 탄핵연대로 민주주의 완성이라는 정치혁명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통적 고질인 당쟁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다. 개혁세력이 결집하고, 다시 탄핵 세력을 끌어모으기 바란다. 수도권과 부산·경남권을 모아 탄핵연대를 꾸릴 수 있다. 그리고 연정에 가까운 권력 분점도 고려하기 바란다. 총선 직전 이합집산이 불가피하지만 남북문제 등 산적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탄핵연대, 협치연대는 그 전에 이룰 수 있다. 권력은 힘이다. 양심과 도덕성과 원칙만이 정치의 전부가 아니다. 노무현 정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치적 순결성만 가지고는 수구 저항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 없다. 진보 대 보수라는 개념의 시민사회단체 지원군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자칫 진영 싸움으로 프레임이 짜일 가능성이 있다. 양심적인 숨은 지식인 집단, 중간층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TV 토론에서 새로운 정치담론이 무성하게 나오도록 견인해야 한다. 특히 남북문제와 평화의 가치, 한반도 청사진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꿈을 펼쳐주는 것 또한 정치가 해야 할 몫이다.


각 부처가 제대로 일을 하는 것 같지 않다. 이를 통할, 운영하는 홍보처가 부활하기를 바란다. 해외언론, 특히 미국 언론과 유력 여야 의원의 접촉면도 넓힐 필요가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여론을 먹고 사는 나라다.
노무현의 정치 방향은 옳았지만 방법이 서툴러서 반동을 불러온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