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쉼표, 겨울의 호사...뜨끈뜨끈 온천 여행지 2곳

노천탕 너머 서해 낙조 “눈물 나게 아름답다”

정리/강지원 기자 | 기사입력 2018/12/05 [11:18]

따뜻한 쉼표, 겨울의 호사...뜨끈뜨끈 온천 여행지 2곳

노천탕 너머 서해 낙조 “눈물 나게 아름답다”

정리/강지원 기자 | 입력 : 2018/12/05 [11:18]

쌀쌀한 바람에 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고, 뜨끈뜨끈한 온천이 끌리는 계절이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나 줄어든다고 한다. 겨울 초입에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온천여행이 제격이다. 인적 드문 해변을 걷고 나서 온천욕으로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어 바다와 온천이 함께 있는 지역은 금상첨화다. 지금 강화 석모도와 충북 청주 달려가면 머리는 차갑게 몸은 뜨겁게 즐기는 겨울 온천의 백미를 만날 수 있다.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낙조의 풍광을 감상하는 초겨울의 호사를 누리면서 다사다난했던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석모도/
뜨끈한 온천이 몸을 녹이고…붉은 석양이 마음을 녹이고…
함박눈 소복이 쌓인 날 온천욕…마음의 보약을 먹은 느낌


수안보/
온천수 몸 담그면 피로 사르르…“그것은 내게 주는 53℃ 선물”
팔도강산 유일 지자체가 온천수 관리하는 중앙집중 방식 고수

 

1. 석모도의 겨울


뜨끈한 온천이 몸을 녹이고, 붉은 석양이 마음을 녹인다. 여기에 강화 특산물 속노랑고구마가 더해지면 겨울철 이보다 좋은 컬래버가 없다. 강화도 외포항에서 서쪽으로 약 1.5km 떨어진 석모도. 2017년 1월 개장한 석모도미네랄온천은 노천탕, 노을, 속노랑고구마의 삼박자를 완성할 최적의 장소다. 지하 460미터 화강암에서 용출하는 미네랄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린다.

 

▲ 노을이 지는 석모도미네랄온천 노천탕 전경.    


석모도미네랄온천이 개장하는 오전 7시.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꽤 길다. 석모대교 개통과 더불어 방문객이 늘면서 주말에는 평균 한 시간 대기해야 한다. 평일에 약 800명, 주말에 1200여 명이 미네랄 온천수를 경험한단다. 대기하는 동안 무료하지 않게 실외 족욕탕을 즐겨도 좋다.

 

▲ 기다리는 동안 족욕을 즐기는 사람들.    


석모도미네랄온천은 15개 노천탕이 특징이다. 이곳 온천수는 소독이나 정화 없이 원수를 탕으로 흘려보낸다. 원수는 지하 460미터 화강암에서 용출하는 51℃ 고온이지만, 탕에 도착한 물은 47℃. 추운 겨울 해풍에 내려간 노천탕 온도는 43~45℃다. 평균적으로 42℃가 넘으면 뜨겁고 38℃가 넘지 않으면 미지근하다고 느끼는데, 겨울바람에 탕이 따뜻한 온도로 맞춰진다. 탕에서 탕으로 이동할 때 맞는 찬바람은 입욕 순간 ‘아!’ 하고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대형 온천탕은 저온으로 영아나 아이들이 물놀이하기 좋다.

 

▲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물이 어우러진 노천탕.    


탕치(湯治)는 온천에서 목욕하며 병을 고친다는 뜻이다. 미네랄 온천수는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스트론튬, 염화나트륨이 등이 풍부해 관절염과 근육통, 소화 기능, 외상 후유증, 아토피피부염 치유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물이 탁하고, 어쩌다 맛을 보면 바닷물처럼 짜다.


노천탕에 있으면 강화나들길 11코스 ‘석모도 바람길’을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평선 너머로 향하는 석양에 걸음을 멈춘다.

 

▲ 강화나들길 11코스 ‘석모도 바람길’.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조는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아름답다. 끝없이 펼쳐진 전망과 석양에 취해 흐르는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온천수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여행객도 눈에 띈다. 아랫도리가 따뜻하니 온천 밖에서 맞는 해넘이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해가 산 뒤로 완전히 숨기까지 약 30분은 석모도미네랄온천의 하이라이트. 온천욕을 충분히 즐기고 하늘의 노래를 만끽하려면 오후 3시쯤 입장하는 것이 좋다.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어느 날 이곳에서 온천욕을 즐기면, 겨울을 견딜 몸과 마음의 보약을 먹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석모도미네랄온천은 입장할 때 소창 수건을 준다. 8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소창으로 만든 수건은 흡수성과 통기성이 탁월한 친환경 제품으로, 석모도미네랄온천과 궁합이 맞는 최고급 온천 수건이다. 온천욕 후 담수로 씻어내지 말고 수건으로 물기를 가볍게 닦으면 좋다. 온천수와 피부 보호를 위해 비누와 샴푸 등의 사용이 제한되니 참고할 것. 온천복도 사이즈별로 대여한다. 수영복이나 래시 가드를 준비해도 되며, 일반 면 소재 옷은 물을 많이 머금어 온천 입장이 안 된다. 온천욕을 마치고 먹는 강화 특산물 속노랑고구마는 겨울 여행의 백미. 달콤함이 허기를 채운다.
석모도미네랄온천 이용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첫째·셋째 화요일에 쉰다.


온천에서 바다를 등지고 서면 보문사 눈썹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온천으로 들어가는 길이 번잡한 것도 보문사로 향하는 발길과 섞였기 때문이다. 초입에서 할머니들의 흙 묻은 손과 마주한다. 직접 농사지은 석모도 순무, 강화 보리새우, 잘 구운 노가리가 입맛을 당긴다.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양양 홍련암, 여수 향일암과 함께 우리나라 4대 해수 관음 성지로 알려져 석모대교 개통 전에도 발길이 잦았다. 경내로 들어서면 천인대에 조성된 오백나한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옆으로 와불전, 석실, 향나무 등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보문사의 기운이 절로 느껴진다.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이 있는 일명 눈썹바위로 향하려면 극락보전과 관음전 사이에 있는 가파른 계단을 20여 분 올라야 한다. 우산 같은 바위 지붕 아래 조각된 불상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높이 9.2미터, 폭 3.3미터에 이르는 마애석불좌상은 1928년 금강산 표훈사 주지 이화응 스님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 스님이 함께 조각했다. 기해년을 한 달 앞두고 새해엔 모든 일이 지금보다 낫기를 바라는 발길이 이어진다.


석모도 해안선은 총 42km. 이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면서 만나는 관광 명소가 민머루해수욕장이다. 1km 남짓한 해변에는 건건찝찔한 바람이 분다. 바닷바람이 차가워도 햇살을 받아 퍼지는 잔물결은 아름답기만 하다. 서해 낙조와 만나는 시간에는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는 여행객이 꽤 있다.


인천 지역 유일한 휴양림으로 알려진 석모도자연휴양림은 객실이 28개 있다. 산림문화휴양관은 탁 트인 서해 바다의 전망을 자랑한다. 인근에 자리한 석모도수목원도 가볼 만하다. 나무 데크가 조성되어 산책 코스로 좋고, 풀무지원과 아이리스원, 고사리원 등 12개 테마 전시관을 갖췄다. 생태체험관에는 다양한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전시·체험 시설물이 있어 가족 여행지로 적당하다.


석모대교가 개통하기 전에는 석모도와 강화도를 잇는 외포항이 늘 북적였지만, 지금은 김장철을 맞아 외포항젓갈수산시장을 찾는 손님이 간간이 발길을 잇는다. 강화도는 전국 추젓의 70%를 생산하는데, 새우잡이 배에서 바로 젓갈을 담가 신선하다. 한번쯤 짭조름한 새우젓 맛을 봐도 좋겠다.


2년 전 석모대교가 개통되면서 석모도 역시 달라졌다. 잠깐이나마 배를 타고 자박자박 섬을 걸으며, 막배 시간을 기억하던 여행지에서 언제고 떠날 수 있는 섬이 됐다. 육지에 손을 벌려 맞닿으니 흙먼지가 인다. 붉은 바닷바람, 순무를 키워내는 거친 토양, 느리고 고유하게 바다의 시간을 살아가는 섬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변함없다. 자, 이제 올겨울을 제대로 녹일 석모도로 떠날 시간이다.


<글·사진/길지혜(여행작가)>

 

2. 수안보의 초겨울


몸으로 먹는 보약이 온천욕이다. 따끈한 온천수에 몸을 푹 담그면 쌓인 피로가 사르르 녹고,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진다. 온기가 그리운 계절, 충북 충주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충주에는 유서 깊은 수안보온천을 비롯해 탄산이 함유된 온천수로 유명한 앙성온천 등이 있다.

 

▲ 삼색 온천의 고장, 충주. <사진제공=충주시청>    


이 가운데 충주를 대표하는 온천은 수안보온천이다. 수안보온천 관광특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엄지손가락을 든 왕의 그림이 보인다. ‘왕의 온천’ 수안보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수안보온천은 조선시대 왕과 사대부에게 사랑받았다. <조선왕조실록>에 태조 이성계가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내용이 있고, <청풍향교지>에 숙종이 수안보에서 온천을 즐겼다는 기록이 남았다. 의료 시설이 많지 않던 때, 치료를 위해 찾은 이도 적지 않다. 1885년 일본 사람들이 노천식 욕조를 설치한 뒤 수안보가 본격적으로 개발되었고, 1929년에는 근대식 온천의 모습을 갖췄다. 1960~1970년대에는 신혼여행지로, 1980년대에는 가족여행과 수학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과거에 비해 수안보온천을 찾는 발길이 줄었지만, 수안보는 대표 온천 여행지로 꼽힌다. 꾸준히 사랑받는 까닭은 수질이다. 수안보온천은 자연 용출 온천으로, 힘과 성분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천수는 53℃로 온천장에서 물을 식힌 뒤 내놓는다. pH 8.3 약알칼리 온천수로 칼슘과 나트륨, 불소, 마그네슘 등 몸에 좋은 성분을 함유해 온천욕을 하면 피부가 매끈해진다.

 

▲ 겨울 온천 여행의 백미, 노천탕. <사진제공=충주시청>   


수질 관리도 수안보온천으로 향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게 하는 비결이다. 수안보온천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자체가 온천수를 관리하는 중앙집중 방식을 고수한다. 충주시에서 온천수를 확보해 수안보온천 관광특구에 있는 호텔과 대중탕에 공급한다. 원탕이 따로 없어, 어느 온천장에 가도 같은 온천수를 이용할 수 있다. 온천을 선택하는 기준은 온천장 특색이다. 수안보온천관광협의회가 충주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수안보하이스파’는 자연 냉각 방식으로 온도를 조절한다. 온천 입구에 수온을 표시하는 게시판이 있다. 알싸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따끈한 온천욕을 즐기는 노천탕을 찾는다면, ‘수안보파크호텔’과 ‘한화리조트 수안보온천’이 좋다. 가족탕을 갖춘 온천도 있다.


수안보온천의 또 다른 장점은 고즈넉하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월악산을 바라보며 번잡하지 않은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이 시나브로 정리된다.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을 갖춘 루미나리에가 골목을 밝힌다.


온천욕 전에 몸을 풀고 싶다면, 한전연수원 입구에서 시작하는 ‘휴탐방로’를 걸어보자. 충주시에서 조성한 길로, 팔각정까지 왕복 한 시간이면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다. 팔각정에 오르면 수안보온천 관광특구가 한눈에 안긴다.


특별한 운동을 경험하고 싶다면 수안보인공암벽장을 찾아도 좋다. 이곳은 높이가 19.35m에 달해 스릴 넘치는 인공 암벽 등반을 경험할 수 있다.


수안보온천에서 부드러운 알칼리성 온천욕을 즐겼다면, 앙성온천에서 상큼한 탄산 온천을 경험할 차례다. 탄산은 모공을 확장해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에 들어가면 탄산 방울 때문에 따끔한 기분이 든다. 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맛과 재미 덕분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 탄산 방울이 톡 쏘는 앙성온천. <사진제공=충주시청>   


앙성온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능암온천랜드’는 가족탕이 마련되어 가족 여행자에게 인기다.


수안보온천을 즐긴 뒤에는 수주팔봉을 찾아보자. 날카로운 바위가 절벽을 이뤄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수주팔봉은 ‘물 위에 선 여덟 개 봉우리’라는 뜻으로, 봉우리 아래 달천이 흐른다. 여덟 개 바위가 만든 압도적인 경치는 한동안 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수주팔봉을 바라보며 캠핑을 즐길 수 있어, 여름에 특히 인기다.


향긋한 차 한 잔이 그립다면 충주커피박물관에 들러보자. 1870년대 미국에서 만든 높이 170cm, 지름 70.5cm 초대형 그라인더를 비롯해 송윤석 관장 부부가 세계 각국에서 모은 커피 용품, 고풍스러운 찻잔과 티스푼 등을 전시한다. 박물관에서 판매하는 웰빙 티 ‘여우커피’가 특색 있다. 충주시농업기술센터의 지도 아래 여주와 우엉, 현미 등을 볶아 만든다. 원두 로스팅, 커피나무 묘목 심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앙성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겼다면 충주민속공예거리에 가보자. 5.3km에 이르는 길에 골동품과 수석, 목공예 상점이 늘어섰다. 기기묘묘한 수석과 정성스럽게 깎은 솟대가 눈길을 끈다. 드문드문 이어진 상점 앞에는 나무뿌리 조각부터 탈곡기, 장승, 옹기 등 옛 정취가 느껴지는 물건이 많아 정겨운 추억에 빠져든다.


충주민속공예거리에 있는 우리한글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한글에 푹 빠진 김상석 관장이 30년 이상 수집한 한글 생활사 자료가 전시된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충주풍경길 ‘비내길’을 추천한다. 남한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품은 길로, 1·2구간이 있다. 1구간은 앙성온천광장에서 출발, 철새전망공원과 남한강 변 오솔길을 지나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7.5km 코스다. 2구간은 비내섬과 새바지산전망대를 거쳐 앙성온천광장에서 끝나는 11km 코스로, 걷기 전에 비내섬 출입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주한 미군 훈련 기간에는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비내길을 따라 울창한 산길과 자그마한 시골 마을, 논과 밭을 걷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연 속 편안한 길을 걷고 즐기는 따스한 온천욕. 한 해를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글·사진/채지형(여행작가)>

<콘텐츠 출처=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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