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자유왕래 꿈 첫발 내민 ‘남북 철도 공동조사’

“공동번영의 신호탄…경제·평화 영토 확장된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2/05 [13:01]

한반도 자유왕래 꿈 첫발 내민 ‘남북 철도 공동조사’

“공동번영의 신호탄…경제·평화 영토 확장된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2/05 [13:01]

남북 자유왕래의 시발점이 될 ‘철길’이 열렸다. 10여년 만에 북측 철길에 우리나라의 기차가 달리는 것이다. 남북이 지난 11월30일부터 북측 철도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시작했다. 이 공동조사 열차는 평양을 지나 서북쪽으로는 중국과의 국경인 신의주역에 도달하고, 동북쪽으로는 러시아 국경인 두만강역까지 가는 등, 북한 전국토를 누비고 돌아오게 된다. 바야흐로 ‘통일시대’의 첫 발을 뗀 것이다.

 


 

평라선·동해선 운행…南 열차 北 구간 운행은 11년 만
도라산역서 조사단 28명 출발…유조차·객차 등 7량 구성


공동조사 마무리되는 대로 착공식 연내 개최도 추진해
실제 현대화 공사 위해선 미국 및 유엔 제재 해제 필요

 

남북이 11월30일부터 18일간 철도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한다. 남북은 30일부터 12월5일까지 경의선 개성~신의주 400㎞ 구간을 조사한 뒤 8~17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800㎞ 구간을 조사할 계획이다.

 

▲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시작된 11월30일 남측 기관차 1량과 열차6량이 서울역을 출발해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북측 판문역에서 북측 기관차에 인계됐다. 도라산역에서 열린 환송행사를 위해 열차에 동승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앞줄 왼쪽부터),조명균 통일부 장관,박순자 국회국토교통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철도 일주


이번 공동조사는 우리 측 열차가 북측 구간을 운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향후 남북 간 철도 교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공동조사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6시 40분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총 6량으로 구성됐다. 운행에 사용되는 유류 5만 5000톤을 실은 유조차와, 300k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한 발전차, 72석의 객차, 28석이 구비된 침대차, 사무 공간과 세면 등의 설비가 갖춰진 침식차, 물이 실린 유개화차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순수 공동조사에 소요되는 16일간의 일정을 포함해 총 20일이 넘는 북측에서의 체류 기간을 감안해 우리 측 조사단의 숙식이 가능토록 열차를 개조했다.


남측 철도차량 7량은 기관차-유조차-발전차-객차-침대차-침식차-식수차 순으로 연결됐다. 사무 및 세면에 활용되는 침식차에는 붙박이 옷장, 접이식 탁자, 좌식 의자, 싱크대, 레인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전기밥솥 등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이 마련됐고 샤워칸도 설치됐다.

 

▲ 지난 11월30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북한 신의주로 가는 남북철도현지공동조사단 탑승 열차가 출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침식차의 경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온돌 바닥으로 개조했으며 싱크대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샤워실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설비를 모두 구비했다.


식수차에는 조사단원들이 20일간 사용할 물이 실렸는데 중간에 한 번 급수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 일원인 지용태 한국철도공사 남북대륙사업실 실장은 “지난번 (북한 철도) 조사 때 배앓이를 많이 했다”며 “그래서 물을 많이 준비해서 간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6량의 열차를 도라산역에서부터 북측 판문역에 도달할 때까지는 우리 측 디젤 기관차가 이끌고 간 뒤, 판문역에서부터는 북측 기관차에 연결해 운행했다.
이는 철도 신호 체계 등 북측에서 현재 운영 중인 철도 운행 시스템과 상황에 맞춰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다.


남북은 열차를 타고 선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북측의 철도 시설과 시스템을 점검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차량은 개성~신의주 구간을 운행한 뒤 평양으로 내려와 평라선으로 원산으로 이동, 안변역에서 두만강역까지 조사한 뒤 평양을 거쳐 귀환한다. 총 이동구간은 약 2600㎞다. 금강산역~안변역 구간은 북측 요청에 따라 버스로 조사한다.


경의선과 동해선 조사에는 통일부과 국토교통부의 과장급 인사와 한국철도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 등 남측 인원 28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각 평양과 원산에서 버스로 귀환할 예정이다. 북측도 철도성 관계자 등 우리 측과 비슷한 인원으로 조사단을 꾸릴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단장인 임종일 국토교통부 건설교통과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07년에도 철도 공동조사단원으로 참가했고, 11년 만에 다시 조사단으로 가게 돼 감회가 새롭다”라며 “북측 철도의 구조물을 우리가 준비한 테스트기기로 검사하고, 또 조사단원들이 이 분야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시설의 노후화 등을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 남북공동 현지철도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지난 11월3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비무장지대 내 경의선 철도 통문을 통과하려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참가하는 한영아 한국철도시설공단 과장은 철로 궤도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다.


한 과장은 “여성 최초로 공동조사에 참여하게 돼서 기쁘다”라며 “북측에서는 지난번 공동조사 때도 여성 대표가 나온 적이 있다. 남측에서는 궤도 분야에 여성 참여자가 적은데 이번 기회에 제가 처음으로, 첫발을 디딘다는 생각으로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역에서부터 북측 판문역까지 우리 측 열차 6량을 이끄는 기관차의 기관사로 이날 근무하는 김재균 씨는 “녹슨 철길을 제거해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열차가 상시적으로 운행하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40년 철도 경력의 베테랑인 김씨는 20년의 기관사 근무 후 관리직으로 배치됐지만 베테랑의 경력을 인정받아 이날 특별히 기관차 운행 임무에 투입됐다.


앞서 임 단장이 밝힌 것처럼 남북이 북측 철도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벌이는 것은 2007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당시 남북은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에 대해 7일간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남쪽 열차가 북측 철도 구간을 달리는 것은 개성공단 건설자재 등을 실어나르다 2008년 11월 운행이 중단된 도라산-판문역간 화물열차 이후 꼭 10년 만이다. 또 남측 열차가 동해선 구간을 운행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갈 길 먼 현대화 사업


하지만 이번 공동조사가 실제 현대화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산’이 많다는 게 정부 안팎의 중론이다.
일단 조사 일정부터가 빠듯하다. 실제로 경의선 약 400㎞를 6일 만에, 동해선 약 800㎞를 10일 만에 조사하게 되며, 총 이동거리는 18일간 무려 2600㎞에 달한다.


게다가 앞으로 북한 철도 현대화를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까지 추진할지에 대해서도 남북이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인 만큼, 현 단계에서 정밀한 조사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공동조사는) 기초조사 정도”라며 “일일이 전수조사를 하기도 어렵고 전반적인 선로나 터널, 교량 상태 등을 살펴보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에는 단순한 연결이 아닌 현대화를 전제로 했다는 것이 (2007년 조사와) 다르다”며 착공식 후에 정밀조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교통 인프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우리 교통이 불비(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하다”고 말할 정도로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철도 직선화, 남북 간 통신·신호체계 표준화 등 북한의 철도 현대화에 수반되는 과제가 만만치 않다.


물론 최대의 당면한 걸림돌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연동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남북의 이번 철도 공동조사에 대해 제재 면제를 인정했지만 어디까지나 ‘사안별’ 면제였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주유엔 대표부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 11월26일(현지시간) ‘철도연결 사업이 추가 면제를 필요로 하느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문에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제재에 저촉되는 상품이나 물건을 전달하는 것과 같은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제재에 대해 면제를 받아야 한다”며 추가 면제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많은 물자가 투입되는 현대화 공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면 사실상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가 이번 공동조사 일정을 발표하며 “이후에는 기본계획 수립, 추가 조사, 설계 등을 진행해 나가고 실제 공사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울러 판문점 선언의 또 다른 합의사항인 남북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남북은 지난 6월 도로협력 분과회담에서 개성∼평양 경의선 도로와 고성∼원산 동해선 도로 현대화에 합의한 뒤 8월 13∼20일 경의선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했지만, 동해선에 대해선 공동조사 일정을 잡지도 못했다.


이달 11월12일 열린 남북 도로공동연구조사단 2차 회의에서 남측은 기존 도로를 조사하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은 새로 도로를 건설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등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착공식은 언제쯤?


그렇다면 철도 연결의 시발점이 될 착공식은 언제 열리게 될까? 정부는 공동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역시 남북 간 합의사항이었던 착공식의 연내 개최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남북은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5일 열린 후속 고위급회담에서 착공식을 위해 10월 하순부터 북측 철도 구간의 공동조사를 시작하고, 11월 말이나 12월 초 착공식을 개최하기로 했지만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여기에는 철도 사업에 필요한 유류 반출과 남측 열차의 북측 운행 등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이완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남북 간 협의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 한몫을 했다.


그러나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11월23일(현지시간) 철도 북측 구간 공동조사 관련 행위를 대북제재 대상에서 면제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불투명했던 착공식도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이번 공동조사가 끝나면 연말까지 보름도 채 남지 않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연내 착공식을 일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1월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양 선언에 담긴 착공식도 연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철도 공동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연락채널을 통해 북측과 착공식을 조속히 진행하자는 입장을 전달하고, 관련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착공식 자체가 제재에 저촉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이번 면제 대상이 '공동조사'에만 국한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미국이나 안보리의 우려 표명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부는 착공식이 상징적인 행사에 불과하고 자금이나 물자 등이 북한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 만큼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착공식 자체가 현재 제재대상인 철도 연결로 보일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물리적으로 연내 착공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착공식은) 남북관계 차원에서 앞으로 동력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일종의 ‘세리머니’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철도에 이어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도 남북 합의사항이었던 만큼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의 공동조사와 착공식의 연내 성사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공식 환송행사


한편, 지난 11월30일 오전 8시 우리 측 지역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에서 열린 공식 환송 행사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청와대 인사로는 서호 통일정책비서관이 참석했다.


조명균 장관은 “하나로 이어진 철길을 통해서 남북이 함께 번영하게 될 것”이라며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은 분단을 극복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한반도를 오가는 열차는 동북아와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실어 나를 것”이라며 “남북의 철도 연결 사업이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과도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은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는 단순한 기술 조사의 의미를 넘어선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분단 이전, 서울역은 국제역이자 동북아의 허브였다”면서 “국내선과 국제선을 타는 곳이 따로 있었고, 당시 청년이었던 손기정 선수도 경부선으로 서울역에 도착해 열차를 타고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의 출정식은 분단의 상징이었던 철도를 연결해 남북 공동번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섬처럼 갇혀있던 한반도 경제영토를 유라시아 대륙으로 확장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국민들께서는 남북철도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열차를 타고 북한과 유라시아 대륙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일상을 기대하고 계신다”면서 조사단에 “시간도 많지 않고 조사 환경도 열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들의 기대와 응원을 잊지 말고 성실하고 면밀하게 조사를 완료해 달라”고 당부했다.


도라산역 환송 행사엔 국회 국토위와 경협특위 위원들, 파주가 지역구인 의원들도 함께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자유한국당 소속인 박순자 국토위위원장이 참석해 “남북 경협이 잘돼야죠”라고 ‘덕담’을 건네 눈길을 끌었다.


박 위원장은 “경의선이 연결되면 30년간 140조까지 경제효과가 있으리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실크로드를 연상시킨다”며 “북한 인프라 개발을 둘러싼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 강국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면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격려성 주문을 했다


 국토위 소속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철도는 당을 넘어서는 것이다’라는 차원에서 박순자 의원이 이 자리를 빛내줬다. 박수 한번 보내자”며 분위기를 돋웠다.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 대표는 행사에 앞서 오영식 코레일 사장 등과 간담회 때는 “바야흐로 경협이 오는구나”라며 기뻐했다.


국회 남북경협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경협 의원은 “박순자 의원의 참석은 여야가 함께 힘을 모아 남북관계 발전과 경협시대를 열어간다는 의미가 있다”며 “철도는 인류의 길이자 경제의 길이지만, 평화의 길이고 공동번영의 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유관기관 관계자로 환송 행사에 참석했다.


공동조사 열차는 이날 환송 행사를 마친 뒤 오전 9시께 기관사가 “안! 전!”이라고 힘차게 외치는 출무신고에 이어 오영식 사장의 “102호 열차 발차!”라는 구호와 함께 북측으로 향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오영식 사장이 기관사에게 안전운행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목도리와 귀마개를 씌워 주기도 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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