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今疏通 14. 거안사위(居安思危)

천하 평안하다고 전쟁 잊으면 위태로워진다

글/이정랑((중국 고전 연구가) | 기사입력 2018/12/12 [11:03]

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今疏通 14. 거안사위(居安思危)

천하 평안하다고 전쟁 잊으면 위태로워진다

글/이정랑((중국 고전 연구가) | 입력 : 2018/12/12 [11:03]

지도자는 소속한 사람에 대해 ‘거안사위’의 사상교육 시켜야
적당한 긴장감 갖고 최선의 노력 다함으로써 필승의 위치에

 

▲ 모름지기 지도자들은 수시로 소속한 사람에 대해 ‘거안사위’의 사상교육을 시켜두어야만 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춘추시대 송·제·진(晉)·위(衛) 등 12국은 연합군을 결성하여 정나라를 포위 공격했다. 당황한 정나라는 12국 중 최강국인 진나라에 강화를 요청했다. 진나라는 동의했고 나머지 11국도 진공을 멈추었다.


정나라는 진나라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대량의 예물을 보냈다. 예물에는 이름난 악사 3인과 기갑병에 어울리는 전차와 다른 종류의 전차100량, 춤추고 노래하는 가녀 16인 그리고 많은 종류의 악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진나라의 군주 도공(悼公)은 예물을 받고 몹시 기뻐했다. 그는 가녀의 절반인 8인을 공신 위강(魏絳)에게 주며 말했다.

 

평안할 때 위기 생각해야


“몇 년간 공이 나를 위해 치밀한 계획과 전략을 세워주었기에 지금 이렇듯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소 음악의 화음이 어울리듯 정말 좋구려. 이제 우리 함께 즐겨봅시다!”


그러나 위강은 도공의 선물을 사절하면서 도공에게 충고를 했다. 위강의 충고는 ‘좌전’(기원전 562년 양공 11년조)에 실려 있는데, 그 대의는 이렇다.


지금 진나라의 사정이 이렇게 순조로운 것은 첫째로 왕의 능력 때문이며, 그 다음이 동료들이 한마음이 되어 노력했기 때문이다. 나 개인에게 무슨 공이 있는가? 지금은 편안하고 즐거움을 누리고 있지만, 국가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음을 생각하기 바란다.


이와 관련하여 ‘서경(書經)’ ‘상서(商書)?설명(說命)」’(중편)에 나오는 “모든 일에 준비가 있어야 하며, 준비가 있으면 모든 근심 걱정을 미리 막을 수 있다”는 말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거안사위’는 편안할 때 발생 가능한 위기를 생각해야 함을 알려준다. 경계하면 준비가 있고, 준비가 있으면 돌발적인 재난을 면할 수 있으니 이를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한다.


역대의 사서 책에도 ‘거안사위’의 중요성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천하가 평안하다 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로워진다.[‘한서’ ‘식부궁전(息夫躬傳)’]
-나라가 강하다고 전쟁을 좋아하면 망할 수밖에 없고, 천하가 평안하다고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로워진다.[‘사마법(司馬法)’ ‘인본(仁本)’]
-군대를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쓰지 않을 수 있지만, 단 하루도 잊어서는 안 된다.[‘갈관자(?冠子)’]
-병을 잘 활용하는 자는 난이 일어나기 전에 난을 방지하며 위급하기 전에 위급함에 대비한다.[허동(許洞), ‘호령경(虎鈴經)’]


역사는 증명한다. ‘거안사위’는 약소국이 전쟁에 직면해서 위협을 받을 때도 중요하지만, 전쟁의 위협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국가나 강대국에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것을.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 소련이나 프랑스 등은 모두 세계 열강에 속하는 국가였다. 그러나 나치 독일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다가 엄청난 국난을 맞이해야 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도 2차 세계대전 초기에 경계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진주만을 기습당했다. 전후 일부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일본이 1941년 12월7일 진주만을 기습하기 3개월 전에 미국 정보기관은 주미 일본대사관과 하와이 주재 영사관이 도쿄와 빈번한 외교 문서를 주고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공문들을 번역해보니 그중에 일본이 태평양 지구를 침략할 의도를 갖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전하는 자료도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물론 진주만에 대한 기습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미국 군부는 일본과 소련 사이에만 전쟁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 이 정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평화에 대해 주관적인 환상을 품고 있던 많은 미국인들은 싸움을 원하지 않았고, 다른 나라가 자신들을 공격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루스벨트 대통령 같은 선견지명이 있는 정책 결정자도 일본의 미국에 대한 공격을 간파하고도 그냥 내버려두는 바람에 피의 교훈을 맛보아야 했다.

 

‘거안사위’의 사상교육 필요


1973년 10월6일 터진 제4차 중동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전쟁이 터지기 5일 전인 10월1일, 시나이 반도 정면을 방어하는 이스라엘군 정보국의 한 중위는 정보 부장에게 군사 상황을 보고하면서, 이집트 군이 운하 서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동안으로 진군할 것 같다며 그에 상응하는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보부장은 참모 본부에서 이집트 군의 상황을 ‘추계 예행 훈련’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보잘 것 없는 인물’의 보고를 ‘쓸데없는 소리’라며 일축해 버리고는 금고에 처박아두었다. 전쟁이 끝난 후 이스라엘 당국은 전쟁 초반에 기습을 당해 열세에 몰렸던 원인을 조사하다가 금고에서 이 군사 정보를 찾아냈다.


무수한 사실들이 정과 반의 두 방면에서 증명해 주고 있다. 지도자들은 수시로 소속한 사람에 대해 ‘거안사위’의 사상교육을 시켜두어야만, 모두가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함으로써 필승의 위치에 설 수 있다.
"반드시 기억하라! 우리가 언제든지 각종 침략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이 같은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할 것이다"(레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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