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계홍의 노·변·정·담

“질병 신음하는 북한 주민에게 치료제 보내자”

글/이계홍(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12/19 [10:59]

칼럼니스트 이계홍의 노·변·정·담

“질병 신음하는 북한 주민에게 치료제 보내자”

글/이계홍(칼럼니스트) | 입력 : 2018/12/19 [10:59]

북한의 어린이 발육 부진과 주민의 높은 유병률은 한민족의 종(種)을 변형시킬 수 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상태가 10~20년만 지속되면 북한 주민의 모습이 완전히 변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 주민의 영양 상태가 불량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십 년째 이어져오는 극심한 식량난과, 그로 인해 주민이 영양실조에 걸려 빈혈과 발육부진 문제가 심각하며, 저항력 부족으로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성적인 식량부족은 북한의 핵개발 이후 미국과 유엔의 북한 제재와 자체의 생산성 부족 때문일 것이다.


 

북한 사망원인 중 감염병 비율 31%…기생충 감염률 남한 12배
북한 사람들 질병 시달리면 남한 사람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어

 

▲ 북한은 영양실조로 인한 어린이 빈혈과 저체중 문제 등 심각한 문제를 겪는 26개국 중 하나로 발표되었다. 사진은 자전거를 애용하는 평양 시민들.    

 

지난 12월1일 2018년 세계영양보고서(2018 Global Nutrition Report)에 따르면, 북한은 영양실조로 인한 어린이 빈혈과 저체중 문제 등 심각한 문제를 겪는 26개국 중 하나로 발표되었다. 영양 상태가 안 좋으면 면역력과 저항력 저하로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그중 결핵은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영양보고서는 5세 미만 어린이의 발육 부진율이 북한은 27.9%로 동아시아 및 태평양 평균 12.2% 보다 약 2배 이상 높았다. 저체중 비율은 4%로 한국 1.2%에 비해 3배 이상 높았고, 동아시아 평균 2%보다 2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발육장애와 체중미달 상황은 다소 개선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 어린이 100명 중 25명이 빈혈을 앓고 있고, 최근에는 이 같은 감소세마저 둔화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발육부진과 빈혈 등 어린이의 영양실조 문제가 장기적으로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의료비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한 세미나에서 조원준 민주당 보건의료 전문위원은 “남북한의 기대 수명 차이는 12년이고, 성인 남성 평균 신장 차이도 15cm에 달한다. 북한의 영아 사망률은 남한의 7.6배이고, 결핵 환자 수는 13만 명 수준으로 남한의 3배를 넘는다. 북한 인구의 사망 원인 중 감염병 비율이 31%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생충 감염 비율은 남한의 12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질병에는 보수와 진보 없다


남북 정상이 올해 들어 세 차례 만나고, 북미 정상도 만났고, 앞으로도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다. 이를 위해 물밑에서 실무자들이 활발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그런 회담이 진척되고 안 되고를 떠나 주민의 질병을 고쳐주는 것은 보수와 진보, 강대국과 약소국을 떠나 인류애적 휴먼 정신으로 지금 당장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죽거나 병신 된 다음에 약을 보내준다고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병은 치료할 적기를 놓치면 그 인생이 망가지고, 사회적 비용은 가중된다.


주민이 굶주린 나머지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유병률이 높을 것이다. 식량을 주느니 마느니는 전략적 차원이라고 해도, 사경을 헤매는 환자 앞에서 약을 주느니 마느니로 잔머리 굴리는 것은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굶주린 자 앞에서 양양가 높은 쇠고기를 뜯고, 병든 자 앞에서 영양제 주사를 맞으며 호사를 부린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야만이다. 자칭 보수세력들이 북한 집단에 대결적인데, 보수주의란 이유야 어떻든 병들고 배고픈 자에게 따뜻한 밥을 차려주며 배려하는 것이 기본 가치다.


특히 병든 자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치는 것이 보수주의자의 진정한 모습이다. 그래서 보수주의는 영국 등 선진국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갖춘 자의 사회적 책무)의 주체란 점에서 존경받는 사상으로 일컬어진다. 건강한 공동체의 복락을 이끈다는 데서 따라붙는 칭송이다. 따라서 이것을 외면하면 보수라고 할 것이 없다. 그런데 북이 호전 집단이기 때문에 내친다고? 호전집단이기 때문에 배려해 보아라. 장검을 숨기고 있되 대결이 아니라 아량을 보이고 포용하고 어루만져준다면 진작에 머리 수그리고 들어왔을 것이다. 낭만적이거나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증명된 것이다.


남한은 세균성 질환이 줄어든 반면에 바이러스 질환들이 늘고 있다. 남한은 고도성장과 산업화에 따른 환경성 질환이고, 북한은 기생충과 세균감염에 의한 후진국형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북한은 영양실조가 많아 결핵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결핵은 세계 최악 수준이며, 약제가 잘 듣지 않는 난치성 결핵이 늘고 있다고 한다.


감염성 질병이란 병원균이 공중에 떠다닌다. 휴전선이 가로막혀 있다고 해서 결핵균 등 감염성 세균도 차단된다고 볼 수 없다. 조류독감의 병원체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철새가 옮기듯이 감염성 병균은 사람과 사람 사이는 물론, 짐승이나 공기로 매개될 수 있다. 국경 개념은 유병률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북한이 질병에 시달리면 남한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소나무의 재선충병과 같은 이치다.


그 해답들은 이미 나와 있다. 김정용 전 개성협력병원장은 한 세미나에서 “남북의 보건의료인과 의대생을 상대로 통일 대비 의학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나진·선봉 지역을 바이오 메디 클러스터 개발의 중심지로 삼아 거점 바이오 단지와 국제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보건의료 분야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정치 환경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한 협정을 맺고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했다.


김영훈 고려대 통일의학교실 주임교수는 “무엇보다 남북 전염병 핫라인을 개설하고 북한 주민의 건강과 질병 실태조사를 벌이고 남과 북이 공동으로 질병관리본부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요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은 “지금까지 수십 차례 북한에 다녀온 경험에 따르면, 북한 의료의 허리인 군 인민병원의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의료 기기가 부족하고 전기와 수도 사정도 열악하다. 한 병원에 가봤더니 ‘의사의 정성이 명약이다’라는 구호가 붙어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 상태라면 통일 후 북한 주민의 결핵 치료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갈 것”이라며 “내성이 많이 생겼고, 요양소 결핵환자들은 다제내성에 노출되어 있다. 결핵만을 다루는 공동기구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인 이사장은 “북한을 비하·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상을 소개하자면 마취 없이 담낭제거 수술을 하고, 수액을 맥주병에 담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지원을 받은 의료기관을 보면 북한에 지원만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진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백신 프로그램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기본적인 혈청 및 혈액 분석기기, X레이, 초음파 의료기기들이 공급되어야 한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 전력공급과 유수장치, 보다 위생적인 수술을 위한 인공호흡기와 마취의료기기 등이 지원되어야 한다. 기본적인 보완 이후 해외거주 남한 의사들 또는 국제 NGO를 통해 북한과 의료기술 노하우를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 이사장은 “의사로서 정치적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질병들은 종교, 정치, 인종 혹은 어떠한 다양성을 초월한 인류의 적이고 해결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다. 북한 질병 퇴치는 가장 확실한 통일 대비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남북에 비해 건강격차가 더 적고, 정보교류가 가능했던 독일도 통일 이후 20년이 지나서야 동독과 서독의 사망률이 비슷한 수준이 됐다"며 "건강격차가 크면 사회통합도 어렵다. 통일 전부터 건강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질병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에게 치료제를 보내주는 것은 가장 비정치적이면서 가장 현실적인 미리 온 통일이 될 것이다. 

 

khlee0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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