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가 다르고 끌림이 있다! 박물관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거기 가면 쌉쌀·쫄깃 문화와 역사가 보인다

정리/강지원 기자 | 기사입력 2018/12/19 [11:15]

깊이가 다르고 끌림이 있다! 박물관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거기 가면 쌉쌀·쫄깃 문화와 역사가 보인다

정리/강지원 기자 | 입력 : 2018/12/19 [11:15]

2012년 미국에서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8억5000만 명으로 스포츠 리그와 놀이공원 방문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았고, 영국에서는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적어도 한 번은 박물관을 방문했을 정도다. 이렇게 박물관 관람객이 늘어나는 이유는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진 덕이다. 더 넓고 다양한 세계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 교양인의 요구에 따라 오늘날의 박물관은 고리타분한 전시장이 아닌 역사 유물과 더불어 현대 미술, 예술, 과학을 관람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강좌나 어린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 등 그 관람 방식도 다양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문화생활의 지평은 큰 변화를 맞았다. 미술관, 갤러리 등 새롭고 인상적인 전시 공간이 많이 생겼고, 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무료나 할인된 관람료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도 시행되고 있다. 12월은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가장 바쁜 한 달이다. 그럴수록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금산인삼박물관은 달콤·쌉쌀 인삼의 100가지 매력 알려주는 곳
인삼 갈아 넣은 막걸리 한 잔에 수삼튀김 곁들이면 피로가 싹~


메밀가루 직접 반죽하고 전통방식 국수틀에 넣어 면 뽑는 체험
뽑아낸 면으로 즉석 막국수…웬만한 식당 못지않은 맛에 깜짝

 

1. 금산 인삼박물관


어느덧 12월이다. 혹한의 겨울이 다가오면, 체력 보충이 시급하다. 일상에 지친 심신의 기운을 돋우는 데 금산에서 키운 튼실한 인삼만한 게 또 있을까. 청정 자연에서 자란 최고의 약초, 인삼을 만나러 금산으로 떠나보자. 1500년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인삼 고을 금산에는 달콤하고 쌉싸름한 인삼의 100가지 매력을 알려주는 금산인삼관이 있다.

 

▲ 금산인삼관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역대 금산인삼축제 인삼왕선발대회 수상작 전시장이 눈에 띈다.    


금산인삼관은 ‘인삼 문화·역사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인삼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1층 금산인삼역사관에서 금산 인삼의 역사와 재배 과정 등을 체계적이고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다. 2층 인삼과학관은 인삼의 종류와 제조 과정, 성분과 효능까지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금산 인삼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곳이다. 인삼산업관은 세계의 인삼과 국내 인삼, 금산 인삼 제품 등 금산 인삼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3층 인삼음식관은 리얼하게 만든 음식 모형을 활용해 기발하고 친숙한 100여 가지 인삼 음식을 선보인다. 금산의 약초와 약초 산업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인삼약초관도 흥미롭다.


금산인삼관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인삼주가 담긴 병이 가득한 전시장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역대 금산인삼축제 인삼왕선발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2층 중앙에는 올해 수상작 15점을 전시 중이다. 금산에서 생산된 인삼 100여 점 가운데 금산인삼왕, 인삼대왕, 특이모형인삼, 미스터인삼, 미스인삼 등 5개 부문별로 3점(송·죽·매)을 선정한다. 사람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인삼(人蔘)이라 불리지만, 그 자태가 볼수록 신기하고 오묘하다. 청정 자연의 건강한 기운을 받아 자유롭고 아름다운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2층 중앙에 전시된 올해 인삼왕선발대회 수상작. 볼수록 재미있고 매력적이다.    


금산의 인삼 농가는 전체 농가 중 40%에 가깝다. 너른 논밭에 검은 차광막이 쳐진 곳은 모두 인삼 밭이다. 금산은 해발 400~700미터 산으로 둘러싸인 산간분지로, 토양이 비옥하고 일교차가 커서 반음지성 식물인 인삼 재배에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금산 인삼은 약리적 특성상 최고 수준에 이르는 7월부터 채취하고 10월 말까지 가공해 ‘여름 인삼’이라 불린다. 여름 인삼은 주성분인 사포닌 함량이 겨울에 재배한 인삼보다 월등히 높다. 수삼은 대개 4~6년 자란 것을 채취한다. 밭에서 캐내 말리지 않은 수삼은 수분 함량이 70% 이상이며, 모든 인삼 제품의 원료가 된다.

 

▲ 금산에 가면 최상급 수삼을 만날 수 있다.    


금산 인삼의 신비한 역사는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시대에 강 처사라는 선비가 모친의 병구완을 위해 밤낮 없이 기도하던 중, 효심에 감복한 산신령이 꿈에 나타나 명약을 알려준다. 붉은 열매 세 개가 달린 풀의 뿌리를 달여 약으로 쓰라는 처방대로 하니 모친의 병환이 씻은 듯이 나았다. 강 처사는 산삼의 종자로 인공 재배를 시작하여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하늘의 뜻과 땅의 기운, 사람의 정성이 만나 금산 인삼이 탄생한 것이다.


금산 인삼을 최고로 꼽는 이유가 있다. 금산은 1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인삼의 종주지다. 기후와 토양, 일교차 등 인삼 재배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춰, 단단하고 잔뿌리가 발달하여 사포닌 함량이 높은 고려인삼을 생산한다. 금산 인삼은 사포닌의 구성 비율이 조화롭고,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을 함유해 피로회복, 스트레스 완화, 면역력 증진, 혈액순환과 기억력 개선, 항산화 작용, 암세포 증식 억제, 혈당 강하 등에 우수한 것으로 검증됐다.


금산인삼관을 찾는 관람객이 특히 좋아하는 곳은 3층 인삼음식관이다. 인삼은 어느 음식에 넣어도 낯설지 않다. 인삼비빔밥, 인삼불고기, 인삼백김치, 인삼무구절판, 인삼타락죽 외에 인삼약과, 인삼삼색쌀다식, 인삼대추단자 등 전통적인 후식 상차림에도 잘 어울린다. 쇠고기 패티에 편으로 썬 인삼을 얹은 인삼라이스버거, 아삭한 인삼이 씹힐 것 같은 인삼도넛은 조리법이 궁금할 정도로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금산인삼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연중무휴)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금산인삼과 약초 상가가 밀집한 금산읍 중도리는 인삼약초거리다. 금산인삼약초시장은 서울 경동시장, 대구 약령시장과 더불어 전국 3대 약초 시장으로 꼽힌다. 전국에 유통되는 인삼 가운데 80%가 금산인삼약초시장에서 거래된다. 금산수삼센터, 금산수삼시장, 금산인삼종합쇼핑센터, 금산랜드 등에서 금산 인삼과 약재 수백 종이 거래된다. 인삼약초거리는 언제 가도 신선하고 좋은 인삼을 만날 수 있어 1년 365일 북적거린다.

 

▲ 손님의 요구에 따라 좋은 수삼을 추천해주는 금산수삼센터 상인.    


금산인삼약초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어디선가 고소한 튀김 냄새가 진동한다. 수삼 한 뿌리에 튀김옷을 입혀 통째로 튀기는데, 노란색에 통통한 모양이 먹음직스럽다. 인삼을 갈아 넣고 숙성시킨 인삼막걸리 한 잔에 바삭한 수삼튀김을 곁들이면 피로가 싹 풀린다. 수삼튀김 한 개에 1500원, 대접에 찰랑찰랑 담긴 인삼막걸리 한 잔에 1000원이다. 값은 저렴하고 맛은 고급스럽다.


날이 추워지면 뜨끈한 국물 생각이 절로 난다. 금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인 어죽은 인삼을 넣어 특별하다. 금강 상류의 맑은 물에서 자란 자연산 민물고기를 푹 고아낸 육수에 쌀과 국수, 수제비가 들어간다. 금강을 낀 제원면 천내리·저곡리·용화리 일대에 인삼어죽 식당이 모여 있는데, 이곳을 ‘인삼어죽마을’이라고 부른다. 제원면의 마달피가든, 원골식당, 저곡식당과 부리면의 다슬기가든, 적벽강가든 등은 어죽의 구수한 옛 맛을 이어가는 곳이다.


계절 따라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 하늘물빛정원은 LED 조명이 화려한 야경으로도 유명하다. 아름다운 장산저수지 주변에 허브와 열대식물 150여 종으로 꾸민 허브열대식물원, 전통참숯가마찜질방, 글램핑장, 펜션, 허브족욕카페 외에도 맛있는 식당과 커피숍이 늘어섰다. 장산저수지를 따라 물빛정원산책길, 호반숲산책길, 허브향내음산책길 등 여유롭게 걷기 좋은 산책로도 추천할 만하다.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은 온 가족이 책을 읽는 그림책 마을이다. 오후 4시30분을 의미하는 넉점반도서관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몰입하는’ 공간이다. 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그림책 200권이 주제별로 전시된다. 지하 1층 행복한도서관은 유아·아동 전용 도서관으로, 쾌적한 실내에서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다.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은 그림책과 함께 하룻밤 묵어가는 북 스테이도 운영한다(홈페이지에서 예약).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어린이·청소년 3000원이다.


<글·사진/민혜경(여행작가)>

 

2. 춘천 막국수박물관


겨울이 왔다.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여행할 만한 곳은 없을까, 온 가족이 즐거운 곳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강원도 춘천이다. 막국수와 닭갈비를 먹고 옛 간이역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번에는 막국수를 테마로 여행을 떠나보자. 춘천은 한국을 대표하는 면 요리 가운데 하나인 막국수의 고장이다. 여행객이 춘천의 별미로 꼽는 막국수는 오래전부터 주민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었다. 메밀을 많이 재배한 강원도에서 메밀 요리가 발달했는데, 막국수는 만들기 쉽고 먹을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에 별미이자 겨울을 나는 음식이었다.

 

▲ 막국수 이야기가 시작되는 메밀 씨앗.    


춘천에서 태어난 김유정의 소설에도 막국수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단편소설 〈산골 나그네〉에는 “금시로 날을 받아서 대례를 치렀다. 한편에서는 국수를 누른다. 잔치 보러 온 아낙네들은 국수 그릇을 얼른 받아서 후룩후룩 들이마시며 색시 잘났다고 추었다”는 구절이 있다.


〈솟〉에도 “저 건너 산 밑 국수집에는 아직도 마당의 불이 환하다. 아마 노름꾼들이 모여들어 국수를 눌러 먹고 있는 모양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 등장하는 ‘눌러 먹는 국수’가 막국수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는 반죽을 치대 점성이 높은 면을 뽑지만, 글루텐 성분이 거의 없는 메밀은 뜨거운 물을 넣어 치댄 반죽을 국수틀에 넣고 눌러서 면을 뺀다. 이 면에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는 것이 막국수다. 막국수의 ‘막’은 ‘지금, 바로, 마구’라는 뜻이다.


막국수를 테마로 한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은 건물부터 막국수를 뽑는 국수틀과 가마솥을 본떠 지었다. 박물관 1층은 전시관으로 꾸며, 춘천 막국수의 유래와 메밀 재배법, 막국수 조리 과정 등을 보여준다. 선조들이 국수를 만들 때 쓰던 디딜방아와 맷돌 등 각종 도구도 전시한다.

 

▲ 2층 체험장에서 국수틀에 매달린 아이들.    


문화해설사가 들려주는 막국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막국수를 여름 음식으로 생각하지만, 원래 겨울 음식입니다. 메밀은 가을에 수확하는데다 반죽을 직접 눌러서 만들다 보니, 농한기에 만들어 먹었죠.”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셰프 박찬일씨도 <노포의 장사법>에 막국수가 겨울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메밀은 대개 여름에 씨를 뿌려 늦가을에 거둔다. 그래서 자연스레 겨울이 제철이 된다. 대부분의 곡물이 그렇지만 메밀은 열에 아주 약하다. 겨울에 보관된 상태여야 제대로 맛을 낸다.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늦가을에 수확한 메밀을 1년 내내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렇다면 춘천 막국수는 언제부터 유래했을까. 해설사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고 설명한다. “춘천은 조선 시대부터 양구·화천·인제 등지에서 재배한 메밀을 한양으로 보내기 전에 모으는 곳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분소가 많았는데, 제분소 주변에서 메밀가루를 반죽해 눌러 먹던 것이 춘천 막국수가 됐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 역시 한 가지 설일 뿐입니다.”

 

1960년대 화전 정리법이 시행되면서 화전민이 동네로 내려와 먹고 살기 위해 막국수 집을 열었고, 1970년대 후반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마이카족’과 춘천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막국수가 대표적인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도 있다.


박물관 2층은 체험장이다. 관람객이 직접 메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틀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면을 뽑는다. 이 면으로 즉석에서 막국수를 만들어 먹는데, 웬만한 식당 못지않은 맛에 깜짝 놀란다.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이며, 월요일과 명절 연휴는 휴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이다(체험비 별도).

 

▲ 국수틀에서 나온 면을 뜨거운 물에 삶는다.    


자, 이제 박물관에서 나와 춘천 여행을 해보자. 김유정은 춘천을 대표하는 작가다. 짧은 생애를 살다 갔지만, 한국 문학사에 깊고 진한 발자국을 남겼다. 그의 고향이자 여러 작품의 배경이 된 신동면 증리(실레마을)에 김유정문학촌이 조성됐다. 생가와 전시관, 연못, 동상 등이 있는데 천천히 돌아보기 좋다.


문학촌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김유정역이 나온다. 원래 이름은 신남역인데, 김유정문학촌이 만들어지면서 김유정역으로 바꿨다. 김유정역 바로 옆에는 옛 기차역이 있다. 옛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역이라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으니 꼭 들러보시길.


저녁 무렵에는 소양강스카이워크로 발길을 돌리자. 스카이워크는 높은 곳에 투명한 바닥 구조물을 설치해 물 위나 하늘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설이다. 특히 저물녘에 노을 지는 풍광이 좋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은 아이들이 한번 들어가면 나오려고 하지 않는 곳이다. 디즈니의 〈인어공주〉 〈라이온 킹〉을 비롯해 〈마리 이야기〉 〈모노노케 히메〉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포스터와 주인공의 캐릭터 모형이 있다. 한국관, 북한관, 일본관, 유럽관, 미국관 등 나라별 전시관을 마련해 대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작품을 전시한다.


빵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대원당’으로, 1968년에 문을 열었다. 옛날에 먹던 맛이니 엄마 아빠에겐 추억이고, 아이에겐 다소 낯선 경험일 수도 있다. 달콤한 잼을 바른 맘모스빵과 부드러운 크림이 듬뿍 든 버터크림빵이 가장 인기다.


<글·사진/최갑수(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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