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원 판결문 통해서 본 어느 부부의 ‘사랑과 전쟁’

외도 아내에 냉랭…그 남편 이혼감일까, 아닐까?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8/12/26 [09:48]

가정법원 판결문 통해서 본 어느 부부의 ‘사랑과 전쟁’

외도 아내에 냉랭…그 남편 이혼감일까, 아닐까?

송경 기자 | 입력 : 2018/12/26 [09:48]

지난해 입건된 데이트 폭력 피의자들을 혐의별로 살펴보면 폭행·상해가 73.3%(7,552명)로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감금·협박 등이 11.5%(1189명), 스토킹, 주거 침입, 명예훼손 등을 포함한 경범 등 기타 혐의가 1.3%(138명), 성폭력 0.5%(50명)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17명(0.17%)이었고 살인 미수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50명(0.5%)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데이트 폭력과 이별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사법당국은 피해자를 촬영한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는 등 악질 데이트 폭력범에 대해선 가중해서 처벌할 수 있는 ‘삼진 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인이나 부부 간의 사랑에 금이 가거나 첨예한 갈등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부지기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기도 한다. 그래서 법원 판결문에는 남녀 간의 사랑으로 생긴 온갖 어지러운 정에 의해 벌어진 치정극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최근 판결문에 비친 어느 부부의 사랑과 전쟁 이면을 들춰본다.

 


 

아내 외도에 불만 품은 남편 ‘싸늘’…집 나간 아내 이혼소송
재판부 “그 남편 부부관계 회복 위해 노력” 이혼청구 기각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한집에 살던 부부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는 사연은 가지가지다.    

 

아내가 경제적인 문제로 남편에게 큰 불만을 품고 집을 나갔고, 집을 나간 직후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남편은 이혼에 반대하며 아내와의 관계 회복을 원한다는 의사를 줄기차게 표시하는 등 아내의 경제적인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다.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 실질적인 퇴직연금의 1/2 상당액을 매월 지급하고, 일부 부동산의 소유권을 아내 앞으로 이전하는 등 화해권고 결정을 수용하려고 했다.


아내도 남편으로부터 실질적인 퇴직연금의 1/2이 아니라 150만 원을 매월 수령하기를 희망하는 이외에는 화해권고 결정 내용을 수용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남편은 별거에 들어간 이후 올해 9월까지 아내에게 4000만 원을 지급하고, 아내로 하여금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아내의 병원비, 생활비 등을 지원했다.
이런 경우 재판부는 아내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일까, 이혼에 반대하는 남편의 손을 들어줄까.


최근 부산가정법원은 “여러 가지 정황을 참작할 때, 아내와 남편의 부부관계는 회복될 여지가 있고, 남편이 부부관계 회복을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아내와 남편의 혼인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되었음을 전제로 한 아내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아내의 이혼 청구를 ‘이유 없음’으로 기각했다.


두 부부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E씨와 F씨는 1981년 6월3일 혼인신고를 했으며, 슬하에 2명의 딸을 두었다. 아내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인정사실에 따르면 남편은 혼인 초 또는 자녀들이 어렸을 때 몇 차례 아내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크게 상처를 받은 아내는 친척들 모임에서 남편의 비하 발언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며 남편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아내는 1991년 남편에게 집에 놀러온 친구들에게 인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냈다. 이후 남편이 여러 번 사과를 해도 아내가 화를 풀지 않자 싸운 지 3일째 되는 날 밥그릇을 던졌는데 아내가 밥그릇에 맞으면서 팔꿈치의 힘줄이 끊어지는 상해를 입었다.


아내는 2000년대 초반 사교춤을 추러 가서 만난 남자와 수년간 외도를 했고, 그 남자의 요구로 남자에게 돈을 건네기도 했다. 남편이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아내는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남편은 명예 및 자녀들의 장래 문제 등으로 이혼을 하지 않고 함께 지냈다. 아내는 외도에 대해 반성하면서 이전보다 충실하게 가정생활을 했으나, 남편은 아내와 같이 식사도 하지 않는 등 아내를 냉담하게 대했다.


남편은 아내가 외도 상대방에게 돈을 빼앗기고, 재산관리도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06년경부터 가정 경제를 관리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생활비, 경조사비만 주다가, 자녀들의 조언을 듣고 용돈으로 월 20만 원을 주었다. 아내는 남편이 몇 차례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자 소비에 제약을 받는 것을 답답해하며 남편에게 월 100만 원의 용돈을 달라고 계속 요구했다. 남편은 결국 아내의 용돈을 월 40만 원으로만 증액했다.


아내는 남편이 가정 경제를 통제하여 개인적인 소비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것에 강한 불만을 품었고, 사촌동생을 통해 남편를 설득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2017년 3월19일경 집을 나갔다. 이후 현재까지 아내와 남편은 별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원은 아내의 이혼 청구에 관해 어떤 판단을 하게 됐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재판부는 “남편이 과거에 아내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했으나, 이는 20년도 더 지난 일이어서 혼인파탄의 사유로 삼기 어렵고, 남편의 일방적인 잘못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남편이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약 10년 동안 아내를 냉담하게 대한 것은 잘못이지만, 남편이 아내의 외도로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아내가 집을 나간 결정적인 계기는 남편이 가정 경제를 관리하면서 아내에게 월 40만 원의 용돈만 주었기 때문인데, 아내가 수령하는 월 40만 원은 생활비가 아니라 순수한 용돈이므로 적은 금액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하면, 남편을 일방적인 유책배우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아내와 남편은 혼인기간 동안 성격과 가치관 차이 및 아내의 외도로 인한 갈등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해 부부관계가 악화된 것이지, 아내와 남편 중 어느 일방의 잘못으로 부부관계가 악화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편을 일방적인 유책배우자라고 할 수 없지만, 아내와 남편 쌍방의 잘못으로 부부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어 혼인관계가 파탄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아내의 이혼 청구 자체는 이유 있으므로, 아내와 남편의 혼인관계가 파탄 상태에 있는지 살펴본다”고 밝히면서 “아내가 경제적인 문제로 남편에게 큰 불만을 가지고 집을 나갔고, 집을 나간 직후에 이혼 소송을 제기한 점, 남편은 일관하여 아내와의 관계 회복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아내의 경제적인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여 아내에게 실질적인 퇴직연금의 1/2 상당액을 매월 지급하고, 일부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을 수용하려고 한 점, 아내도 남편으로부터 실질적인 퇴직연금의 1/2이 아니라 150만 원을 매월 수령하기를 희망하는 이외에는 화해권고결정 내용을 수용할 의사가 있었던 점 등을 참작할 때, 아내와 남편의 부부관계는 회복될 여지가 있고, 남편이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인정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아내와 남편의 혼인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상태에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되었음을 전제로 한 아내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남편의 유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음을 전제로 한 위자료 청구와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청구는 살펴볼 이유가 없다”면서 아내의 이혼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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