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계홍의 노·변·정·담

“DMZ 456km 철책선 따라 평화의 순례길 만들자”

글/이계홍(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1/02 [13:01]

칼럼니스트 이계홍의 노·변·정·담

“DMZ 456km 철책선 따라 평화의 순례길 만들자”

글/이계홍(칼럼니스트) | 입력 : 2019/01/02 [13:01]

일상에 지치고, 자기 생의 쉼표가 절실할 때 찾는 곳,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스페인 국경지대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약 807km의 길이다.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자기 생의 의미를 찾아 고행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해서 유명한 순례길로 알려져 있다. 40일 다녀오는 동안 4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건강도 중요한 현실적 요인이어서 70 나이 먹도록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이 가여워서 나를 위로해주고 싶을 때 한 번 순례에 나서고 싶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 때문에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비무장지대 횡단하는 길 말고 복원·치유 콘셉트 넣어야
지구촌 마지막 냉전 해체 현장에 인류 모두의 평화공간 조성을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에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순례길이 열린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서해안 강화도에서 동해안 강원도 고성까지 456km에 이르는 비무장지대를 횡단하는 순례길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생태·역사 관광과 분단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 산티아고 가는 길보다 역사적 가치와 의미, 평화를 전하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DMZ는 인류 모두의 평화 공간으로 제공될 권리가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필자는 이 소식을 듣고, 산티아고가 아니라도 우리 역사를 돌아보고, 분단 현실을 성찰하고, 그러면서 자신과 조국의 미래를 그려보는 의미 있는 순례길이 열린다고 반가워했다. 민족의 수난과 고통을 음미하며 내일을 설계하는 순례길이야말로 우리가 가고자 했던 길이 아닌가.

 

복원과 치유의 길 조성을


비무장지대는 분단의 고통과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한민족 현대사 박물관이다. 1945년 그어진 38선부터 시작하면 74년 동안 길이 막혔다. 한국전 이후 200만 명의 젊은이가 중화기로 무장한 채 서로 증오하며 대치했다. 5000년 우리 역사에 이런 비극이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대치 결과 생태계가 온전하게 보존되었다. DMZ는 1953년 한국전 정전협정에 의해 남북 군사분계선이 그어져 남북으로 각각 2㎞씩 폭 4㎞에 걸쳐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설치됐다. 해방과 함께 그어진 38선의 기초 위에서 그어진 것이니 74년간 막힌 금단선이다.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선사시대부터 6·25 전쟁까지 역사·문화·안보자원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세계에 이런 자연자원은 없을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단순한 관광 차원, 안보교육장 차원으로 관리해선 안 된다. 그러기엔 너무나 엄청난 대가를 치른 한민족의 고귀한 유산이다. 인류 마지막 냉전 해체의 현장을 ‘코리아 피스 로드(Korea Peace Road)’로 만들어야 할 이유다.


개발의 개념이 아니라 기억하고 성찰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상업적 포퓰리즘이 이 길을 오염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성미 급한 사람들, 투자 개념에 몰두한 장사꾼들이 투기상품으로 기웃거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래서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개발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전문가 집단을 통한 DMZ 디자인단을 구성해 456km을 설계하기 바란다. 정교한 계획을 세워서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이 참여하도록 하는 원대한 구상이다.


DMZ 순례길은 파괴가 아니라 복원이며 치유하는 콘셉트로 조성하기 바란다. 남북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참여해 평화를 생각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통일을 여는 길이며, 더 이상 전쟁으로 인한 비극이 없도록 막아주는 방어막이며, 그래서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보다 가치 있는 역사적인 명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물론 분단현장과 생태·역사·문화·자연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관광자원으로 개발하여 지역경제도 이익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평화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이 길이 조성되면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해 25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매년 600만 명이 방문해 1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의 모순을 압축하고 있는 DMZ 순례길은 단순한 영적 신앙 체험 로드인 산타아고로 가는 길보다 수십 배의 뜻과 가치가 있다. 냉전 해체 상징 등 정교한 매뉴얼 개발로 세계인을 부르면 산티아고 가는 길보다 수십 배의 역사적 가치와 평화담론 형성과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함께 만드는 순례길


DMZ 평화 순례길은 북한과 함께 설계해 공영화 사업으로 추진하기를 바란다. 남북이 이것부터 시범 추진하는 것이다. 이익도 함께하면 된다. 지금은 우리 측에 의해 남방한계선 이남을 중심으로 순례길을 만들지만, 앞으로 DMZ 내에 남북이 함께 순례길을 만들어 평화의 길을 조성하면 남북화해와 함께 대치 국면은 자연 소멸될 것이다. 남북의 젊은 군사들이 중화기 무기를 드는 대신 삽을 들 수 있는 분위기가 성숙될 것이다.


물론 방해세력도 있다. 토 달고 다리 걸고 방해하는 대결세력이다. 그러나 대세는 평화다. 의연하게 이들을 타고 넘어야 한다. 외국세력이든 국내세력이든 밟고 나가야 한다. 주춤하면 ‘기회다’ 하고 덮쳐올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모든 평화세력이 연대해 당당히 걸어가면, 그들도 결국은 대오에 합류해올 것이다. 왜냐하면 이 길이 옳고,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들의 '고유 상품'인 “평화는 맞지만” 하면서 디테일을 갖고 다리를 걸고 나올 때, 용기 있게 가차없이 부숴버려야 한다. 위선은 위선일 뿐이다. 그러니 연대하고 단합하고 결속해야 한다. 냉전세력의 힘은  막강하고 오만하고 잔인하고 교활하다.


비무장지대의 지뢰제거 등 위험물을 제거하기 바란다. 지금도 미확인 지뢰지대가 널려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적대 지역이었으니 쌍방이 대결하던 시대에, 얼마나 많은 지뢰들을 매설했을 것인가.


명실공히 DMZ를 세계적 순례길로 조성하기를 바란다. 산티아고 가는 길보다 역사적 가치와 의미, 평화를 전하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DMZ는 인류 모두의 평화 공간으로 제공될 권리가 있다. 동서를 관통하는 456km의 비무장지대는 우리 민족의 숨통을 끊은 아픔과 고통과 한이 서린 땅이다. 남북이 상호 적대적이고 대결적인 증오와 저주, 죽음의 임계철선이었던 이곳을 인류에 평화의 선물로 헌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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