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포통장 유통 실상 이 지경!

대포통장 5만개 암시장 거래…“너무 많아 당황하셨어요?”

취재/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4/03/31 [11:44]

대한민국 대포통장 유통 실상 이 지경!

대포통장 5만개 암시장 거래…“너무 많아 당황하셨어요?”

취재/이상호 기자 | 입력 : 2014/03/31 [11:44]
일반인 무방비 노출…대출 사기·보이스피싱 등 피해 잇달아
“미성년자도 괜찮아” 용돈 주고 고딩 포섭해 대포통장 악용

▲ 사진은 대포통장 실태에 대해 보도하는 SBS 뉴스 화면 갈무리.     © 사진출처=SBS
“대한민국에 대포통장 주의령이 내려졌다!” 타인 명의를 도용한 대포통장이 활개를 치며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매년 5만여 명의 명의로 대포통장이 개설된다는 금융당국의 통계에서 보듯이, 일반인들이 대포통장 이용 범죄의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경찰이 지난 2월 하순부터 대포통장·대포폰·대포차 등 3대 대포물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대포통장 이용 범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포통장 적발건수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피싱 사기 피해금 환급이 시작된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피싱 사기에 4만9000개의 대포통장이 이용됐다. 명의자 역시 4만5000명에 이른다.


취재/이상호 기자
“나이·직장에 관계없이 은행거래에 문제가 없다면 누구라도 가능합니다. 미성년자도 괜찮으니까 급하게 돈 필요한 분들은 주저 말고 연락 주세요. 현금으로 지급하며, 통장 1개당 월 60만~80만원, 주 15만원을 드립니다. 1명 명의로 된 통장을 2개까지 매입합니다.”
“저희는 언제나 안전만을 생각합니다. 사장님들의 조건을 최대한 맞춰드립니다. 항상 빠른 퀵서비스로 배송해 드립니다. 금방 정지되는 쓰레기 통장은 팔지 않습니다. 대리인출 작업도 해드립니다. 일반(공인인증서 등이 포함된) 풀옵션으로 개인통장과 법인통장이 있습니다. 일반통장은 피싱으로 쓰기 좋습니다. 풀옵션 통장은 개인 용도로 오래 쓰기 좋습니다. 인터넷뱅킹·알리미 기본 옵션에 1인 1계좌로 안전합니다.”


저축은행 대출 담당자로 사칭
최근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 180여 명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되판 일당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180여 개의 대포통장을 유통한 최모(33)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김모(32)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개인정보와 대포통장을 매입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원 2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최씨 등은 지난 2월5일부터 최근까지 저신용 등으로 대출이 거절된 2200명의 개인정보를 2000만원에 건네받아 전화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꼬드겨 180명으로부터 통장을 취득해 이를 개당 40만원에 되팔아 7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저축은행 대출 담당자로 사칭해 전화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현혹한 뒤 피해자들에게 통장사본과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대포통장을 건네받은 보이스피싱 조직은 75건의 대출 사기를 벌여 10억 여원 이상의 2차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경찰은 밝혔다.
같은 날 경남 창원에서는 대출광고를 보고 찾아온 대출 신청자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대포통장을 만들고 유령회사까지 차려 인터넷 쇼핑몰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창원서부경찰서는 타인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고 인터넷 물품 거래사기와 대포통장 판매 등으로 억대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장모(33)씨와 임모(43)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부산시 수영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린 뒤 인터넷 허위광고를 접하고 대출 받으러 온 피해자들에게 건네받은 주민등록증 사본과 인감증명서, 도장 등으로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만들어 보이스피싱 조직과 대출사기단에 팔아 8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정작 피해자들은 ‘신용도가 낮아 어렵다’며 대출을 거부당했다.
또 피해자들의 명의로 유령회사를 사들여 통신판매업으로 신고한 후 ‘해외 유명 유모차를 직구(해외 직접구매)로 구입해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광고를 띄워 출산을 앞둔 구모(33·여)씨 등 주부 50여 명으로부터 3100만원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대포통장 유통이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지기도…2차 피해까지
금융당국 4월까지 대포통장과의 전쟁 선포…적발건수도 급증



대포통장 넘겨받아 중국에서 범죄
지난 3월12일에는 중국 국적의 20대 조선족으로 결성된 보이스피싱 일당이 서울에서 검거됐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조선족 김모(24)씨 등 4명을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중국 총책인 손모(26)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김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3월5일까지 3개월 여간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대포통장을 넘겨받아 피해자들로부터 입금 받은 2억7000만원(17건)을 서울 도심 일대의 현금인출기(ATM)에서 인출한 뒤 다시 중국에 송금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범죄를 포함하면 김씨 등이 건네받은 대포통장은 총 216개에 달하며, 피해액만 15억8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중국 총책인 손씨가 피해자들에게 금융기관을 사칭하거나 납치를 빙자한 사기 전화를 걸어 대포통장으로 돈을 입금 받으면 즉시 ATM에서 돈을 인출·송금했다. 송금 전 인출금액의 1~2%를 수당으로 챙겼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QQ’를 사용해 총책 손씨로부터 지시를 받았으며, 신분이 노출될 것을 염려해 손오공·저팔계·삼장법사·우마왕·백룡 등 별칭을 정하고 상황에 따라 인출책·송금책 역할을 분담하거나 협업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송금 과정에서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환전상을 통해 600만원 이하로 보내거나, 손씨로부터 전달받은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국내 대포통장에 무통장 입금한 뒤 재송금하는 수법을 쓰는 치밀함도 보였다.
지난해 말에는 중·고등학생들로부터 대포통장을 사들여 보이스피싱에 이용한 일당을 검거된 적도 있다. 자신 명의의 통장을 팔아넘긴 피의자 21명 중 이모(18)군 등 10대 청소년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적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포통장을 이용한 악질 범죄가 기승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노숙자에게 돈 몇 만원을 쥐어주고 통장을 만들어 팔도록 했던 것은 옛날 이야기다. 최근에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대포통장을 만들어 사고 팔 수 있을 정도로 유통시장이 활성화됐다.
대출 사기로 대포통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유령 금융업체를 차려놓고 대출을 해주겠다며 통장과 현금카드를 받아 가로채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수법이다.
법인 대포통장은 조직적으로 만들어진다. 일부 범죄조직은 유령회사를 차려 법인 등록을 하고, 법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유통시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시골에서 노인들에게 통장을 만들어주면 몇 십만원을 주겠다고 유혹해 통장을 발급하게 하고 가로채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통장은 유통조직을 거쳐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업자, 금융 사기범 등 범죄자들에게 공급된다.


연간 대포통장 5만개 이상 범죄활용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포통장 적발건수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연간 약 5만개 이상의 대포통장이 범죄에 활용되고 있다.
피싱 사기 피해금 환급이 시작된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피싱 사기에 4만9000개의 대포통장이 이용됐다. 명의자 역시 4만5000명에 이른다.
대출빙자 사기에도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5만5000개의 통장이 사용돼 지급정지 조치를 당했다.
대포통장 적발건수는 △2012년 상반기 2만4523건 △2012년 하반기 1만9016건 △2013년 상반기 2만2524건 △2013년 하반기 2만8136건 등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년간 10만 건에 육박하는 대포통장이 적발된 셈이다.
대포통장을 만들었다가 적발되면 1년간 계좌를 신규 개설할 수 없다. 1명의 명의로 1건의 통장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하면 전체인구(5000만명) 1000명 중 1명꼴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범죄자에게 넘긴 것이다.
금융당국은 대포통장 과다발급 금융사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포통장 발급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최근에는 새마을금고나 우체국 등 제2금융권에서 금융사기에 이용되는 대포통장 발급이 크게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포통장 발급을 억누르자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새마을금고의 대포통장 발급 비중은 8.6%, 우체국은 14.9%를 나타냈다. 이전 2년간 각각 2.4%, 1.5%의 수치를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금융회사 중 대포통장을 가장 많이 발급한 곳은 농협이었다. 농협회원조합(43.4%)과 농협은행(22.7%)에서 전체 대포통장 3개 중 2개가 발급됐다. 이 외에 국민은행(8.8%), 외환은행(2.9%)에서도 대포 통장이 발급됐다.
양현근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발급비중이 높은 농협에 대한 지도 이후 은행권의 대포통장 발급 비중은 지속 하락한 반면 새마을금고 및 우체국의 발급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은행권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에 따라 주요 발급처가 다른 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당국의 대책은?
대포통장 발급을 차단하면 피싱과 스미싱 등 금융범죄를 차단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때문에 수사당국과 금융당국은 대포통장을 막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당국은 2012년 11월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시행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대포통장 실태 분석을 통해 과다발급 금융회사에 대한 점검·업무협약 체결을 실시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신분증 진위확인서비스 도입 유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했다.
하지만 대포통장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포통장 명의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기 등을 당해 자신의 개인정보나 통장을 넘기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파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명의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암시장에서 통장,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등이 30만~80만원선에 유통되고 있다”며 “하지만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이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범죄의 숙주로 활용되고 있는 대포통장 발급을 차단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금융회사들에 대한 정밀 실태감시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은 은행권에 △신설법인의 단기간 내 다수 계좌개설 및 현금카드 발급 요청 △제3자를 동행한 예금계좌 개설 및 개설 통장 인계 △신원확인 회피를 위한 마스크·모자 착용 ▲노숙자·지적장애인 등과 제3자의 동행 등 의심거래가 발생할 경우 예금계좌 개설 목적이나 신원확인 등을 거쳐 통장 발급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또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검증 결과 대포통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계좌개설을 거부하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포통장 발급비중이 높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예금계좌 개설 실태,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현황, 자체감사 실시현황, 기타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노력 등을 점검할 것”이라며 “이행실태가 미흡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에 따른 엄정제재와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통해 내부통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현재 시행 중인 불법대부광고 등 불법행위 사용 전화번호 에 대한 ‘신속 이용정지제도’와 함께 대포통장의 발급·유통을 최대한 막아 각종 금융사기를 예방하겠다”며 “은행별로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세부 추진계획 등을 제출받아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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