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소원 빌기에 ‘딱~’ 긍정 기운 뿜어내는 여행지

통통 몸매 뽐내며 종종걸음…“복덩이 돼지 만나보자”

정리/강지원 기자 | 기사입력 2019/01/16 [11:46]

2019년 소원 빌기에 ‘딱~’ 긍정 기운 뿜어내는 여행지

통통 몸매 뽐내며 종종걸음…“복덩이 돼지 만나보자”

정리/강지원 기자 | 입력 : 2019/01/16 [11:46]

2019년 새해가 밝았고, 기해년(己亥年)이 시작됐다. 2018년 세모의 신문은 암울한 뉴스로 뒤덮였다. 경제면을 봐도, 정치면과 사회면을 봐도 속시원한 소식은 없고 우울한 뉴스가 넘쳐났다. 먹고 사는 문제가 진전되지 않아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져 간다지만,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 벽두에는 또다시 힘을 내자! 부와 건강을 상징한다는 황금돼지의 해인 2019년은 ‘좀더 나은 한 해’가 되길 기도하고 믿으면, 지난해보다는 풍요롭고 밝은 세상이 이뤄지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새해 첫 달에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진짜 돼지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특히나 돼지가 있는 향토공원에서 번영의 기운을 듬뿍 받은 후 타박타박 걷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면 겨울여행으로는 최고가 아니겠는가? 정월의 겨울 바람과 청량한 공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새해에는 복(福)이 오길 빌어보자.

 


 

흑돼지 20마리 미끄럼틀 올라가 신나게 내려오는 모습 ‘깜찍’
화려한 꽃터널 이룬 동백올레길 걷노라면 한겨울인지 헷갈려

 

남원 여행하다 보면 추어탕 다음으로 많은 곳이 ‘흑돼지’ 간판
실상사 절집은 고즈넉한 겨울정취 느끼며 마음 가다듬기 그만

 

1. 제주의 흑돼지


2019년은 기해년, 돼지해다. 그중에서도 60년에 한 번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라 하여 기대가 남다르다. 십간의 여섯 번째인 기(己)자가 오방색 중 황색에 해당하고, 십간과 십이지의 조합인 육십갑자로 연대를 표기할 때 60년 주기로 같은 해가 돌아오는 것. 예부터 돼지는 재물과 행운을 부르는 동물로 여겼고, 돼지꿈은 길몽이라 해서 크게 반겼다.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며 행복을 기원하는 첫 여행에서 복덩이 돼지를 만나보면 어떨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제주 속 작은 제주’라 할 만큼 제주다운 것을 한데 모은 향토공원이다. 휴애리는 쉴 휴(休), 사랑 애(愛), 마을 리(里) 자를 써서 ‘휴식과 사랑이 있는 곳’이라는 뜻. 봄 매화, 여름 수국, 가을 핑크뮬리, 겨울 동백 등 1년 내내 꽃이 피어 인기다. 제주의 독특한 주거 문화와 재래식 화장실, 물허벅, 묘를 보며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산 이들의 지혜도 배울 수 있다.

 

▲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의 인기 프로그램 ‘흑돼지야 놀자’에서 미끄럼 타는 새끼 돼지들을 볼 수 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즐겨 찾는 이곳에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미끄럼 타는 새끼 돼지를 만나는 ‘흑돼지야 놀자’다. 귀여운 흑돼지 20여 마리가 미끄럼틀에 아장아장 올라가 신나게 내려오는 모습이 깜찍해 엄마 미소가 절로 흐른다. 처음엔 아이들이나 좋아하겠거니 심드렁하던 어른도 까맣고 통통한 몸매를 뽐내며 종종걸음 치는 새끼 돼지를 보는 순간, 그 매력에 푹 빠진다. “돼지가 이렇게 귀여운 동물인지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대부분. 공연장 입구 무인 판매대에서 구입한 당근을 건네자,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모여든다.

 

▲ 공연을 마친 흑돼지에게 먹이 주는 가족.   


다음 출연자는 거위 떼다. 대기하던 새하얀 거위들이 뒤뚱뒤뚱 올라가 날개를 퍼덕이며 미끄럼 타는 모습이 진풍경이다. 소심한 거위 한 마리가 미끄럼틀 위에서 발을 내디딜까 말까 주춤거리자, 폭소와 응원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공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 시작한다. 흑돼지 모양 빵을 파는 매실토굴과 곤충테마관을 지나면 흑돼지쇼장이 있다.


감귤 체험 프로그램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1인당 5000원을 내면 달콤한 제주 감귤을 직접 따고, 맛보고, 가져갈 수 있다. 시간제한은 없다. 공원에 입장할 때 매표소에서 체험권을 구입하면 마을 농부의 감귤 밭에서 진행하는 감귤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요즘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동백꽃으로 온통 붉게 물들었다. 동백꽃은 제주의 대표적인 겨울 풍경이다. 화려한 꽃이 터널을 이룬 동백올레길을 걷다 보면 한겨울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 동백올레길과 동백정원 곳곳에 마련된 포토 존마다 가족, 연인과 추억을 남기려는 이들이 줄을 선다. 제주 전통 가옥을 활용해 만든 갤러리팡에서는 ‘휴애리 동백 사진전’이 한창이다. 2019년 1월31일까지 휴애리동백축제가 계속된다.

 

▲ 동백정원 곳곳에 마련된 포토 존.    


돼지는 재물과 복을 부른다는 상징적 의미 외에 가축으로도 큰 사랑을 받아왔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고 저렴한 돼지고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식재료. 특히 제주 재래종 흑돼지는 개량종 돼지보다 육질이 쫀득하고 풍미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기국수, 돔베고기, 몸국(모자반국) 등 돼지고기를 이용한 향토 음식이 여럿이다.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 가까운 표선면 가시리에 가면 제주 전통 순대를 넣은 순댓국을 맛볼 수 있다. 육수는 걸쭉하고 검붉은 색을 띠며, 선지에 메밀가루와 밀가루, 쌀을 넣어 만든 순대는 쫀득하고 찰기 있다. 선지로 착각할 만큼 색도 짙다. 두루치기도 인기 메뉴다. 버너에 고기 먼저 익히다가 채 썬 대파와 콩나물무침, 새콤한 무생채를 넣어 마저 익힌다. 상추에 고기와 채소, 함께 나온 멜젓(멸치젓)을 얹어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새해맞이 여행인 만큼 일정에 성산일출봉을 넣어보자. 성산일출봉은 제주의 다른 오름과 달리 해저에서 마그마가 분출해 생성된 수성 화산체다. 생성 당시에는 섬이었는데, 지금은 육지와 완전히 연결됐다. 매표소부터 가파른 계단으로 30여 분 오르면 정상이다.

 

▲ 새해맞이 여행에 제격인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에서 섭지코지가 가깝다. 코지는 제주어로 ‘곶’이다. 넓고 평평한 코지 언덕에 봉수대가 있고, 드넓은 유채 꽃밭이 펼쳐진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휘닉스아일랜드 글라스하우스와 휘닉스제주섭지코지유민미술관도 함께 둘러보자. 글라스하우스 2층 레스토랑에서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유민미술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미술관 매표소에서 패키지 입장권을 구입하면 전시 관람 후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 30분 거리에 자리한 본태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역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로,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상설 전시관인 3관이 인기다. 대표작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과 ‘노란 호박’을 볼 수 있다. 소반, 목가구, 보자기 등 한국 전통 공예품을 전시한 1관도 발길이 오래 머문다.


2001년 개관한 국내 최초 차 박물관, 오설록티뮤지엄에 들러보자.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실제 사용한 다구, 일본과 중국, 유럽의 아름다운 찻잔을 전시한다. 그날 덖은 차를 시음하고, 녹차를 이용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도 맛볼 수 있다.

 

<글·사진/이정화(여행작가)>

 

2. 남원의 돼지


‘남원’ 하면 반사적으로 춘향전이 떠오른다. 광한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 이야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춘향전과 광한루를 빼면 우리가 남원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러고 보니 추어탕도 있다. 어느 도시에 가나 ‘남원’ 간판을 단 추어탕집이 눈에 띈다. 그만큼 유명하다.


그렇다면 흑돼지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인 돼지 삼겹살, 그중에도 흑돼지 삼겹살이 가장 맛있다. 시장이나 마트 정육 코너에서 10~20% 비싸게 팔린다. 프리미엄이라는 말이다. 남원시는 흑돼지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 붉은빛이 도는 흑돼지고기.    

 

남원을 여행하다 보면 추어탕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식당이 ‘흑돼지’ 간판을 단 집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여행하는 재미의 반, 아니 그 이상은 식도락이다. 아무리 멋진 풍경을 만나도 맛없는 음식을 먹는 순간, 여행지가 그리 좋은 인상으로 남지 않는다. 남원에 왔다면 일단 흑돼지를 맛보고 여정을 떠나자.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 IC로 빠져나오면 길 양쪽에 흑돼지고기를 내는 집이 여럿 보인다. 이 가운데 한 식당은 버크셔종 흑돼지고기를 내놓는 곳으로 유명하다. 서울에서도 버크셔종으로 끓인 돼지국밥집이 인기다. 모둠구이를 주문하니 삼겹살과 목살, 앞다리,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이 담긴 쟁반이 나온다. “고기가 부드러워 목살에 칼집을 낼 필요가 없어요. 이 칼집은 보기 좋으라고 낸 겁니다.” 직원이 설명한다. “백돼지는 150~180일 키워서 도축합니다. 출하할 때 90kg 정도죠. 100kg이 넘으면 등 쪽 지방이 너무 두꺼워 상품 가치가 떨어집니다. 흑돼지는 200일 이상 지나야 그 크기가 나와요.” 비쌀 수밖에 없다.


붉은색이던 고기가 노릇하게 익어간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고 기름이 흘러나온다. “흑돼지는 백돼지와 달리 기름이 투명합니다. 연구 결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오리고기보다 많다고 하더라구요.” 고기가 어느 정도 익자 직원이 권한다. “조금 덜 익어도 됩니다. 쇠고기를 미디엄으로 익혀 먹잖아요. 그보다 살짝 더 익히면 됩니다.” 흑돼지고기는 완전히 익히지 말고, 적당히 붉은빛이 돌 때 먹으면 더 맛있다. 흑돼지고기는 포도당과 유리아미노산이 다른 돼지고기보다 풍부한데, 완전히 익히면 이 감칠맛이 사라진다.


앞다리와 뒷다리도 쫄깃하다. 이 부위는 질기고 푸석푸석해 대부분 찌개용으로 팔리지만, 흑돼지 다리는 구이용으로 판매된다. “다른 돼지고기보다 근섬유가 가늘고 촘촘히 박혀 더 부드럽다”는 것이 직원의 설명이다. 수육을 만들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육질이 부드러워 일반 돼지고기처럼 삶으면 살이 흐물흐물해진다. 조금 덜 삶는 것이 요령이다.


버크셔종으로 생햄도 만든다. 생햄은 스페인의 전통 음식 하몽이라고 보면 된다. 운봉읍 화수리에 하몽과 살라미를 만드는 곳이 있다. 돼지 몸무게의 30%를 차지하는 뒷다리. 후지라 불리는 이 살은 두루치기나 찌개에 넣는 싼 부위지만, 2년 정도 숙성을 거치면 최고급 식재료로 다시 태어난다. 짭짤하면서도 은근한 풍미에 자꾸 손이 간다.

 

▲ 흑돼지 생햄 숙성고.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늦가을에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인다. 이때 250~300일 되어 150kg 정도 나가는 암퇘지만 쓴다. 수퇘지는 살짝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천일염으로 한 달 정도 절인 뒤에는 깨끗이 씻어 염도를 낮춘다. 겨울에 온도 12℃, 습도 75~85%를 유지해야 풍미가 제대로 산다. 봄이 되고 기온이 20℃ 정도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발효가 시작된다. “돼지 지방을 녹여 겉에 바르는 작업도 중요해요. 너무 빨리 건조하면 껍데기가 딱딱해지고 속은 마르지 않기 때문이죠.” 생햄을 만드는 ‘솔향기’ 오인숙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만든 생햄은 다리 하나가 7kg으로 70만 원 선이다. 70g에 2만3000원 정도에 팔린다.


맛있는 흑돼지고기로 배가 부르면 본격적인 남원 여행에 나서보자. 남원에서 첫손에 꼽히는 명소는 광한루원이다. 요천 변에 자리한 광한루원은 광한루라는 누각과 연못, 그 연못 한가운데 있는 세 섬과 오작교 등으로 구성된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누원(樓園)이다. 1419년 황희 정승이 남원에 유배됐을 때 지은 ‘광통루’라는 누각이 시작. 이후 1444년(세종 26)에 하동 부원군 정인지가 ‘광한루’라 부르면서 지금까지 그 이름이 이어진다.


광한루원 건너편에 춘향테마파크가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 촬영세트장을 비롯해 만남의장, 맹약의장, 축제의장 등 춘향전을 테마별로 재현했다. 1km 남짓한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몽룡의 말고삐를 부여잡고 애원하는 춘향, 변 사또의 수청을 거부해 동헌에서 고초를 당하는 춘향, 방망이 들고 뛰는 포졸 등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산내면에 자리한 실상사에도 꼭 들러보자. 통일신라 때인 828년(흥덕왕 3)에 창건한 절집으로, 겨울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며 마음을 가다듬기에 좋다. 절에 들어서기 전에 석장승을 만난다. 만수천 해탈교 양쪽에 선 석장승 얼굴이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 겨울의 고즈넉한 정취가 느껴지는 실상사.    


추어탕은 흑돼지와 함께 남원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도 추어탕집은 ‘남원’이라는 간판을 단 경우가 많다. 그만큼 남원 추어탕의 맛을 높이 친다는 말일 게다. 광한루에서 국도17호선을 따라 곡성 방면으로 향하다 보면 2km 남짓한 도로변이 추어탕집으로 빼곡하다. 추어탕은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끓이는 음식이지만, 남원의 추어탕이 가장 대중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토종 미꾸라지와 정성스럽게 말린 우거지 등 좋은 재료와 남도의 손맛이 어우러진 남원 추어탕은 ‘맛의 명작’이라고 부를 만하다.


추어탕은 먹기 전에 산초 가루를 넣는다. 코가 먼저 맛을 느낀다. 들깨의 고소함과 미꾸라지의 구수함에 산초 가루의 톡 쏘는 향기가 가세한다. 추어탕을 먹다 보면 연신 땀이 흐르는데 속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양식이나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은 촌스러운 맛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 맛에서 예전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푸근함이 느껴진다.

 

<글·사진/최갑수(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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