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계홍의 노·변·정·담

“툭하면 사고나 치는 기초의회 이젠 없애자”

글/이계홍(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1/23 [09:24]

칼럼니스트 이계홍의 노·변·정·담

“툭하면 사고나 치는 기초의회 이젠 없애자”

글/이계홍(칼럼니스트) | 입력 : 2019/01/23 [09:24]

기초의원들 지역사회에서 군림하고 야합과 이권 개입 일쑤
광역의회·지방의회 중복 많고 해외 연수다운 출장 1% 불과

 

안하무인, 거드름, 오만, 이권 개입, 해외 연수로 포장된 해외 관광, 그리고 툭하면 싸움질…. 우리나라 기초의회의 풍경이다.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 부의장이 해외 연수 도중 가이드에 대한 가혹한 폭행 사실이 대대적으로 폭로된 바로 다음날인 1월9일 경북 시·군의회 의장들이 단체로 베트남 연수를 떠난 사실도 확인됐다.


도대체 염치라는 것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도의 일이라도 욕먹을 판에 같은 도의 기초의회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나 몰라라’ 하고 떠났다는 것은 한마디로 파렴치한 일이다.


포항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경북 18개 시·군의회 의장 18명은 1월9일 저녁 6시 출국했다. 이들은 3박 5일간 베트남에 머물면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지만 여론이 들끓자 일정을 하루 앞당겨 1월12일 부랴부랴 돌아왔다.


이를 보고 한 포항시민은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정치권의 외유성 해외 연수를 폐지해야 한다”며 “해외 연수를 떠났던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폭행 사건으로 예천군민은 물론 국민적인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평의원도 아닌 의장들이 연수를 떠났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분개했다.


말이 연수이지 사실은 관광차 여행을 갔다는 것은 그동안 의원 외유에서 흔히 보아온 일들이다. 박종철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가이드를 가혹하게 두들겨 패서 크게 부각되었을 뿐이지, 그동안 보아왔듯 이런 일은 항용 있어왔다.


이를 계기로 기초의회 폐지론이 확산되고 있다. 해온 일들이 지역사회 발전보다 군림하고 횡포를 부리며 갑질을 하는 지방 토호로 자리잡고, 끼리끼리 나눠먹는 야합과 이권 개입, 그것이 아니면 무한 반대와 주먹질이 난무하는 난투장화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초의원들의 자질이 문제니 기초의회의 품질이 형편없이 떨어졌을 것은 당연하다. 해외 사례에서 보면 기초의회는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장이고, 주민과 고장의 구석구석을 살펴 주민 삶에 보탬을 주는 기구다. 여기서 민주주의 기본을 배우고 추후 광역단체, 나아가 국회의원·대통령에도 진출하는 코스로 인식되고 있는데, 우리는 정반대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방의회는 지역민에 대한 봉사가 아니라 거드름 피우고, 오만하고, 이권을 나눠먹는 이권 단체화 했다. 이들은 대개 지역사회에서 부를 쌓거나 발이 넓은 사람이 입문하는 코스로 인식돼왔다. 진정으로 지역민을 사랑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인격자나 능력자는 ‘야바위’ 같은 선거풍토를 파고들 자리가 없다. 그래서 풀뿌리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비인격자들이 돈과 세, 어거지, 거친 기질을 이용해 들어가니 폐해들이 생겨난다. 양질의 사람이 의회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구조화해 버린 것이다.


그럴 바에는 기초의회를 과감히 폐지하는 것이 옳다. 우선 자질의 문제다. 그들을 배출하는 통로가 왜곡되어서 진정으로 민의의 대변자를 뽑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광역의원·기초의원의 역할이 비슷하고 지역구도 크기가 거의 유사하다.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굳이 비용을 들여서 같은 일을 하게 만들 이유는 없다고 본다. 기초의원·광역의원·국회의원 이렇게 성장하면 좋으련만 한국적 현실에서 기초의원은 시쳇말로 윗선의 ‘따까리’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해야 공천을 받는 데 유리할 것이다. 국회의원과 시장과 군수는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지불한다. 시장·군수는 또 지역 국회의원을 도와준 대가를 받는 구조가 되었다. 이러니 윗선에는 충성하지만, 정작 충성해야 할 지역민에게는 군림하며 갑질을 해도 무방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대도시와 지방은 다를 것이다. 대도시의 광역의회와 지방의회가 중복되지만, 반면에 지방은 시·군 지역이 광활하기 때문에 넓게 보면 중복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대도시 기초의회부터 폐지하는 실험을 해볼 수 있다. 대신 지역사회의 건강한 시민사회단체나 존경받는 인격자 및 명망가가 주민의회단으로 참여한다. 100명 정도 위원을 두어서 주요 안건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인다. 물론 철저히 봉사 차원에서 참여하도록 하고, 지자체장 소환제도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불필요한 해외 연수가 기초의회 해체의 본질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조건은 된다. 어느 언론매체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의원들의 해외 연수는 연수다운 것이 전체 여행의 1%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매뉴얼을 촘촘히 짜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그것이 그들 역할의 한 단면이고 상징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알 수 있는 법이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국회의원도 실무차 혹은 국익을 위해서 해외 연수를 가는지 냉철히 따져야 한다. 실무차 간다고 해도 보좌관들이 해외 자료를 인용해 베껴 쓰기를 하거나 이리저리 짜맞춰서 형식요건을 갖춘 경우가 많다. 다녀왔으면 실천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 실천하는 것은 별로 없으니 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유럽의 국회의원 활동상을 보면 대개는 명예직으로 봉사하는 국회의원이 많다. 약간의 수당을 받고, 자원봉사 차원에서 경륜을 살려 의회 일을 본다. 중심은 자신의 명예를 최우선시한다. 그런데 이 같은 관찰은 외면·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저 특권을 누리는 쪽만 연구하는 것 같다.


다시 돌아보건대 예천군의회 사건만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전국의 모든 기초의회 광역의회가 그런 폭발성을 갖고 있다. 이것이 예천군의회에 면죄부 주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러니 예천군의회부터 단호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khlee0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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