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인 식당주인, 혼인파탄 책임…대체 왜?

[법원 판결문 통해서 엿본 치사찬란 송사 속 남과 여]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2/11 [10:02]

가부장적인 식당주인, 혼인파탄 책임…대체 왜?

[법원 판결문 통해서 엿본 치사찬란 송사 속 남과 여]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2/11 [10:02]

육아·가사 노동 하찮게 여기고 아내에게 음식점 일 요구해 부부갈등 극심

자동차 문제 시비 끝에 남편이 생활비 끊자 친정 간 아내, 이혼소송 제기

 

2017년 입건된 데이트 폭력 피의자들을 혐의별로 살펴보면 폭행·상해가 73.3%(7552)로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감금·협박 등이 11.5%(1189), 스토킹, 주거 침입, 명예훼손 등을 포함한 경범 등 기타 혐의가 1.3%(138), 성폭력 0.5%(50)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17(0.17%)이었고 살인 미수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50(0.5%)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데이트 폭력과 이별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사법당국은 피해자를 촬영한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는 등 악질 데이트 폭력범에 대해선 가중해서 처벌할 수 있는 삼진 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인이나 부부 간의 사랑에 금이 가거나 첨예한 갈등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부지기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기도 한다. 그래서 이혼(離婚)의 또 다른 이름은 치부(恥部)’라는 사람도 있다. 법원 판결문에도 남녀 간의 사랑으로 생긴 온갖 어지러운 정에 의해 벌어진 치정극이 전쟁처럼 얽혀 있다. 법원 판결문에 비친 남녀 간의 사랑과 전쟁의 이면을 들춰본다.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한지붕 아래 살던 부부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기도 한다. 사진은 가정법원 입구 모습.<기사 속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면서 아내의 육아와 가사 노동을 하찮게 여기던 남편이 이혼을 당하고 아내에게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

 

 

D(원고, 아내)E(피고, 남편)201311월부터 동거했으며, 20143월 혼인신고를 했다. 이들 부부 사이에는 두 명의 자녀가 있다.

 

E씨는 20152월 중국 음식점을 개업했다. D씨는 어머니에게 첫째 아이를 맡기고 몇 개월 동안 음식점 카운터 업무를 도왔다. 그러나 어머니가 아이 돌보는 것을 너무 힘들어 하자 일을 그만두었다. 그러자 남편 E씨는 아내 D씨가 음식점 일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으며, 음식점 운영이 잘 되지 않을 때도 관심이 없고, 음식점을 개업한 후 소비가 늘었다는 이유로 불만이 많았다.

 

D씨는 남편으로부터 월 100만 원을 생활비로 받아 사용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가 생활비로 받은 현금을 대부분 친정 가족들과의 외식비, 택시비로 쓰고 신용카드로 과소비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E씨는 20166을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 욕설을 하면서 D씨의 뺨을 때렸다. E씨는 병원 치료를 받고 와서 하소연하는 아내에게 가장을 공경하고 섬겨야 가정이 편안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지경까지 올 수밖에 없다. 암탉이 크게 울면 침몰한다. 순종하고 항상 가장의 뜻이 먼저라고 생각해라라고 답했다.

 

아내는 자녀들을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외출하는 것에 불편을 느꼈고, 남편은 음식 재료를 구매하려면 자동차가 필요했다. 때문에 이들 부부는 자동차 사용 및 구입 문제로 의견 대립이 잦았다. 그러던 중 D씨가 20171월 친정 오빠로부터 자동차를 받아오자, 남편은 아내가 아이들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친정 식구들을 태워주려고 가져왔다며 불만이 많았다. 또한 아내의 자동차로 인해 기존에 운행하던 경차 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D씨에게 차량을 친정 오빠에게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D씨가 자동차 명의를 자신의 언니로 변경했으나, 남편은 계속하여 아내에게 자동차를 돌려주라고 요구했다. 또 자동차를 계속 가지고 있으면 생활비를 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D씨가 자동차를 가져온 것은 아이들을 병원과 어린이집에 편하게 데려다주기 위한 것이며, 기존처럼 월 100만 원의 생활비만 주면 된다며 설득했다. 그러나 E씨는 날 물주로 생각하지 말고 짐 싸서 너거 집 가라. 이혼밖엔 없군. 가정파탄은 다 니 책임이다라고 하면서 끝끝내 자동차를 돌려주라고 요구했다.

 

이렇듯 D씨와 E씨는 자동차 문제로 수개월 동안 계속 다투었고, 남편은 아내가 차량을 반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활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E씨가 20174월 이후 생활비를 주지 않자 D씨는 20176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별거 중이던 E씨는 아내를 집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 그리고 차도 가져오시오. 내년엔 당신과 나 둘이서만 가게를 운영할 것이오. 내년부터 애들 종일반 하고 당신이 여덟 시간만 해준다면 충분히 할 수 있소. 내가 쳐놓은 울타리만 넘지 마시오. 그럼 평생토록 평안할 것이오라는 문자를 보냈다.

 

아내는 아이들을 종일반에 보내도 6시에 마치며, 두 시간 동안 아이 둘을 돌보며 가게를 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애들을 아침에 보내고 나서 3시까지 가게 일을 하거나, 4시 이후에 아이들을 어머니께 부탁하고 일하겠다라고 하여 두 사람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결국 아내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남편이 이에 맞서 반소를 제기하면서 이들 부부의 사이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부산가정법원 윤재남 판사는 이들 부부의 혼인관계 파탄을 인정하면서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런 판단을 한 근거는 무엇일까.

 

윤 판사는 혼인관계 파탄 인정의 근거로 원고(D)와 피고(E)가 서로 본소, 반소를 청구하면서 이혼을 원하는 점, 원고와 피고가 20176월경부터 별거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두 사람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판시했다.

 

윤 판사는 결론적으로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은 E씨에게 있다면서 이 같은 판단을 내리게 된 과정을 길게 설명했다.

 

윤 판사는 원고와 피고가 20171월경부터 차량 문제로 다투다가 별거에 이르렀는데, 아내가 남편과 상의 없이 오빠의 차량을 이전받아온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피고가 3~4세의 어린 형제를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아내의 수고를 알고 자신의 차량을 사용하도록 배려했다면 아내가 오빠의 차량을 받아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아내가 남편이 원하는 만큼 음식점 일을 돕지 못했으나, 어린 연년생 형제를 키우는 아내가 가사와 육아 이외에 음식점 일까지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이는 점, 남편은 아내가 생활비, 차량을 친정 가족들을 위해 사용한다고 단정하여 아내를 서운하고 불쾌하게 한 점, 아내가 차량 문제로 인한 갈등이 생기기 전까지 남편이 주는 생활비 한도 내에서 남편에게 특별한 요구나 불평 없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면서 생활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남편은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자신의 수고와 노력만 중요시하고, 가사와 육아에 들이는 아내의 수고와 어려움은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면서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아내에게 자신이 정한 기준에 일방적으로 따를 것을 강요하면서 아내의 희생을 요구하여 부부 사이의 갈등이 극심해졌다고 인정된다면서 그러므로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은 E씨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윤 판사는 혼인파탄 경위와 책임 정도, 혼인기간과 별거기간, D씨와 E씨의 나이, 재산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남편이 아내에게 지급할 위자료 액수를 1500만 원으로 정했다.

 

아울러 이들 부부의 재산분할 비율을 원고(D) 20%, 피고(E) 80%로 정하면서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로 “E씨가 혼인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부산 ×××구 아파트를 201412500만 원에 매도하여 현재의 주거지 아파트 매수대금으로 사용한 점, 분할대상 적극재산의 취득 경위 및 이용 현황, 그 형성 및 유지에 대한 E씨의 기여 정도, 소득재산의 발생 경위, E씨의 나이, 직업, 혼인생활의 과정과 기간, 재산분할의 부양적 요소 등 여러 사정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아내를 두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면서 “E씨가 별거한 후 D씨가 자녀들을 양육하고 있는 점, 양육상황, 양육환경, 자녀들의 나이, 혼인파탄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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