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의미 집중분석

“분단한국 교황 방한 광화문 20만 모인다”

글/문일석(본지 발행인) | 기사입력 2014/06/23 [11:02]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의미 집중분석

“분단한국 교황 방한 광화문 20만 모인다”

글/문일석(본지 발행인) | 입력 : 2014/06/23 [11:02]

▲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8월14일부터 18일까지 방한한다. <사진출처=교황청 홈페이지>   

분단 69년, 교황 방한 남북통일에 기여 있기를…
광화문서 시복미사 집전 신도 20만명 모일 예정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의 정신적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14일부터 18일까지 방한한다. 지난 1984∼1989년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던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의 뒤를 이어, 교황의 두 번째 방한이다. 교황청은 교황의 방한에 대해 “교황 프란치스코는 한국을 사목방문 한다. 또한 정부는 교황에게 국빈 방문에 준하는 예우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교황 프란치스코는 8월14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주요 공직자들을 만나 연설할 계획이다. 이어 교황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주교단과 공식적으로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면서 “8월16일에는 교황이 한국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한다. 시복식을 지역교회를 찾아 교황이 주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초기 한국교회의 중추적인 인물들이 시복되는 이날 미사는 수도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 앞에서 진행된다. 광화문은 인근에 천주교 신앙 선조들이 옥고를 치렀던 형조터, 우포도청터, 의금부터 등이 위치해 순교로 희생된 천주교 신자들의 피와 땀, 눈물이 배어 있는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시복 미사에는 천주교 신자 20여만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교황청·정부·한국 천주교회는 교황 경호 및 시복식 참석자들의 안전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대해 정치권과 한국 천주교가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에 영향을 끼쳐주었으면 하는 데 기대가 크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염수정 추기경 등 천주교 주교단과 오찬을 함께하며 교황 방한 등과 천주교계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여러 차례 깊은 관심과 기도를 해 주심에 감사”를 표했고 “교황 방한을 계기로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가 구축되고 평화통일을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교계의 기도를 당부” 했다.
한국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3월10일 “존경하는 교황 프란치스코 성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이번 교황 성하의 방문이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아시아 전체에 주님의 평화를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직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분단 상태에 있는 한반도는 물론 최근 들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북아 평화에도 큰 진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염수정 추기경 “교황 방문은 우리나라의 큰 기쁨”
교황 “규제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 비판

 
교황청 공식 선교매체인 아시아뉴스는 최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와 인터뷰를 가졌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남북한은 물론 아태지역에 화해의 분위기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교황의 방한이 60년 이상 분단돼 긴장 상태로 살고 있는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교황 방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 3월10일 현안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교황 방한이 한국 천주교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더불어 한반도 평화를 견인해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며 낮은 곳, 소외된 이들을 향해 깊은 사랑과 헌신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교황의 방한이 한국 종교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한국 천주교는 군사독재 시대에 신도가 급신장했으며 부를 축재했다. 전국 곳곳에 성당이 지어졌다. 물질이 우상이 된 경향도 보여왔다. 천주교뿐만 아니라 개신교, 불교, 여타 종교 내부에도 물신주의가 만연해 있다. 교황의 방한은 오늘날 한국 교회의 부패와 타락, 그리고 어떤 사역을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과 경종을 주고 갈 것이다.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인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월13일 취임 1년을 보냈다. 그는 취임 이후 자본주의 모순을 비판하고, 마피아 악행의 중단을 호소하는 등 개혁·진보적 행보를 보였다.
교황, 개혁·진보행보 세계주목
프란치스코 교황은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자본주의의 약점에  대해 펀치를 날렸다.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들을 감싸는 발언도 했다. 그뿐 아니라 “자기 안위를 지키느라 속으로 병든 교회보다는 길거리에 나가있어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운 교회를 택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미사 강론을 통해 마피아 조직원을 향해 “사는 방식을 바꿔 악행을 멈추고, 개과천선해야 한다”고 퍼붓기도 했고 “마피아와 관련된 피 묻은 돈은 천국에는 들일 수 없으므로 모두 버려야 한다”고, 독기 어린 발언을 했다.
교황은 이탈리아 사회의 악적 존재인 마피아에도 거침없이 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3월21일 이탈리아 로마의 성 그레고리오 7세 성당에서는 의미 있는 미사가 진행됐다. 이날 미사에서는 1893년 이후 마피아에게 희생된 842명의 이름이 호명됐다. 교황은 이 미사에서 “피 묻은 돈은 천국에 들일 수 없다”면서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악행을 멈추라”고 강론했다. 교황청과 마피아 간의 비리 연루 고리를 끊으려는 강경외침이었다.
▲ 교황 프란치스코는 8월14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주요 공직자들을 만나 연설할 계획이다.     © 사건의내막

교황의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그는 교황이 된 이후 “추기경들이 새 지도자를 찾기 위해 거의 세상 끝까지 갔다”고 농담했고, 교황의 거처에 머물지 않았고, 전용차도 타지 않았다. 사제들과 더불어 일반 숙소에 기숙했고, 외부로 외출할 때는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교도인 이슬람교 여인의 발을 닦아주기도 했다. 바티칸 은행 문제 등 교회 개혁에도 나섰다.
세계 가톨릭 신자는 12억 명에 달한다. 가톨릭 내부의 개혁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 또한 클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지도자 50인’ 중 1위로 꼽았다. 2, 3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앨런 멀럴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를 꼽았다.
KBS의 ‘세계는 지금’(3월22일) 프로에 나온 다니엘 아라사 교황청립 성십자가 대학 교수는 “교황은 자신의 말에 의한 반향을 겁내지 않아요. 이런 그의 성격이 논란을 만들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거예요”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한 이후 교황청 내부에서는 정풍운동(整風運動)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교황청 내부의 정풍운동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고, 가톨릭 역사 속에서 면면이 지속돼 왔을 것. 교황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아동 성폭행·성추행 등의 혐의로 성직자 848명이 가톨릭 교단을 떠났다”고 한다. 독신주의를 고수해온 교황청 내에서 성적 추문이 있는 성직자들을 제재해 오고 있는 탓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성직자 성추행 피해자들의 모임(SNAP)도 결성돼 있다. 이 단체는 교황청이 성직자들의 성추행·폭행 건수를 공개한 것에 대해 일단은 환영했다. 성직자 성범죄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하는 조치라는 것 때문이다. 교황청의 이러한 정풍운동은 교황청에만 국한된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모든 종교의 성직자들에게 해당되는 일이어서 그렇다.
교황 방한에 무엇을 기대하나?
한반도 안에 살고 있는 한반도인들은 광복된 지 69년이란 긴 기간을 보냈다. 아직까지도 분단으로 나뉘어 산 남북은 진정한 광복을 맞이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개혁적 노선을 걷고 있는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교황의 방한이 남북화해와 통일에 기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교회나 정치권에서 교황의 방한을 환영하는 이유는 한반도 평화증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반도 평화 견인…평화에 기여하기 기대”
새정치민주연합 “소외된 곳 사랑·헌신을 보여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지난 3월10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발표했다. 오는 8월14일부터 18일까지 방한한다. 눈에 띄는 것은 교황이 광복절 기간에 방한한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식 집전 △명동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집전 등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집전에는 북한 천주교 신자들도 초청된다고 한다.
▲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미사 강론에서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자본주의의 약점에 대해 강한 펀치를 날렸다. <사진출처=교황청 홈페이지>     © 사건의내막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은 지난 3월10일 “교황 성하의 한국 방문을 환영합니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염 추기경은 이 메시지에서 “교황 성하께서 아시아 청년들과 대한민국 신자를 기억하여 멀리 우리나라에 오심을 고맙게 생각한다. 지난 추기경 서임 때 교황 성하께서 한국을 정말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직접 전해주신 것에 이어 실제로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로 결정하신 것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느낀다. 교황 성하의 방문은 우리나라의 큰 기쁨이며 축복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교황 성하의 방문이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아시아 전체에 주님의 평화를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이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런 환영 분위기 속에서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5월21일 개성공단을 방문, 혹여 “교황의 개성공단 방문이 예정되어 있지 않나?”라는, 숨은 그림을 그리게 했다. 우리나라 추기경으로서는 첫 방문이었다. 염 추기경은 개성공단 방문을 마친 뒤 “한반도의 아픔을 극복할 희망을 봤다”고 피력했다. 이어 “서울에서 개성공단까지 60km 남짓 거리이다. 이 짧은 거리를 얼마나 멀게 살고 있는가…”라고, 안타까워하며 “선의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며 진실로 노력한다면 평화가 정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회 측은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은 개성공단 내 천주교 신자 공동체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북측 인사와 접촉하지도 않았고, 미사도 봉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염두에 둔 사전 답사가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는 “교황님의 방한과 무관하다”면서 “개성공단 내 신자공동체인 로사리오 회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방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천주교회 측의 확대해석 경계와 무관하게 정치적인 기대도 뒤따른다.
염 추기경은 천주교 평양교구장을 맡고 있다. 평양교구는 “1927년 3월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서울대목구로부터 평양지목구가 분리·설정” 됐다. 1944년 한국천주교회 교세통계에 따르면 “당시 평양교구는 본당 19개, 공소 106개, 교육기관 22개, 복지기관 17개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신자 수는 2만64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1948년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 천주교는 어려움을 겪기 시작, 오늘에 이른다.
<기사 4∼5면으로 이어짐>
   <기사 2∼3면에서 받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월2일 한국일보가 마련한  토론회에서 “우리가 통일을 주도하려면 남북이 소통해 공통분모를 만들어야 하고, 통일의 중간단계에 대한 정부의 밑그림이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박 대통령이 통일 의지를 국제사회에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고 전제하고 “그 의지를 실행할 전략과 사람이 문제인데,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하겠다. 곧 교황이 방한을 한다. 8월에 교황이 오면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해 한반도 평화와 탈냉전의 물꼬를 트게 하겠다. 교황도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이미 알려진 얘기이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간 한국 천주교는 정치적으로는 독재타도에 앞장서 주었고, 한국인들의 영성 발전에 기여해주었다. 짧은 선교 기간에 다수의 신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교단이기도 하다.
한국 천주교는 정치·사회적인 영향력을 확보했다. 교황의 방한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피아가 잘못한 점을 대놓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1984∼1989년,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던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은 한국 땅에 처음 도착했을 때 땅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고 말했다. 8월에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문명이 개화된 시기의 분단살이는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인류가 지닌 최대의 죄악이랄 수 있다. 기독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사랑이다. 교황의 방한 기간 내에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에 도움”되는, 분단해소라는 인류애를 향한 사랑의 메시지 발표와 파격적인 족적이 있기를 기대한다.
moonilsu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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