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시위하듯 박근혜 ‘오기정치’ 막후

국무총리 지명 안대희·문창극 돌고 돌아 “에잇, 도로 정홍원!”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4/06/30 [10:56]

국민에게 시위하듯 박근혜 ‘오기정치’ 막후

국무총리 지명 안대희·문창극 돌고 돌아 “에잇, 도로 정홍원!”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4/06/30 [10:56]
사표 받은 총리 유임시키는 건 세계 정치사에 없는 황당 결정
야권 “총리 한명 추천 못하는 무능정권”…여당마저 “멋쩍어라”
해괴한 인사 스타일에 “국민을 조롱하나?” “상상할 수 없는 정치”

▲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돌고 돌아 ‘도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해괴한 인사 스타일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시중의 여론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두 차례의 국무총리 후보자 추천에 실패하자 돌연 이미 두 달 전에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발표한 정홍원 현 총리를 유임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안대희·문창극 두 지명자가 연달아 낙마함으로써 국정 공백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일 수 있겠지만, 심각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자 지명에 실패하자 사의를 표명한 총리를 다시 유임시키는 것은 한국 헌정사는 물론, 세계 정치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황당 결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국민을 기만하고 조롱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정치를 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는 즉각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 총리 한 분 추천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권이라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정홍원 유임 방침을 전달받은 새누리당마저 멋쩍다는 반응을 보였다.


취재/이상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돌고 돌아 ‘도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해괴한 인사 스타일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시중의 여론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6월26일 ‘쇼킹한 인사발표’를 해 정치권과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윤 수석은 이날 총리 유임 사실을 밝히기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들께 국가개조를 이루고 국민안전 시스템을 만드는 약속을 드렸다”며 “이를 위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 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밝혔다”고 밑자락을 깔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실패 원인을 인사청문회 과정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면서 윤 수석은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오늘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국무총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정확히 두 달 전 자신이 했던 발언을 뒤집고 말았다.
지난 4월27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해 수리하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작업과 사고 수습으로 이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사고 수습 이후에 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이 국민 상대로 ‘희언’
사의를 수리하겠다는 결정은 웬만한 작은 조직에서도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다. 사의를 수리하겠다고 대국민 발표를 한 이상 이는 행정행위로서의 의미를 갖는데, 지금 와서 다른 이유를 들어 아예 반려한다고 말을 바꾼 것은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희언’을 일삼은 것이나 같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총리 임명을 위해 지금껏 치른 사회적 비용이나 국민들의 답답함은 아랑곳 않고, ‘정 그렇다면 청문회 안 하는 이런 방법도 있다’, ‘더는 후보가 없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오기 인사로 대응한 셈이다. 사퇴한 총리를 다시 기용하는 것은 고위공직자의 거취가 대통령 1인에 의해 좌우되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기도 하다.
▲ '정홍원 유임' 결정으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현 정부가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총리 후보자 1명을 지명할 실력조차 없음을 보여줬다.

“불가피 결단” vs “박근혜 오기”
이와 관련해 여당 지도부는 ‘불가피한 결단’으로 수용했지만,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비판론도 제기됐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오기’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4월26일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산적한 국정 현안 추진을 위한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이해한다”고 했고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 이해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비주류인 정문헌 의원은 당 비상대책위 비공개 회의에서 “인사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우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당 의원으로서 난감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이유를 밝혀 달라”고 했다.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은 <한비자> 경구를 인용하며 ‘정홍원 유임’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정 총리 유임 발표 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한비자는 말하기를 세유삼망(世有三亡)이라 했다”는 글을 올렸다. 세유삼망이란 한비자가 ‘세상을 망하게 하는 것 3가지’를 지적한 내용으로, “난(亂)이 치(治)를 공격하면 망하고, 사(邪)가 정(正)을 공격하면 망하고, 역(逆)이 순(順)을 공격하면 망한다”는 의미다. 결국 이 의원이 ‘세유삼망’이란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은 정홍원 유임 결정이 민심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임을 질타한 것. 
야당은 ‘빽도 정홍원’이라는 비아냥을 낳은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해괴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먼저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6월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면서 “아무리 급해도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를 재기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의 책임을 물어 경질하기로 한 총리의 유임결정은 대한민국 국격을 크게 상처내는 일”이라며 “지구촌 해외토픽에서 대한민국이 이상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고 탄식을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에 대한 배신이고 유가족에 대한 우롱이고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 모욕하는 일이고, 국민여론에 대한 공식적 도전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변화를 공식 거부한 것”이라며 “무능과 무책임, 불통과 오기정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6월26일 ‘정홍원 유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람 빠진 타이어로 자동차가 과연 갈 수 있을까”라며 “이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진다”고 평가했다. 유임 결정의 이유로 박 원내대표는 “7·30 재보선 때문이 아닐까 한다”면서 “재보선을 앞두고 총리 인사청문회를 하면 국정운영의 치부가 드러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자진 사퇴한 문창극 전 후보자의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됐던 박지원 의원은 “지난주 대정부질문에서 물러갈 정 총리에게 질문하지 말라는 유인태 의원의 조크에 ‘정 총리는 관운이 좋아 3년 반 더 할 것’이라고 내가 했는데 말이 씨가 됐다”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는데 과연 이런 세월호 이후에 국가개혁 의지가 지금 정홍원 총리 체제로 가능할 것인가”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이 교수는 6월26일 YTN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선거 전 안대희 전 대법관이 그만둔 다음에 말한 것이 개혁을 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총리였다. 그런데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카테고리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고 봤다”고 지적하면서 “그런데 결국은 다른 이유 때문에 낙마했기 때문에 그래서 이제는 이 정부가 개혁을 거의 할 수가 없는 게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개혁이라는 것은 집권 초기에 해야 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금 이미 상당히 흔히 말하는 레임덕 같은 현상이 확실하게 왔지 않았나”고 진단한 뒤, “그래서 총리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이 집권 후반기를 추스를 것 같으면, 뭔가 근본적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남은 임기 동안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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