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는 불공정 사회구조가 낳은 필연적 산물”

[정치 칼럼니스트 김환태의 삐딱하게 하는 세상 비평]

글/김환태(정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12/01 [13:53]

“묻지마 범죄는 불공정 사회구조가 낳은 필연적 산물”

[정치 칼럼니스트 김환태의 삐딱하게 하는 세상 비평]

글/김환태(정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4/12/01 [13:53]
묻지마 범죄 만성분노형 46%, 정신장애형 38%, 현실불만형 17%
가해자 75% 범행 당시 직업 없어…소득 한푼도 없는 경우 73%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사고·행동양식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어 왔다. 고도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황금만능 풍조가 시대흐름으로 보편화되어서인지 오늘날 인간의 행동양상 특징은 돈과 관련된 이기적이고 극단적인 세태와 불가분의 연관성을 보인다. 특히 인간행위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묻지마’ 식 또는 무차별적 행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묻지마·무차별적 행동은 이성적·분석적·과학적이고 신중한 사고에 바탕을 둔 과정과 결과 중시형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즉흥적·비이성적·감성적·감정적·무조건적·본능적으로 불투명한 환상적 결과를 향해 올인 또는 몰입하거나 결과에 상관치 않고 심신상실, 이성적 통제불능 상태에서 예측불가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 2012년 국내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 47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범죄자 중 만성 분노형이 45.8%(22명)나 됐다. 사진은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한 장면.    
묻지마·무차별적 행동은 상반된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돈을 벌거나 쓰기 위해 부동산이나 주식에 묻지마·무차별적으로 투자하거나 전혀 모르는 상대와 쾌락을 누리기 위한 묻지마 관광을 가는 식의 베팅과 쾌락적 유형이다. 둘째, 불평등·불공정 사회에서 패가망신하거나 불우한 성장, 가정환경으로 삶의 의욕을 잃고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세상에 대한 불만을 자신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나 물체를 대상으로 극단적 자포자기식 공격적 범죄를 저지르는 책임전가형 보복적 유형이다.
묻지마 투자, 묻지마 범죄
개발경제 시대였던 1980~ 1990년대에는 일확천금을 노린 묻지마 식 투기성 부동산 투자와 주식투자 풍조가 만연했다. 권력과 결탁하거나 정확한 개발정보를 이용한 묻지마 식 부동산 투자와 주식 활황기에 주식투자에 ‘올인’하여 거액을 손에 쥔 졸부들이 성공시대를 구가했다. 이들 중 일부는 벌어들인 돈으로 국내 또는 해외에서 묻지마 쾌락관광을 즐겼다.
반면 기획부동산이나 부동산 사기꾼에 속아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주식 폭락사태를 예측하지 못하고 빚까지 얻어 주식을 사들였다가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가진 돈을 모두 날리고 빚까지 진 상태에서 재기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 재기는 고사하고 생계유지와 빚에 눌려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삶의 의욕이 저하되면서 울분과 분노, 세상에 대한 원망이 움트고, 이러한 상태에서 희망과 돌파구가 전혀 보이지 않으면 자포자기 심정으로 공격적 보복 범죄를 표출한다.
이러한 최악의 빈곤 환경에 가정폭력·가정해체까지 겹친 불우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청소년들 가운데는 세상에 대한 적개심과 보복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와 같은 보복성 범죄의 한 형태인 묻지마·무차별적 범죄행위는 민생경제 파탄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연쇄살인·방화 등 그 행태가 흉포화·대형화하고 있다.
“나무에 불을 붙여 불꽃이 오르는 것을 보면 기분이 짜릿해져 범행했다.”
지난 11월18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 일대 30여 곳에 불을 붙여 임야 1300여㎡(약 400평)를 태운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주부 정모(53·여)씨가 털어놓은 묻지마 연쇄 산불 범죄 동기다. ‘연쇄 산불 방화범’ 정모씨는 가정불화로 조울증을 앓아오다 쾌감을 느끼려 방화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와 같은 묻지마, 더 나아가 무차별식 흉악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묻지마·무차별식 흉악범죄는 1982년 4월26일 오후 7시 30분경 경남 의령군 궁유면 지서에 근무하던 우범곤 순경이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소총 2정, 실탄 180발, 수류탄 7발을 들고 나와 무차별 학살한 사건이다. 우범곤은 당시 우체국에서 일하던 집배원과 전화교환원을 살해하여 외부와의 통신을 두절시킨 후, 궁유면 내 4개 마을을 돌아다니며 총을 쏘고 수류탄을 터뜨려 주민 62명을 숨지게 하고 33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후 4월27일 새벽 5시경 수류탄 2발을 터뜨려 자폭했다.
아직까지도 영구 미제 사건으로 종결된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도 흉악한 무차별 범죄다. 1980년대 후반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 사이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부녀자 10명이 연쇄적으로 성폭력을 당한 뒤 처참하게 살해된 사건으로 특히 장기간에 걸친 잔혹한 살해수법은 전 국민으로 하여금 치를 떨게 만들었다.
양극화 깊어지자 증오형 범죄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분배구조 왜곡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증오형이 가미된 묻지마 흉악범죄까지 발생했다. 지존파(至尊派) 사건이 그렇다. 지존파 사건은 1994년 9월20일 추석연휴 기간에 국민적 충격을 주었던 폭력조직의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이다. 김현양 등 6명이 1993년 7월 ‘지존파’를 결성, 사업가 부부를 납치 살해하는 등 배신한 조직원 1명 등 모두 5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체를 암매장하거나 불에 태운 사건이다.
1994년 9월13일 서울 양재동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훔친 택시로 납치해 살해하는 등 부녀자 6명을 납치해 이 가운데 2명을 살해,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서자 범행 보름 만에 자수한 온보현 사건도 국민적 충격을 주었다.
1996년 10월5일 귀가 중이던 40대 여성을 승용차로 납치, 금품을 빼앗고 구덩이에 산 채로 넣어 살해한 ‘지존파’를 모방한 최정수 등 일명 ‘막가파’, 3년 후인 1999년 10월29일 동료 조직원을 무참히 토막내어 살해하고 시신의 내장을 꺼내 나눠 먹는 등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가 검찰에 검거된 이순철 등 ‘영웅파’ 사건도 마찬가지다.
30대 초반의 연쇄살인범 정두영이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 사이에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의 중산층을 범행대상으로 삼아 철강회사 회장 부부 등 9명을 잇따라 살해한 흉악범죄도 새천년 벽두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정두영은 금품을 훔치다 들키면 흉기나 둔기 등으로 잔혹하게 목격자를 살해했고 살해 동기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내 속에 악마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태연스럽게 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연쇄 살인마로 불리는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은 반인륜적 잔학무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유영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노인과 부녀자, 정신지체 장애인 등 21명을 살해했다. 이 가운데 사체 11구를 토막내 암매장했는가 하면 3구는 불에 태우기까지 했다. 유영철은 여성을 상대로 한 범행 시 주로 초저녁에 여성을 집으로 유인해 한밤중에 살해했고 중산층 노인들을 자신의 경제적·가정적 좌절에 대한 희생양 삼아 무차별 살해했다.
유영철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단순히 “가난해서 늘 손해만 봤고 부자만 보면 죽이고 싶었으며 세상이 싫었다”는 이유로 봉천동 세 자매 살해사건을 비롯 18건의 강력범죄를 저질러 8명을 살해하고 15명에게 상해를 입힌 ‘제2의 유영철’ 정남규가 저지른 연쇄살인 범죄도 국민 모두의 마음을 충격과 분노로 들끓게 했다.
문화유산과 산림방화로 확대
이러한 묻지마 범죄는 문화유산과 산림방화로까지 확대되었다. 2006년 4월26일에는 토지보상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자 화가 난 최아무개(68) 노인이 문화재인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질러 400여만원의 피해를 입혔다. 4월28일에는 1시간 사이에 북한산 4곳에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하여 임야 7600여 평을 태웠으며 5월1일에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수원시 팔달산 정상의 수원화성 서장대(사적 제3호) 누각 2층에 안모(24)씨가 카드빚 등 3억원의 빚 때문에 고민하다가 술을 마시고 홧김에 불을 질러 누각 2층 전체를 태워버렸다.
국보 1호 숭례문 방화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다. 2008년 2월10일 오후 8시 40분경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4가 29번지에 있는 숭례문 2층 누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차 32대와 소방관 128명이 출동하여 진화작업을 전개했으나 자정을 넘긴 오전 0시 25분경에 2층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12시 58분경 2층이 붕괴한 뒤 1층까지 옮겨붙어 오전 1시 54분에는 누각을 받치고 있는 석축(石築) 부분만 남긴 채 전소하고 말았다. 방화범은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던 채종기로, 자신이 소유한 토지가 신축 아파트 건축부지로 수용되면서 토지보상에 대한 불만을 품고 범행을 벌였다.
양극화 해소, 약자 배려 절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 연쇄납치 살인사건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범인 강호순은 2005년 10월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처를 살해한 이래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에서 연쇄적으로 여성 7명을 납치하여 참혹하게 살해했다.
이외에도 묻지마 무차별 대형사건은 김대두 연쇄살인, 고재봉 도끼 살인, 2012년 수원 오원춘 여성 잔혹살인 사건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으며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 미래 진행형 범죄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묻지마·무차별 흉악범죄의 범죄자 유형을 보면 형사정책연구원의 윤정숙 부연구위원팀이 올해 3월 발표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와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와 거의 일치한다. 2012년 국내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 47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범죄자 중 만성 분노형이 45.8%(22명), 정신 장애형은 37.5%(18명), 현실 불만형은 16.7%(8명)였다.
또 가해자들의 75%(36명)는 범행 당시 직업이 없었다. 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는 72.9%(35명)에 달했고, 100만원 미만은 12.5%(6명)였다. 부자천국 서민지옥으로 대표되는 불공정·불평등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이유야 어떠하든 이러한 묻지마·무차별적·보복적·자포자기형 범죄는 인명을 살상하고 문화유산과 산림에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비록 패권적 기득권층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사회 구조적 불평등, 주위의 무관심 등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다분하다 하더라도 반인간적·반인륜적 잔인무도한 한풀이식 범죄로 해결하는 방식은 있을 수 없다.
사회 구조악과 여성에 대한 분노를 정작 기득권층 부자와 자신에게 증오심을 심어준 여성이 아닌 가난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과 여성을 무참하게 토막살해 후 시체를 불태우거나 둔기로 무차별적으로 때려 숨지게 했기 때문이다. 문화유산과 숲을 불태운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묻지마·무차별적인 범죄는 친부자·반서민 정권의 불평등 정책, 국정운영 묻지마 투자든 정상적인 투자로 떼돈을 벌어 묻지마 관광을 즐기는 상위층과 성실히 일해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빈곤계층과 가정해체 등 불우한 가정이 존재하는 한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비극적 묻지마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사회 양극화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게 관건이다. 특히 가진 자들이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울러 보복적 공격형 범죄심리를 억제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적 가치규범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가정·학교·사회가 연대하여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묻지마 범죄 취약 대상자들에 대한 종교단체·시민단체의 관심과 선도활동 또한 활성화할 필요성가 있다.
묻지마 범죄로부터 문화유산과 산림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적극 강구되어야 한다. 주기적인 화재진압 시스템 구축은 기본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러한 묻지마 무차별적 범죄는 국가적 수치요 불행인 만큼 묻지마·무차별 범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정신 생활화로 사회 양극화 해소에 최선을 다해야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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