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철학자 스티븐 케이브의 ‘불멸에 관하여’ 지상중계

“당신과 나는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가?”

김보미 기자 | 기사입력 2015/03/16 [13:49]

영국 철학자 스티븐 케이브의 ‘불멸에 관하여’ 지상중계

“당신과 나는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가?”

김보미 기자 | 입력 : 2015/03/16 [13:49]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건 마법의 장벽 절대적으로 믿기 때문
불멸 향한 욕망이 역사적 성취, 예술적 영감의 원동력으로 작용



▲ 왜 사람들은 자유로운 유목민의 삶을 포기하고, 땅을 경작하고, 법을 지키고, 세금을 바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일까? 그것은 더 오래 그리고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 때문이다. 사진은 영화 <칭기즈칸>의 한 장면.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 TED에서 최단시간에 170만 명이 시청하며 화제가 된 스티븐 케이브(Stephen Cave) 박사의 ‘불멸’에 대한 명강의(THE 4 STORIES WE TELL OURSELVES ABOUT DEATH)를 담은 책이 <불멸에 관하여>(엘도라도)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티븐 박사는 죽고 싶지 않은 인간의 오래된 욕망, ‘불멸’을 ‘4가지 이야기’로 구분해 설명하면서, 불멸의 욕망이 어떻게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왔는지 풀어내고 있다. 프랑스의 알랭 드 보통과 비견되며 뛰어난 강연으로 소통하는 영국의 대중철학자 스티븐 케이브는 어둡고 막연할 것 같은 주제를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내러티브로 진행한다. 스티븐 박사는 “영원한 삶이 정말로 가능한가?”, “영생이 그토록 갈망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그 대답의 과정을 파헤치고 있다.
취재/김보미 기자
“브라이언 애플야드(Bryan Appleyard)는 이렇게 정리했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고로 나도 분명히 죽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불멸을 발명했고, 우리는 이러한 발명품을 문명이라 부른다.’ 진보는 영생을 향한 욕망의 산물이다. 진보란 영생을 향한 우리의 욕망이 만들어낸 서로 다른 문명이며 그러한 문명 간의 상호작용과 흥망성쇠인 것이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헤겔은 이렇게 지적했다. ‘역사는 인간이 죽음과 함께 이룩한 것이다’.”
영국의 대중 철학자 스티븐 케이브 박사는 1990년대 초반부터 20년 동안 탐구한 ‘불멸’에 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 인류 문명이 발전해야 할 길에 대한 신화적·종교적·과학적·역사적 고민을 담고 있다.
“불멸이야말로 문명이 제시하는 마지막 약속이다. 왜 사람들은 자유로운 유목민의 삶을 포기하고, 땅을 경작하고, 법을 지키고, 세금을 바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일까? 그것은 더 오래 그리고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 때문이다. 왕관을 쓰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도 사회 체제로부터 도움을 얻고 문명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람들이 책상 앞에 앉아, 또는 생산 현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은 마법의 장벽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믿기 때문이다.”
“당신은 언제 처음으로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음으로 죽음을 인식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죽고 싶지 않은 욕망이 생기거나, 살면서 한 번쯤은 ‘영원히’ 살기를 꿈꾼다. 스티븐 케이브 박사는 인간이 갖는 이러한 집착이 과연 달성할 수 있는 것인지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인류의 문명이 수천 년 전부터 불멸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전해왔다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불멸을 향한 욕망이 어떻게 역사적 성취, 예술적 영감, 다양한 종교 그리고 문명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왜 괴물을 만들었는가?”, “바울이 진짜로 전파한 것은 무엇인가?”, “알렉산드로스는 무엇을 남겼는가?”, “길가메시는 죽음의 강에서 누구를 만났는가?”
이처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면서,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지만 숨어 있던 ‘불멸 이야기’를 찾아내 그 실체를 밝히고 폭넓은 관점을 제시한다.
불멸을 약속하는 네 가지 길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후로 ‘불멸’이라는 높고도 험한 산의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안간힘은 무수히 있어왔다. 맨 꼭대기에 오르는 길은 크게 네 갈래다. 육체적으로 ‘생존’하거나, ‘부활’을 통해 다시 살아나거나, ‘영혼’으로서 존재하거나, ‘유산’을 통해 기억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그들이 선택한 불멸의 길에 모든 것을 걸었고,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과 맞서 싸웠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점은 정상으로 가는 길이 있다는 것과 그 길이 정상에 다다르는지는 다른 문제다.
스티븐 박사는 문명이 태동할 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펼쳐지는 경이로운 불멸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네페르티티와 아크헤나텐, 진시황과 서복, 바울과 예수, 달라이 라마와 붓다, 알렉산드로스와 올림피아,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베아트리체와 단테, 길가메시와 우트나피쉬팀 등의 인물들이 등장해 각각의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죽음 걱정하는 이를 일깨우는 질문
인류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부추기는 원동력의 비밀을 벗겨내는 동안, 스티븐 박사는 우리를 불멸과 관련된 다양한 사고의 질문 속으로 끌어들인다.
“우리는 영생을 얻을 자격이 있는가?”, “과학이 죽음을 이길 수 있는가?”, “신은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는가?”, “나를 복제하면 나는 부활하는가?”, “내 영혼은 천국에 갈 것인가?”, “다음에도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가?”, “어떻게 영원한 명예를 얻는가?”, “내 자식은 내 자신의 일부인가?”, “정말로 영원히 죽고 싶지 않은가?”
스티븐 박사는 이렇게 골치 아프고 도발적인 질문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심오한 삶과 죽음의 논의에서 쉽고 구체적인 동서양의 사례들을 제시하며 일련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또한 죽음을 뛰어넘으려는 수많은 시도와 실패 속에서 우리가 삶을 어떻게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그의 결론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다시 한번 중대한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번이 유일한 삶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불멸의 욕망으로 재구성한 문명사
“한 남자가 천국으로 올라가면서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던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 만나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건 아마도 천국에서라면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는 소박한 소원일 것이다. 그런데 천국에 있는 아내의 소원이 남편이 아닌, 어릴 적 첫사랑의 품에 안기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남편과 아내는 어떻게 모두 천국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뉴사이언티스트〉는 스티븐 박사의 책을 가리켜 “세상을 들여다보는 완전히 새로운 렌즈를 선사하는 책, <총, 균, 쇠> 이후 문명의 원동력을 가장 새롭게 해석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계속해서 살아가려고 애쓴다. 그리고 유독 인간은 영생을 꿈꾼다. 영원한 생존에 대한 모색이야말로 인류가 이룩한 성취의 원동력이다. 불멸의 욕망은 인간의 본성 깊숙이 각인돼 있으며, 그러한 욕망의 결과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이 탄생했다.
‘불멸 이야기’는 고대 신화에서 정치적 선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 적어도 한 가지는 각각의 문명 속에 존재하면서 사람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 진나라, 알렉산드로스 제국 등 모든 문명은 저마다 서로 다른 ‘불멸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네 가지 이야기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살아남은 문명은 없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러한 ‘불멸 이야기’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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