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화강암 잘라 정교하게 만든 석굴암 우수성 알수록 놀라워
첨성대·월정교 조명 들어오면 경주는 또 다른 얼굴로 여행자 맞이▲ 문무대왕릉과 아이들.<사진·여행작가 이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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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최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혈을 기울여 짜놓은 ‘버스여행 시티투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안다고 해도 단순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코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티투어는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 잡은 명소와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힘든 의미 있고 아름다운 유적지, 그리고 아이들은 물론 어른에게도 유익한 박물관과 체험거리들이 즐비한, 그야말로 누구에게나 감동적인 여행 프로그램이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 하루 종일 운전대만 붙들고 있는 것이 싫은 사람, 아이들에게 뭔가 설명해주고 싶은데 팸플릿에 나온 것 외에는 더 말해줄 것이 없는 부모, 저렴하게 데이트를 하면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은 연인, 나이 드신 부모님과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고 싶은 자녀들에게 ‘버스여행 시티투어’는 골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1. 여름 향기 물씬 풍기는 경주 시티투어 위치: 경북 경주시 건천읍 신경주역로
천년 고도 경주로 간다. 갈 곳 많고 볼거리 다양한 경주에서 여름방학에 가족과 함께 찾기 좋은 여행지를 꼽으라면 역시 바다를 낀 동해안 지역이다. 아침 먹고 느긋하게 출발해 저녁 전에 돌아오는 경주 시티투어 2코스(동해안권)를 따라 동해안의 신라 유적을 만나자. 시티투어버스에 편안히 몸을 싣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알찬 하루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경주 시티투어 2코스는 매주 화·목·토·일요일 오전 10시 신경주역에서 출발한다. 버스터미널과 보문단지에서 투어 참가자를 더 태우고 석굴암, 경주시전통명주전시관, 감은사지,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문무대왕릉, 골굴사까지 둘러보고 신경주역으로 돌아오는 한나절 코스다.
버스는 토함산을 굽이돌아 가장 먼저 석굴암에 정차한다. 경주 석굴암 석굴은 신라 불교예술의 황금기에 조성된 인조 석굴이다. 인도와 중국에 자연적으로 생기거나 파서 만든 석굴이 있지만, 석굴암처럼 거대한 화강암을 잘라 정교하게 만든 인조 석굴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자연 통풍, 채광, 온도와 습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 등 석굴암의 과학적 우수성은 알면 알수록 놀랍다. 석굴 바닥 밑으로 샘을 흐르게 해 습도조절 기능을 갖춘 신라인의 지혜와 건축 의도를 모른 일제가 1910년대 보수공사를 하면서 샘을 없애고 콘크리트로 돔 위를 바른 일은 두고두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석굴 안에는 본존불을 비롯해 10대 제자상, 십일면관음보살상 등 불상 40구가 조성되었는데, 일제강점기에 2구가 사라지고 지금은 38구가 남았다. 유리벽 너머로 관람하다 보니 내부를 속속들이 관찰하기 어렵다.
아쉬움을 안고 경주시전통명주전시관으로 향한다. 전시관이 있는 양북면 두산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손으로 명주를 생산하는 마을이다. 경주시전통명주전시관에는 명주의 역사를 알려주는 명주전시관, 주민들이 직접 명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명주작업관, 단체 관람객을 위한 체험 공간인 명주염색관이 있다.
그중 관람객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곳은 제작 시연을 볼 수 있는 명주작업관이다. 물이 끓는 솥에 고치를 한 줌 넣고 저으며 실이 풀려 나오게 하는 ‘실뽑기’ 단계와 베틀에서 명주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탄성을 쏟아낸다.
이어 경주 동해권의 중요한 신라 유적 중 하나인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을 만나러 간다. 감은사는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룬 문무왕이 왜적을 막고자 경주로 통하는 동해 어귀에 짓기 시작한 사찰로, 아들인 신문왕이 682년 완공했다. 지금은 금당 터와 탑 2기만 남았다.
금당 하나와 쌍탑으로 구성된 가람 배치, 삼층석탑의 빼어난 조형미는 이후 통일신라의 사찰과 삼층석탑 양식에 결정정인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감은사지까지 둘러보면 오후 1시 전후가 된다. 한식 뷔페로 점심 식사를 하고,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에 간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해안 트레킹 코스로, 양남면 읍천항과 하서항 사이 1.7km 구간에 조성됐다.
코스 곳곳에 벤치와 정자, 포토 존이 마련되었고 전망 좋은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어 인기다.
파도소리길의 주인공은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된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이다. 주상절리란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다각형 기둥을 말하며, 대개 수직으로 발달한다. 그런데 이곳 주상절리는 기울어지거나, 수평으로 눕거나, 부채꼴이다. 특히 부채꼴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파도소리길에서 경주 문무대왕릉까지는 10분 거리다. 버스가 정차한 봉길해변에서 불과 200미터 앞에 보이는 바위섬이 문무왕의 수중릉. “죽은 뒤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의 평화를 지킬 터이니 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 지내라”는 유언에 따라 왕의 시신을 화장해 장사 지내고, 그 바위를 대왕암이라 불렀다. 푸른 물빛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에 아이들은 금방이라도 바다로 뛰어들 기세다. 아이들에게 정차 시간 30여 분이 유독 짧게 느껴지는 곳이다.
마지막 목적지는 석굴사원인 골굴사다. 6세기경 인도에서 온 승려 일행이 조성한 유서 깊은 사찰로, 거대한 암벽에 마애여래좌상이 새겨졌다.
골굴사는 불가의 전통 수련법인 선무도의 총본산이기도 하며, 선무도를 체험하는 템플 스테이로 외국인에게 인기다.
시티투어를 마치고 경주에 하루 더 머문다면 시내에 숙소를 잡고 야경을 즐긴 다음, 이튿날 대릉원을 비롯한 유적지를 돌아보자. 해 질 무렵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 첨성대, 월정교 등에 조명이 들어오면 경주는 또 다른 얼굴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시티투어 코스에 포함되는 경주 동해안을 다시 찾는 것도 좋다. 문무대왕릉이 있는 봉길해변을 비롯해 관성솔밭해변, 전촌솔밭해변 등 물놀이하기 좋은 곳이 많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형상화한 감포항 북단의 송대말등대도 가볼 만하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의암호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
카누 묘미는 느림과 여유…호반의 도시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레포츠▲ 물레길 카약체험. <사진·여행작가 최갑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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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티켓 한 장으로 구석구석 돌아보는 춘천 시티투어위치: 강원도 춘천시 평화로
한 도시를 가장 편하고 알차게 여행하는 방법은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런던, 에든버러, 시애틀 등 세계 각국의 유명한 도시에서 저마다 특색 있는 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한다. 널리 알려진 관광 명소를 순환하며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정해진 시간에 도시를 구석구석 여행하고 싶다면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행지 춘천 역시 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하는데, 이를 잘 이용하면 자가용 없이도 춘천의 대표 명소를 꼼꼼히 돌아볼 수 있다. 춘천 시티투어는 맞춤형과 순환형 두 가지가 있다.
맞춤형은 소양댐, 청평사, 김유정문학촌, 강촌레일바이크, 물레길, 소양댐, 강원도립화목원,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등을 지난다. 요일별로 코스가 다르니 미리 알아보고 일정과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춘천역 1번 출구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해 오후 5시 30분에 일정을 마친다. 관광지 입장료도 할인받을 수 있다.
순환형은 A코스와 B코스로 나뉜다. 코스별 45인승 버스가 1일 3회 운행하며, 춘천 구석구석에 자리한 인기 관광지를 순환한다. A코스는 춘천역-공지천(MBC 입구)-물레길(카누 체험장)-등선폭포(삼악산)-남이섬-제이드가든-엘리시안강촌-구곡폭포(문배마을)-강촌역-김유정문학촌-남춘천역-명동(낭만시장)-춘천역으로,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두 시간 간격으로 총 3회 출발한다.
B코스는 춘천역-공지천-물레길-등선폭포-남이섬-강촌역-김유정문학촌-구봉산전망대(카페거리)-옥산가(옥동굴 체험장)-소양강댐(물문화관)-신북맛집촌(닭갈비, 막국수)-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강원도립화목원-애니메이션박물관(춘천로봇체험관)-춘천역으로, 2시간 50분이 소요된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두 시간 간격으로 총 3회 출발한다. 순환형 코스에서는 당일 티켓 한 장으로 자유롭게 환승이 가능하다. 원하는 장소에 내려 구경하고 두 시간 뒤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면 된다. A코스를 돌다가 B코스로 넘어가는 방법도 있다. 두 코스 모두 공지천과 남이섬이 포함되는데, 여기에서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여행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는 공지천과 제이드가든, 김유정문학촌, 명동 낭만시장, 애니메이션박물관, 구봉산전망대 카페거리 등이다.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인기다. 시티투어버스가 처음 들르는 곳은 공지천이다.
수변 산책로와 조각공원, 보트장 등이 갖춰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공지천 오리 보트가 춘천의 필수 데이트 코스로 꼽혔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의암호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도 있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에티오피아 군인을 기리기 위한 곳으로, 참전 과정과 전투 상황을 설명해주는 전시물과 당시 사용한 물품이 전시되었다.
물레길에서는 카누를 체험할 수 있다. 카누의 묘미는 느리고 여유롭다는 것. 패들링(노 젓기)을 하면 배는 고요히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간다. 카누는 호반의 도시 춘천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레포츠다.
연인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제이드가든이다. ‘숲 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을 콘셉트로 꾸민 유럽풍 정원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토스카나 양식으로 지은 방문객센터가 반긴다.
다양한 식물을 자유롭게 심어놓은 영국식 보더 가든, 아름다운 분수와 식물의 정형미가 어우러진 이탈리안 가든, 수생식물원 등 주제별로 다양한 수목원이 꾸며졌다. 영화 〈너는 펫〉, 드라마 〈사랑비〉 등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시티투어버스는 김유정문학촌도 지난다. 짧은 생을 살았지만 한국문학사에 깊은 발자국을 남긴 작가 김유정. 그의 고향이자 여러 작품의 배경이 된 신동면 증리(실레마을)에 그를 기리는 문학촌이 조성되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김유정의 대표작 〈봄봄〉을 펼친 책 조형물이 있으며, 생가와 전시관, 연못, 동상 등이 자리한다. 생가는 김유정의 조카와 마을 주민의 증언, 고증을 거쳐 복원한 것이다. 중부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口자 형태로, 기와집 골격에 초가지붕을 얹은 것이 특징이다.
문학촌 앞 김유정역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인명을 역 이름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 갔다면 애니메이션박물관에 꼭 들러보기를 권한다. 국내에서 유일한 애니메이션 박물관으로,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원리, 제작 과정 등을 살펴보고, 4D 체험관과 더빙 스튜디오 등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황금박쥐〉 〈로보트 태권브이〉 등 추억의 만화영화 소품도 볼 수 있다.
‘맛있는 춘천’도 만난다. 춘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닭갈비다. 갖가지 채소와 양념한 닭갈비를 굽는 냄새는 여행자를 유혹한다. 시티투어버스가 지나는 춘천 명동에 닭갈비 골목이 있고, 신북맛집촌에도 닭갈비를 하는 집이 많다.
닭갈비 양념은 보통 다진 마늘과 생강, 양파, 고춧가루, 설탕, 간장, 맛술 등 20여 가지 재료로 만든다. 언뜻 보기엔 모두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집집마다 비법이 다르다. 어떤 집은 카레로 닭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잡고, 어떤 집은 깻잎을 많이 넣어 향긋한 맛을 강조한다. 어떤 집은 청양고추로 매콤한 맛을 내기도 한다. 미리 맛집을 알아두는 것도 시티투어버스를 알차게 즐기는 방법이다.
춘천의 또 다른 별미는 막국수다. 여행자에겐 춘천의 별미로, 지역 주민 사이에선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음식으로, 애주가들에겐 해장식으로 사랑받는다.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은 막국수를 테마로 한 박물관이다. 메밀의 생태, 막국수의 종류와 제조법, 역사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막국수 만들기 체험에 도전해보자. 메밀 반죽부터 면 뽑기와 삶기, 시식까지 해볼 수 있다. 직접 만들어 먹는 맛이 유명 식당 못지않다.
명동 낭만시장은 춘천의 소박한 인심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상품을 파는 점포가 이어지는데, 시장 뒷골목에 국밥과 떡볶이, 메밀부침개 등 별미로 유혹하는 식당을 기웃거리며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