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는 왜 폐쇄적인가

“터질 게 터졌다” 진보당 당권파 폐쇄성 한두번 아냐∼

취재/김현일 기자 | 기사입력 2012/06/04 [13:46]

당권파는 왜 폐쇄적인가

“터질 게 터졌다” 진보당 당권파 폐쇄성 한두번 아냐∼

취재/김현일 기자 | 입력 : 2012/06/04 [13:46]

▲ 통합진보당이 최근 겪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재연 청년비례대표 당선자, 이정희 공동대표, 김선동 의원.     © (주)펜그리고자유


통합진보당이 최근 겪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반응은 과거 진보세력 사이에서 구민주노동당의 당권파들의 행태를 보아온 이들의 반응이다. 통합진보당의 당권파인 민족해방(NL) 계열의 경기동부연합은 점조직화돼 있어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 누구인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폐쇄적 조직이다. 더구나 학맥으로 촘촘히 얽혀 있어 표면화되지 않았는데도 결속력이 강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로 2008년 분당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는데도 경기동부연합이 비례대표 후보 2번 이석기 당선자와 3번 김재연 당선자의 사퇴를 온몸으로 막고 있는 데는 ‘내 조직 지키기’ 식의 이런 폐쇄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학생티를 벗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운동권 조직인 셈이다.

 

구민노당, 당비대납·주소이전 문제 11년 전에도 있어…

공당정치보다 조직보위 논리 중요…당내 민주주의 실종

 

경기동부연합의 모체인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은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등 13개 단체와 재야 및 학생운동권을 두루 엮어 출범했다.

 

당권파 어떻게 형성되었나

경기동부연합은 당시 전국연합을 구성하고 있던 지역연합 8곳 중 하나다. 경기동부연합과 함께 당권파로 거론되고 있는 인천연합, 울산연합, 광주·전남연합 모두 전국연합의 지역 지부였다.

처음부터 경기동부연합이 당 주류였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2000년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출범한 이후 대거 당에 입당, 지역위원회를 장악해 가며 세를 불려 갔다.

진보정당추진위원회(진정추)가 초반 진보정당 운동의 중심이었고 민주노총이 민노당 대의원 중 30%에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2004년 무렵에는 구도가 바뀌어 전국연합과 민주노총이 진정추의 세를 압도했다.

평등파로 분류되는 조승수 의원, 노회찬 대변인 등이 진정추 출신이다.

경기동부연합이 세를 불릴 수 있었던 데에는 학생운동도 한몫했다.

지금은 해체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강경파였던 경기동부총련 출신의 한 인사는 “정형주 전 민노당 경기도당위원장이 각급 학교로 이른바 ‘지도 사업’을 나왔었다”고 말했다. 경기동부총련 출신 학생운동권 일부는 졸업 후 지역에 남아 경기동부연합과 관계를 유지하며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이자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집행위원장 출신인 비례대표 3번 김재연 당선자가 이와 유사한 케이스다.

경기동부연합 출신에는 서울대 운동권과 특히 한국외대 운동권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비례대표 2번인 이석기 당선자가 한국외대 82학번이고, 정 전 경기도당위원장도 같은 학교 84학번이다. 이 밖에 4·11 총선에서 경기 성남중원에 출마했다가 성희롱 파문으로 낙마한 윤원석(86학번) 전 민중의소리 대표, 우위영(84학번) 진보당 대변인, 편재승(87학번) 전 민노당 사무부총장, 김기창(85학번) 전 민노당 성남시협의회의장, 이양수(85학번) 전 민주노총 조직실장이 한국외대 출신이다.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는 이의엽 통합진보당 정책위의장, 이상규(서울 관악을) 당선자, 이용대 전 민노당 정책위의장이 경기동부연합으로 분류되는 진보당 인사다.

당 주류였던 이들은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를 거치며 점차 고립되는 양상이다. 범당권파로 분류되던 인천연합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출신인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의 사퇴와 함께 등을 돌렸고 울산연합의 지지도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비당권파 관계자는 “다른 당권파들이 당을 지키려고 하는 가운데서도 경기동부연합만은 패권을 지키려 움직이고 있다.”며 “이들의 폐쇄성과 대중적 진보정당은 양립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의 당권파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석기(비례대표 2번) 당선자는 4·11 총선을 통해 정치 무대에 데뷔하기 전까지 이름도, 얼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베일 속 인물’이었다.

운동권 시절 민족해방(NL) 계열 조직 ‘자주민주통일운동그룹’(자민통)에서 활동했고, 이적단체로 판정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 출신이며 경기동부연합에서 핵심 사업을 맡았다. 또 ‘민중의소리’ 이사와 당의 광고·홍보물을 독점한 광고기획사 ‘CNP전략그룹’의 대표라는 정도가 그와 관련해 알려진 전부다.

그러나 그는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서 1만1235표를 얻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자 구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었던 윤금순 후보를 압도했다. 당 안팎에선 경기동부연합의 조직적 투표가 이뤄진 결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이들의 조직문화를 잘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비당권파에서 파국을 경고함에도 불구하고, 당권파는 ‘분당’도 불사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버티는 것은, 이번 사태가 그들로서는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어떤 부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리라”면서 “그들이 파국을 무릅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갈려나가던 상황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분당을 불사하고 ‘간첩’ 활동을 한 당직자를 징계하자는 안건을 부결시켰다. 한마디로 문제를 일으킨 ‘한’ 명의 당원을 보호하느라 공당을 파괴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정신세계 속에서는 그 자를 내치는 것이 곧 북한과 자신들을 연결하는 정신적 탯줄을 끊는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게다가 NL 계열은 독특한 지도자 중심의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가령 전대협 시절 의장‘님’을 ‘옹립’하고, 결사 ‘옹위’하던 문화를 생각해 보라. 오래전 강철 김영환이 전향을 했을 때, 그를 따르던 수천 명의 조직원이 집단으로 전향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저 독특한 이념과 조직의 문화가 그들에게는 운동을 하는 ‘이유’ 자체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대표적인 집단행동

당권파라 불리는 이들이 민주노동당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의 일이다.

이들은 당시 PD(민중민주계열)가 주축이던 민노당을 서서히 잠식하면서 대규모 부정을 저질렀다. 이들은 지난 2000년 노회찬 의원 등 평등파가 민주노동당을 만들자 자주파가 소위 ‘군자산의 약속’을 통해 당에 들어가 장악하기로 결정한 이후 위장전입, 당비 대납 등 비민주적이고 엽기적인 방식을 통해 당을 장악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용산 지구당 선거와 관련해 구민노당 세력들은 대학생을 동원해 당비대납, 위장전입 등을 시도한 바 있다. 이른바 ‘용산 지구당 사태’다.

지난 2006년 최기영 당시 사무부총장 등이 당원 300여 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일심회 사건’ 역시 이들의 폐쇄성을 잘 보여준다. 당시 PD 계열 지도부와 평당원들은 당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것은 해당 행위이므로 법적인 처벌과는 별도로, 당에서 제명하고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NL은 이를 국가보안법 때문에 빚어진 진보정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반 국민 눈높이와 다른 자주파의 대북 인식도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사태 때 민주노동당은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핵실험의 원인은 미국의 대북정책 탓’이라는 자주파의 인식에 기반한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은 한반도 비핵화를 당 강령으로 삼았지만, 자주파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벌어진 ‘코리아연방공화국’ 논란도 대표적이다.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북한과 ‘1국가 2체제’로 통일하자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첫 공약으로 발표했다.


진중권 “NL계열 독특한 지도자 중심 조직문화 갖고 있다”

중앙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가능할까?…당권파는 반대


그 당시는 경제 문제, 먹고사는 문제가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 주요 당직과 선거캠프를 장악한 자주파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대선공약 1번으로 밀어붙였다. 공약을 담당한 정책연구원들을 비롯해 거세게 당내 반발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코리아연방공화국은 방향성만 제시하는 ‘국가비전’ 형태로 축소되는 듯했다. 그런데 당시 사무총장이던 김선동 의원(현재 당권파)이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대선 포스터에 ‘코리아연방공화국 건설’을 대선 슬로건으로 적어 인쇄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민주노동당은 이 포스터를 모두 폐기했지만, 당내 논란은 한동안 지속됐다.

 

당원보다는 공당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이 같은 행태는 구민노당 인사들의 조직 보위 논리를 살펴보면 잘 나타난다.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당내 비례대표 후보 경선의 시스템 부실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당원의 자존심과 명예”를 내세우며 반격에 나선 것은 과거 재야 운동권의 ‘조직 보위 논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08년 전교조 여교사 성폭행 사건 등에서도 드러났듯이 조직 내 비리ㆍ부정이 발생해도 외부 탄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사건을 은폐하거나 비리 연루자를 감싸는 것이 재야 운동권 일부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왔다. 특히 주사파 성향의 NL 계열 운동권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주사파는 학생 때부터 끈끈하게 맺어져 서로 생활비를 지원하고 챙겨줄 정도로 결속력이 강하다”며 “조직을 위해 십일조를 내는 등 신앙공동체와 유사한 면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조직 보위 논리는 과거 권력의 탄압에 맞서기 위해 나왔지만, 지금은 자기 조직의 권력만을 좇는 패권주의 문화로 변질됐다는 게 진보 인사들의 지적이다.

구민노당에서 당권파의 전횡을 겪다가 결국 분당을 추진한 진보신당의 김종철 부대표는 “다른 정파와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내부 권력 문제를 놓고는 타 정파를 ‘적’으로 규정하고 죽기 살기로 싸운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NL계에는 원래 ‘어려울 때 동지를 배신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데, 애초 이루려던 목표는 사라지고 ‘조직’만 남은 꼴”이라고 말했다.

타인에겐 엄정하면서 자신에게 관대한 이중 잣대도 이 같은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4, 5일 진행된 진보당 전국운영위 회의에서 당권파는 시종 “진상조사위가 편파적 조사로 우리 당원(자파 조직원)들을 모욕했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조직원들은 순수하고, 타 정파가 당권을 빼앗기 위해 모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 대표는 “이들은 적과 아군, 흑과 백, 선과 악 등을 아주 단순하게 구분하면서 모든 잘못은 상대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현재 이 같은 조직보위 논리는 당권파들이 말하는 ‘당원의 명예’, ‘당원총투표’등과 맞물린다.

공당으로서의 기능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당권파들의 모습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효원 ICEM 컨설턴트는 “진보당의 상황을 보면, 부실·부정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당원총투표’에 대한 물신화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당원의 의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민주적으로 대변하기 위해서 ‘총투표’를 하는 것이지, ‘총투표’를 위해 당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100명의 민주주의와 10000명의 민주주의는 다르다. 100명일 때의 총투표와 10000명일 때의 총투표는 그 내용과 형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10000명 총투표는 100명 총투표보다 뛰어난 지도력과 실무력을 요구하며, 보다 정교한 제도를 요구한다. 조직 성원이 10000명, 100000명으로 늘어나면 거기에 맞게 당원들의 의사대변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대의기관이 중요하다. 소수파가 대의기관에서 자기 의지를 관철시키기 어렵다고, 대의기관의 운영을 물리력으로 저지하고 ‘총투표’나 ‘직선제’ 같은 이른바 ‘직접민주주의’에 의지한다면, 조직 민주주의는 훼손되게 마련이다”고 밝혔다.

5월10일 전국운영위와 12일 중앙위가 당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대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비대위 구성이다. 비당권파는 전국운영위에서 비대위 추천을 마무리하고, 중앙위에서 비대위 인선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어떻게 될까?

지난 5일 통과된 권고안에 따르면 비대위는 당헌ㆍ당규제정,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선거시스템 구축 등을 마련해 6월 말까지 지도부 선출을 마친 뒤 해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권파는 비대위 구성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권고안에 명시된 비대위의 권한이 무소불위고, 활동기한 역시 지나치게 길어 당내 민주주의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비당권파가 비대위를 앞세워 당권파를 고립시키고, 당내 헤게모니를 잡으려 한다는 뿌리깊은 불신과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는 비당권파에서 비대위 구성 안건을 강행 처리할 경우 필리버스터 내지 몸싸움을 통해 결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계획이어서 대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지난 전국운영위에서 의장직을 내려놓은 당권파의 이정희 공동대표가 또다시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비당권파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235s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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