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잡음 많은 이유

형평성 갈등 심화…“36개월은 징벌적이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1/21 [12:02]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잡음 많은 이유

형평성 갈등 심화…“36개월은 징벌적이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1/21 [12:02]

국방부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에 따른 대체복무제 정부안의 큰 가닥을 잡았다. 교정시설에서 36개월 근무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다. 다만 국방부는 발표를 미루는 상황이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센 데다 정부 내에서도 비협조적인 기류가 감지돼서다.

 


 

국방부 정부안 ‘36개월’ 유력 검토…국회서도 쟁점 될 듯
교도소 복무 거론…충분한 복무 강도 가지며 합숙할 것


국방부 소속 심사위 구성도 쟁점…시민단체 반발 가능성
36개월안 ‘양심적 병역거부자 vs 일반 시민’ 의견 크게 갈려

 

국방부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복무기간을 현역병(육군기준) 2배인 36개월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대체복무제 최대 쟁점인 ‘복무기간’ 확정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 집총 등을 반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 초안을 국방부에서 검토하고 있다.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복무기간 논란


국방부는 지난 11월14일 배포한 대체복무제도 도입방안에 대한 설명자료에서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과 관련해 36개월과 27개월,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6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뒤 법무부, 병무청 등과 관계부처 실무추진단을 꾸리고, 학계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간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대체복무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왔다.


정부안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36개월안의 경우 현역병(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2개월)뿐만 아니라 평균 34~36개월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34개월 근무), 전문연구요원(36개월 근무) 공중보건의사(36개월 근무) 등 다른 대체복무자와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36개월안의 경우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3년 정도의 충분한 기간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돼 있다.


다만 국방부는 36개월안의 경우 국제적인 기준인 현역 복무기간의 1.5배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제도 정착 후 상황변화가 있을 경우 현역병 복무기간 단축 규정과 유사하게 복무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 현재 국방부에서 고려되는 대체복무 36개월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징벌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반면 27개월안은 UN 등 국제기구에서 대체복무기간을 현역의 1.5배 이상으로 할 경우 징벌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 1999년 UN 자유권규약 위원회는 현역복무 기간의 2배를 대체복무기간을 도입했던 프랑스 정부에 대해 현역과 대체복무 기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보면서도, 대체복무기간이 더 긴 경우에는 그러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자유권규약 위반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36개월안이 징벌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해 또 다른 처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36개월과 27개월 두 가지를 제시했지만, 30개월이나 32개월 등 중간안도 검토 가능하다”며 “자문위원에서도 그런 논의가 있었고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혀 기간에 대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실무추진단과 자문위원회 등에서 제시한 안을 토대로 올해 안에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입법절차를 마무리하고 하반기에는 시행령과 심사위원회 구성 등 행정적 절차를 추진, 2020년 1월1일부터 제도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회에서 추후 입법과정에서 복무기간을 둘러싸고 의견대립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체복무제와 관련해 의원발의안을 살펴보면 현역병 복무기간의 1.5배에서 최대 3년8개월(공군 2배)까지 다양하게 제시돼 있다.

 

복무기관은 교도소


복무기관에 관한 것도 논란이다. 일단 국방부 정부안에 따르면, 복무기관은 교정기관과 소방기관 중 택일하는 것보다는 교정기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은 현재 의무소방원 선호도가 높고 의무소방원(23개월)과 복무기간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점 등이 고려됐다.


복무분야를 복수로 할 경우 난이도를 통일하기 어렵고 형평성 시비가 우려됨에 따라 군복무 환경과 가장 유사한 교정으로 단일화한다는 것이다.


교정기관에서는 취사 업무와 물품 배송 업무가 대체복무자에게 맡겨질 전망이다. 업무 강도는 취사병, PX병보다 다소 높을 수도 있다. 취사병은 음식을 만들어 배식대에 갖다놓으면 그만이지만 대체복무자는 교도소 수용자들에게 밥통과 국통 등을 ‘배달’해줘야 한다.
물품 보급 역시 수용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일일이 전달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PX병과는 다르다. 재고 관리도 대체복무자들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교도당국이 가장 필요한 임무를 중심으로 너무 쉽지 않은 일, 충분한 복무 강도를 가지면서 교도당국에 도움이 되는 분야가 뭐냐라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군에서 취사 지원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그 분(대체복무자)들 자체가 군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방식의 복무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교정당국에서 충분한 사전 교육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병역거부자를 지뢰 제거와 유해 발굴 등 군내 비전투분야에 배치하자는 방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 당사자 수용성, 제도 도입의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체복무를 판단할 심사위원회를 국방부 소속으로 할지, 복무분야 소관부처 소속으로 할지 등을 두고도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병역자원에 대한 판단 업무는 그동안 국방부와 병무청 소관 업무였다는 점을 고려해 심사위원회를 국방부 소속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심사위원회는 국방부·법무부·인권위에서 위원을 나눠 추천하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는 방식으로 독립성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위원회 규모는 수십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방부 소속 방안에 대해 심사의 공정성과 독립성 등을 위해서 국방부와 병무청이 아닌 다른 기관에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배치되고 있다. 심사위원회를 국방부 소속으로 할 경우 시민단체의 반발 등도 예상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는 심사위원회가 어느 기관에 설치되든 심사의 공정성과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심사위원회의는 대체복무를 신청한 일로부터 90일내 심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경우 위원회 의결로 연장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심사위원회 내에 재심위원회를 설치해 동일 위원들이 두 번 심사하지 않도록 하면서 재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전망이다. 만약 재심에도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사법 절차를 거칠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재심절차와 행정심판·소송 등을 통해 대체복무제가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병역이) 미뤄질 뿐이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연기되는 이유


이처럼 국방부의 정부안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복무기간 ‘36개월’ ▲복무분야 ‘교정시설’ ▲복무형태 ‘합숙’ ▲심사기구 ‘국방부 산하’ 등을 대체복무의 쟁점이 된 4가지 사안에 대해 방향을 확정했다.
입법 절차를 감안해 가능한 한 빨리 정부안을 발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게 당초 국방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4가지 쟁점에 대해 야권과 시민사회의 눈치를 보면서 지난 8월부터 발표 예고와 연기를 거듭해왔다.


국방부가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야권의 반발이다. 자유한국당은 교정시설 복무를 규정한 정부안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신 지뢰제거와 전사자 유해 발굴에 대체복무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게 한국당의 안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종명 한국당 의원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복무 업무로 지뢰제거, 전사자 유해 발굴 등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뢰 제거를 업무에 포함한 것은 대체복무자가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만큼, 인명 살상 무기를 제거하는데 종사하는 게 적절하다는 여론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일체의 무기·흉기를 사용하거나 관리·단속하는 행위는 대체복무 업무에서 배제했다. 집총 업무를 수반하지 않는 복무 형태를 만들어 합법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이 밖에 재난 복구나 의료 지원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난도가 높은 업무를 주요 업무로 지정했다.


한국당의 김학용·이종명 의원은 이런 내용의 대체복무제 법안을 따로 발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대체복무 관련 의원 발의 법안이 9개로 나뉘어 있어 한국당 협조 없이는 합의된 법안이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국방부가 정부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면 강경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국방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는 대체복무가 대정부 투쟁의 호재라 판단한 듯하다.


시민사회 움직임도 고민거리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단체는 심사기구를 국방부가 아닌 국무총리실이나 행정안전부 등에 독립적으로 두자고 주장한다.

 

찬반의견 갈려


국방부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방안으로 교정시설(교도소) 36개월 복무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과 일반 시민 사이에 반응은 크게 달랐다.


군에 복무했던 이들은 대체로 육군 병사 복무기간의 2배 또는 그 이상이 대체복무 기간으로 적절하다고 봤으나, 병역거부자들은 36개월은 지나치게 길어 가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군에 복무한 남성들은 대부분 대체복무 기간이 최소한 육군 복무기간의 2배는 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지난 2010년 전역한 직장인은 “다른 대체복무자들의 복무기간도 34∼36개월인 것으로 안다. 형평을 고려해 최소한 36개월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엔 등 국제기구가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 복무기간의 1.5배 이상이면 징벌적 성격’이라고 규정하는 데 대해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데, 유엔 기준만으로 따질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현역 전역자도 “대체복무 기간이 최소 현역병 복무기간의 2배는 돼야 한다. 군대 대신 대체복무나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인터넷 공간에는 더 극단적인 의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 국방부의 발표 내용을 전달한 기사에는 ‘진정 양심 있다면 5년이 아니라 10년도 감수할 것’, ‘징벌적 대체 병역의무가 싫다면 군대에 가야 한다’는 댓글이 게재됐다.


반면 군에 복무하지 않은 시민 중에는 36개월이라는 시간이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젊은이로서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를 들어 27개월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 여성은 “현역보다 2배 길게 복무하라는 것은 대체복무자들에게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메시지가 너무 강한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3년 동안 대체복무를 하라는 것은 가혹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체복무가 가지는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아서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페널티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병역거부자들은 36개월의 복무기간이 징벌적 성격을 띤다며 반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2006년 8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이듬해 10월 출소한 이모 씨는 “형평성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부가 형평성을 맞췄다고 하는 산업기능요원과 공중보건의사 등은 출퇴근 복무자”라며 “복무 형태는 합숙 복무로 육군 병사와 같은 기준을 들이대면서 복무기간은 출퇴근 복무자를 기준으로 형평성을 맞춘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36개월 복무기간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가 없는 것도 문제”라며 “유엔 등 국제 기준이 권고하는 기준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형 기준을 찾기 위한 연구나 조사 등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 역시 “국제사회가 대체복무기간을 현역 복무자의 1.5배로 합의하고 다른 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2배로 늘리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는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지만, 복무 형태가 같지 않은 기준으로 형평성을 논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마치 둑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듯 가장 긴 합숙 복무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연간 대체복무자를 600명 이하로 제한한다는 국방부 계획도 비판했다. 한 병역거부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실현이라고 본다면 인원을 제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600명은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받는 인원과 동일하다”며 “이는 대체복무를 ‘처벌’ 대신 수행하는 행위로 보는 국방부의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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