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찔렀지만 살인 아니다"...내연녀 살인사건 풀스토리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5/06/24 [10:11]

"흉기로 찔렀지만 살인 아니다"...내연녀 살인사건 풀스토리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5/06/24 [10:11]

“흉기로 찌른 것은 맞지만 살인은 안했다”

지난 3월 2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놓고 국민참여재판에서 피의자가 한 말이다. 당시 피해자는 칼에 찔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피의자는 이에 대해 ‘자해하는 피해자를 막다가 흉기로 찌른 것’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또한 피의자는 사건 발생 후 자신이 자수한 점을 들어 선처를 요구했다. 하지만 배심원과 법원은 사망한 이의 몸에는 멍이 들었고 자해하기 어려운 뒷목에 치명상을 입은 점을 들‘정당방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신지체 2급인 남모(54세, 남)씨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8년간 만나온 최모(49세, 여)씨와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에 동거에는 이들에게 경제적인지원을 해준 남씨의 누나도 함께했다.

처음 생활은 여느 가정과 다름없이 평범했다.

정신지체가 있었지만 남씨가 돈을 벌었고, 최씨 역시 인근 시장에서 벌이를 했다.

문제가 된 것은 도박.

평소 화투를 즐겼던 최씨가 언젠가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은 채 도박으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취미생활이라 여겼지만 이 같은 시간이 길어지자 남씨의 불만도 쌓여갔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 2일에도 최씨는 인근 시장에서 화투판을 벌이고 있었다. 늦은시간까지 최씨가 귀가 하지 않자 남씨는 직접 그를 찾아 화투판으로 향했다. 실갱이 끝에 최씨를 화투판에서 데리고 나온 남씨는 인근 식당으로 향했다. 최씨와 대화를 하며 도박을 멈추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자 둘의 대화는 다툼으로 번졌다.

화가 난 최씨가 먼저 집으로 향했고, 남씨가 뒤따랐다.

다툼은 집에서도 이어졌다. 남씨의 누나가 있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둘의 다툼은 극에 달했다. 최씨가 죽겠다면서 베란다로 향했고, 이를 말리자 칼을 들고 나와 자해를 시도했다. 자해가 이어지자 남씨는 이를 말리기 시작했다. 자살을 하겠다는 최씨와 이를 말리려던 남씨. 몸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씨는 칼에 찔려 사망했다.

놀란 남씨는 누나를 불렀다. 남씨의 누나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둘이 다투기에 방에서 나와보니 올케가 죽겠다며 베란다에 나와있었다”면서 “이후 깜빡 잠이 들었는데 동생이 울먹이며 ‘누나 빨리 좀 나와봐’하는 소리에 깨 보니 올케가 죽어 있었다”고 밝혔다.

최씨가 사망하자 놀란 남씨. 그는 쓰러진 최씨를 두고 한시간 가량 술을 마신다. ‘경찰에 자수할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였다. 최씨가 사망한 뒤 한시간이 후 결국 최씨는 인근 파출소에 자수를 한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23일 서울 북부지법에서 남씨의 살인과 관련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남씨의 변호인은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고 어디까지나 정당방위를 한 것이어서 남씨는 살인이 아닌 상해와 과실치사의 경합범”이라면서 “자수를 한 점까지 미뤄 선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남씨의 고의성 살인 여부의 쟁점은 최씨의 목에 난 상처였다. 검찰은 최씨의 온몸에 멍이 들었고 자해하기 어려운 뒷목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부검의 역시 “피해자의 오른쪽 목 뒤의 5∼6㎝ 깊이로 베인 상처는 자해라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씨를 공격한 남씨는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며 “남씨는 몸싸움 당시 최씨가 배를 발로 걷어차 갈비뼈 1군데 골절상만 입는 등 최씨로부터 압도되지도 않아 정당·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남씨가 술에 취한 최씨를 진정시키려고 한 정황 등에 비춰 심신미약 상태도 아니었다”며 “당시 남씨의 정신상태는 정상인에 가까웠다”고 강조했다. 또한 검찰은 배심원들에게 남씨가 지난 2010년부터 폭행 전력이 4차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같은 근거를 가지고 검찰은 남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하지만 변호인측은 “최씨가 놀라 몸을 일으키면서 생겼을 수도 있고, 두 사람이 엉켜 넘어지거나 최씨가 자해하는 과정에서 생겼을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수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재판에서 배심원과 법원은 남씨의 정당방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직후 다량의 피를 흘리며 싸늘하게 식어가는 피해자의 옆에서 소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자수한 것은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통상적인 자수의 의미에 의심만 갈 뿐”이라면서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태도가 불량하다”고 말했다.

배심원들 역시 “남씨의 행동이 정당 방위로 극도의 공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남씨가 정신분열증이 있다는 정신감정 결과에도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의견을 냈다.

법원은 배심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남씨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이는 자수한 살인범의 형량 상한선인 징역 12년을 넘기는 것이다. 다만 남씨의 재범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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