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처가 첩에게 밀려나는 팔자에 관하여…
젊을 때 남편이 첩 들인 할머니, 일주 왕성한데 比肩 투출
공문룡/명리풍수 연구가 | 입력 : 2012/02/20 [15:02]
별 볼일 없는 재성 차지하기 위해 첩과 경쟁 벌이는 상황
개화기 이후에도 행세깨나 한다는 집안에는 좋게 말하면 ‘작은댁’이고 막말로 하자면 ‘첩’이라 불리는 여자가 있었다. 본처가 두 눈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다른 여자가 남편을 공유하자고 달려드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곱게 물러날 리 없으니 크든 작든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게 소위 ‘시앗싸움’이라는 시앗을 들이는 대목에는 두 가지 반응이 있다. 하나는 본처의 감대가 사나워 첩의 머리채가 남아나질 않을 뿐더러 온갖 엽기적인 욕지거리와 물리적 시위가 동원되는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본처가 무던하여 이렇다 할 말썽 없이 작은댁의 등장을 묵인하고 받아들이는 경우다. 사람들은 그런 본처를 가리켜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나 진배없는 성정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과연 그럴까? 겉으로 나타난 처신은 그랬을지 몰라도 속내는 그와 정반대일 수도 있다. 왕년에 그런 몹쓸 일을 겪으면서 어지간히 마음고생을 했다는 팔순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비견 득세하면 첩과 경쟁? “아이구! 내가 무던한 게 아니고 서너 살 아래였던 남편이 하는 짓거리가 하도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으니까 내가 고개를 돌리고 말았던 거지. 게다가 시부모에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사는 처지에 달리 뭘 어찌해 볼 수 있겠소?” “팔자에 나타난 삼(三)대운을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네요!” 일주(日柱)의 세력이 왕성한 사주인데 비견(比肩)이 투출해 있고 별로 든든해 보이지 않는 정관(正官)이 나타나 있다. 지지에 인성이 있어 나름 왕성한 세력을 지닌 일주는 형제나 동료에 해당하는 비견이나 겁재가 별로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허약한 재성이나 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별 볼일 없는 재성이나 관성을 차지하기 위해 일주가 형제나 동료와 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니 이를 군비쟁재(群比爭財)라 한다. 사주가 그렇다 보니 남편을 두고 첩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일주와 비견이 확보하고 있는 세력이 어떠하냐 하는 점이다. 이는 지지(地支)의 형편과 대운(大運)·세운(歲運) 등 행운에 따라 달라지는 세력판도를 헤아리면 어느 쪽이 유리한 입장이 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첩이 밀고 들어오는 시기는 비견의 세력이 우세한 쪽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세 번째 대운에서 운세의 흐름이 기신(忌神)인 비견을 지원하고 있으니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행세를 하는 기간이 한두 해가 아니다. 대운이 10년 단위로 바뀌기 때문이다. “겉으로야 내가 입을 다물고 짐짓 무심한 척했지만 그렇다고 속까지 그랬던 건 아니지. 나는 뭐 사람 아닌가?” “그러게요. 시앗 싸움에는 돌부처도 돌아앉는다지 않습니까?” “한 10여 년 그렇게 살다 보니 시할머니·시어머니 다 돌아가시고 고방 열쇠가 내 손에 들어옵디다. 그러자 그 여자가 제 갈 길을 가버리더구먼.”
일주 강해지자 ‘시앗’ 힘 못써 세월이 흐르면서 첩의 개념인 비견을 지원하던 운세가 본처의 개념인 일주를 지원하는 운세로 바뀐 것이다. 문제는 운세의 변화가 남편에 해당하는 관성의 세력을 한층 더 부실해지는 쪽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이다. 관성이 왕성하면 일주고 비견이고 눈 아래로 깔고 보는 식이지만 반대가 되면 일주의 눈치를 보는 약골로 처신하게 된다. 그동안 첩의 눈웃음과 베갯머리송사에 매몰되어 있는 사이에 타자로 취급되던 본처는 가권을 좌우하는 강자의 자리에 등극해 있었다. 형세가 불리해지면 눈치 빠른 첩은 튈 궁리를 하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물론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한 살림 빼돌려 제 살 궁리만큼은 착실히 해놓았을 터이다. 요즘 같으면 애저녁에 이혼장을 들이밀겠지만 예전의 본처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그저 여자 팔자소관으로 알고 살았다. 하긴 더 고약한 팔자를 타고나는 바람에 끝내 비견이 우세한 위치를 고수하는 경우에는 본처가 밀려나고 첩이 안방을 차지하는 예도 부지기수였다. 시집에서 쫓겨났는데 친정에서마저 등을 떠밀어내면 오갈 데 없어진 여자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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