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 화가 ‘낙타가 아니다’ 개인전..독특한 그림세계를 말하다!<인터뷰>“인도에서 공부-활동, 한국에서 미술 활동 진솔하게 털어놓다”
브레이크뉴스 이경미 기자= 화가 김은하가 지난달 21일부터 12일까지 ‘낙타가 아니다’를 주제로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낙타가 아니다’는 기계적인 일상과 가족과 사회를 부양하는 무게에 짓눌린 현대인의 노고, 서로의 고귀함을 잊은 인간의 삶, 그리고 타 생명체와의 부조화를 극복하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그녀가 인도 유학시절부터 친숙했던 낙타라는 소재는 20여 년간 인연이 있을 뿐 아니라, 인류사에서 문명과 문화의 이동을 함께한 상징적인 동물이면서 가장을 이끄는 가장의 모습과 닮아있어 재발견의 의미와 기쁨이 컸다고.
김은하 화가의 ‘낙타가 아니다’ 전시회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충정각에서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1부터 밤 11시다. 최근 <브레이크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김은하 화가는 자신의 작품과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다음은 김은하와의 일문일답.
-본인을 소개해 달라.
▲유명한 작가는 아니다. 인도에서 공부를 하고 활동도 하고 한국에서 미술 활동도 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가 다시 또 시작했다.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매해 발표하고 있다. 재개하고 나서는 4번째 연속 개인전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 같은 경우가 서서히 풀려나오는 시점이다. 어떤 느낌이 오는지, 많은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내 그림을 이해해 달라고 하기보다 어떻게 사람들이 느끼는지 궁금하고 많이 듣고 싶은 시기다. 이 다음으로 연결되는 작업들이 굉장히 두근거리고, 연속으로 하다 보니까 이제는 풀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화가가 된 계기는 언제부터.
▲시골에서 자랐다. 문방구도 없고 유치원도 없는 곳이었다. 내가 형제들이 많다. 그 중에 여덟째인데, 언니들의 교과서나 전집이 좀 있었다. 자라면서 그런 걸 많이 봤다. 언니들의 미술책을 보면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과 친숙해졌다. 그림을 그리고 장난치고 이런 것들이 가능했던 것 같다.
미술책에서 봤던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보는데 얼굴이 몽환적이고 굉장히 신비로웠다. 눈 표현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눈동자인데, 마루에 엎드려서 그걸 봤던 게 기억에 선하다. 그 여인의 눈이라든가, 갸름한 얼굴, 목이나 미소 같은 게 굉장히 지금도 좀 기억에 들어있다. 피카소나 이런 그림도 있었는데, 나는 그 알 수 없는 그림이 굉장히 좋았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고등학교를 시내로 가다 보니까 미술부 언니들 따라서 화실에 갔었다. 그때 화실 선생님이 그림을 그려보라고 해서 그냥 그렸는데, 그 분이 나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언니들을 따라 다녔다. 화실비도 안 받으셨다. 그때 선생님이 관심을 보여주셨던 것들이 도움이 됐었고, 고등학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 거다.
-전시회 ‘낙타가 아니다’에 대해 설명하자면.
▲우리가 보통 보면 인간도 아니다, 그러지 않나. 인간인데 인간이 아니라고 그런다. 어디에 인간의 고요한 게 들어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낙타도 마찬가지로 낙타가 낙타가 아니라는 그 지점이 어딜까 생각했다. 그 부분을 사람들 안에서 낙타를 발견한 것.
한 12년 전에 누군가 저한테 시를 줬는데, 사막을 걷는 낙타라고 적혀 있었다. 그때는 시적 언어였겠지 했는데 어느 날 길을 걸어가는데 어떤 뒷모습의 남자를 보면서 ‘정말 낙타가 있구나’ 싶었다. 정말 낙타 같았다.
밤 늦도록 새벽부터 일하는 많은 가장들이 있는데, 시인이 사막을 걷는 낙타라고 표현한 게 가슴으로 오기까지 12년이 걸렸다. 그 사람의 뒷모습에서 정말 낙타를 봤으니까 슬픔과 무게와 큰 우주, 어떤 그런 것들. 그게 낙타를 주제로 전시하게 된 게 결정적인 순간이 됐다.
그때부터 낙타에 대해서 리서치도 하고 인도 유학할 때 기억했던 낙타도 기억하고 여러가지로 낙타라는 소재가 주는 그 주제가 깊게 느껴지더라. 사람인데 낙타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고, 낙타지만 낙타 안에 인간과 같은 생명이 들어있다.
인간은 가장 높은 곳에 지배자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소나 고래, 원숭이와 DNA 구조가 5%밖에 다르지 않다. 그 한 자리 다른 부분 때문에 우리가 주인의 행세를 하고 힘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데, 생명체의 구조와 여행을 보면 우리가 90%를 잊고 산다. 5%, 10%만 매달려서 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래서 낙타가 아닌 거고, 인간이 아니 거고, 낙타가 인간인 거고, 인간이 낙타인 거다.
인간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는 인간의 구조 자체가 어떤 더 밖으로 더 확장돼서 생각해야 되는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지구의 성숙을 얘기하는데, 5% 전후의 우월성을 내세워서 지구를 점령하고 파괴하는 주체가 아니라 전생명에 대한 우주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명들, 동물들 인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을 좀 더 하고 싶다. 당분간 그렇게 좀 더 가고 싶다. 인간 중심을 좀 더 탈피하라는 게 주제다. 그럴 때 인간의 가치가 나오는 것.
-이번 전시회가 가지는 목적은 무엇인가.
▲더 많이 회자됐으면 좋겠다. 탈인간, 생명이라고 하는, 우주라고 하는, 더 큰 패러다임 안에서 주인이면 주인답게 의식의 확장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들려주고 싶다. 그 서막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을 말해 달라.
▲누워서 자고 있는 거인 같은, 누구는 태아라고도 하더라. 또 떼 지어서 쉬고 있는 낙타도 좋고, 섹스하고 있는 것도 좋다. 누구나 풍요, 열정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이 잊고 있는 게 순수라고 생각한다. 열정과 풍요는 치닫고 있지만 그 순수는 계속해서 얕아진다.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순수함에 관한 것들이 애착이 간다.
한 작품, 한 작품 다 애착이 가고 어떤 에너지와 기운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몇몇 작품들은 여행을 하는 동안 표시처럼, 방향처럼 보여지는 작품들이 있다.
-추구하는 그림의 방향이 있나.
▲다른 곳에 전시를 할 곳을 물색을 하면서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봤다. 거기서 전시한 작가들은 어떤 그림들을 그렸을까,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지금의 세상, 자기의 삶을 나름대로 의미 있고 열정도 들어있고 대단한 기교와 기술도 있더라. 색도 굉장히 밝고 발랄했다. 요즘 사람들은 어두운 걸 싫어하기도 하니까 그런 공통점들이 있더라.
나도 조금 더 밝아지고 싶다. 밝은 요소를 조금 더 끌어올려보고 싶고, 내가 하는 작품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해야 한다. 만약 어떤 욕망과 닿아있다면 그 욕망에 대해 바라봐야 한다. 단순히 팔리게 하는 그림이나 사람들이 보고 웃고 마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계속 여운이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형식적으로는 묘사가 많은 작품보다는 조금 더 상징적이고 조금 더 거칠고 순수함을 드러낼 수 있는 화풍이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어떤 전시회를 선보였나.
▲이전에도 존재나 불합리나 불균형에 대해 굉장히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불균형이나 불협화음이나 이런 것들보다는 그런 거에 굴하지 않고 오로지 한 목소리를, 하나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면 무엇일까에 집중하고 싶다. 비판이나 회의에 빠지거나 하기보다 그 한 목소리를 찾아내는 게 이제는 좁혀진 영역인 것 같다. 지난해 전시가 끝나고 올해 오면서 조금 더 확연해졌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보람됐던 순간은 언제.
▲자기 메시지를 찾지 못할 때다. 글쓰는 사람이 글이 안 써질 때가 제일 힘든 것처럼 화가도 자기 메시지가 잘 찾아지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든 거다. 굶는 것도 힘들고, 생활이 잘 안 되는 것도 힘들지만 하나의 목소리로 그걸 드러낼 수 없을 때 가장 절망스럽다.
보람됐던 순간은 내가 드러내고 있는 메시지에 근접하고 있을 때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고, 아이가 웃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보람차다.
-작품을 본 아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아들이 8살인데, 항상 이야기하고 어떤 게 좋다고 자기가 사고 싶다고 한다. 아직 아이라서 괜히 어른스러워 보이는 걸 좋아하고 그러기도 한다.
-작품 보존 방법은.
▲습기 차는 곳에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방에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사는 집 방 곳곳에 쌓이게 되는 현상이 있다. 작품 보관소가 따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 그래야 다시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작업 공간이 그림으로 쌓이면 난감하더라.
그래서 그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을 물색을 해서 10, 20만원이라도 받고 대여를 하고 싶다. 실제로 엉망인 곳이 많다. 걸려있는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 수준이 보인다. 150년을 진화하지 않은 채로 문화예술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지 않은 것.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공간이라면 그곳에 에너지를 주고, 어떤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구조로는 제대로 감상되지 않고 항유되지 않아서 고급 인력들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썩고 죽고 있는 거다. 팔리거나 순환이 돼야 하는데 계속 정체 되다 보면 붓을 놓게 되고 그냥 돈벌이로 가는 거다. 그러다 보면 순수함의 영역은 좁아지게 된다.
-화가로서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
▲이제 됐다고 느낄 때까지, 그리고 싶을 때까지 그리는 거다. 하지만 타의에 의해서 환경에 의해서 굴하게 된다면 뭔가 한이 맺힐 것 같다. 그게 안 좋은 시나리오다. 좋은 시나리오는 내가 그리고 싶을 때까지다. 어떤 구조라도 할 수 있다면 행복한 거 아니겠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요즘에는 게임이나 영화 훌륭하게 잘돼 있고 자극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대중적인 선호도가 게임이나 영화에 몰입이 돼 있다. 조금 더 추상적이고 조금 더 풀어놓을 수 있는 산책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순수미술 작품이나 음악회, 실제로 사람이 만들고 숨쉬고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발걸음을 옮겨 주시고 관심을 표했으면 한다. 순수예술이라고 봤을 때 그게 왜 순수한지 볼 필요가 있다.
영화나 개그프로그램으로만 채울 수 없는 게 있다. 누가 나를 웃겨줘야 하고 이런 게 아니라 압박 없이 자유롭게 헤맬 수있는 곳이 음악이나 미술이 있는 공간 같다. 목표하지 않은 헤매는 행위 속에서 순수함이 조금 더 움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순수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들이 안전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작업하고 발표하는 예술가들은 삶의 끝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사람이 젖어드는 거다. 순수해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영역, 그런 신비함이 아직도 순수예술이 살아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전시장에 가고 콘서트를 보고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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