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매일유업 뒷돈부터 갑질까지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5/12/11 [15:07]

서울우유·매일유업 뒷돈부터 갑질까지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5/12/11 [15:07]
▲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비리스캔들.     ©사건의내막

 

‘우유페이’ 논란 빚는 동안 서울우유 실질적인 CEO 납품업체로부터 ‘뒷돈’

매일우유 ‘회장님 동생’, 별도법인 차려놓고 납품액의 3%씩 ‘통행세’ 챙겨

우유업계 납품비리는 유제품 가격상승 불러 그 피해 소비자가 뒤집어쓸 듯

 

지난해 온 국민의 ‘공분’을 산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 갑질 행태를 까맣게 잊어버린 것일까.

 

우유업계에 대기업의 갑질과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풍문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우유업계 1·2위 업체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과 매일우유 등 대형 우유업체의 최고경영자 등 임직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기는 등 추악한 비리 사실이 무더기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CEO부터 창업주 아들까지…썩는 냄새 진동!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의 경영진이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근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범죄 혐의로 기소된 두 회사의 임원들이 최고경영자와 오너 일가라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우유업계 비리 수사는 지난 1999년 서울우유 납품비리 사건 이후 16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12월6일 서울우유 이동영 전 상임이사(62)와 매일유업 김정석 전 부회장(56) 등 두 회사의 임직원 12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또한 검찰은 두 회사의 임직원들에게 4억1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네고 회사 자금을 빼돌린 우유 용기 납품업체 대표 최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우유 이동영 전 이사는 납품 계약 유지를 도와주겠다는 명분으로 우유팩, 플라스틱 커피용기 등을 납품하는 업체 최모 대표로부터 85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우유는 일반적인 주식회사가 아니라 협동조합으로 상임이사가 1명뿐이라서, 이동영 전 상임이사가 실질적인 최고경영자였던 셈이다. 게다가 협동조합법상 상임이사는 공무원 자격을 갖는다.

 

결국 이 전 상임이사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돼 구속 기소됐다. 지난달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이 전 상임이사 사무실에서 회계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7년 치 구매 관련 자료, 업무 일지 등을 압수하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이 전 상임이사는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 전 상임이사는 3선 상임이사였다.

 

서울우유 직원 5명 역시 같은 업체 대표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우유 경영전략팀장은 납품계약 관련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200만원, 식품안전본부장은 900만원, 영업전략팀장은 1400만원을 각각 받아 챙긴 것으로 검찰에선 파악 중이다.

 

서울우유 본사 경영진들이 이렇게 비리를 저지르는 동안 정작 서울우유는 직원들의 월급을 우유로 대신 지급해 ‘우유페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서울우유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월급의 10~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으로 지급했다. 논란 당시 서울우유 측은 “상반기에 183억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라도 우유를 적극 소비해 보자는 제안이 나와 6월 월급 중 일정금액으로 우유·유제품을 임직원이 함께 구매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우유는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반기 순손실을 기록하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고육지책으로 서울우유는 ‘우유월급’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던 셈이다. 당시 사내에서 벌어진 우유소비 운동으로 서울우유 직원 1700~1800명가량이 3~4억원 어치의 우유·유제품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유제품으로 지급한 월급 비율은 사원 10%, 팀장 20%, 부장 30%, 임원 40%로, 팀장급의 경우 100여 만원, 임원들은 200여 만원어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2위인 매일유업의 횡포는 더 심각했다. 고(故) 김복용 매일우유 창업주의 차남이자 3대 주주인 김정석 전 부회장이 냉동·운송 업체 등 별도 법인을 차려놓고 납품업체들에게 이곳을 통하도록 했으며,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납품액의 3%씩을 이른바 ‘통행세’로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동생인 김정석 전 부회장은 회삿돈 48억원을 빼돌린 횡령 혐의로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부회장이 이 같은 수법으로 회사 수익금 48억원 중 32억원을 빼돌려 생활비·유흥비 등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석 전 부회장은 매일유업의 3대 주주이기도 하다. 또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매일유업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매일유업은 김 전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납품 중개 및 운송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 납품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납품액의 3%를 수수료로 내는 불필요한 중간 단계를 거쳐 매일유업에 납품을 해야만 했다. 큰 기업이 밑의 하청업체로부터 납품계약 유지를 빌미로 돈을 뜯어냈고, 사실상 납품업체들은 이 전 부회장이 대주주인 회사에 통행세를 낸 셈이다. 그리고 이 전 부회장은 2008년부터 지난 11월까지 7년간 이 중개 업체의 수익금 48억원을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근무하지도 않은 직원 명의의 계좌로 거래금액을 가로챘고, 이를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매일유업 오너 일가인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검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김 전 부회장이 48억원을 전부 변제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매일유업 부장 노모씨는 김 전 부회장과 짜고 법인 자금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한 검찰은 김 전 부회장의 횡령에 공모했거나 납품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매일유업 전·현직 직원 5명도 함께 기소했다. 매일유업 전 구매팀장 한모씨는 2013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3년여간 납품단가 유지나 납품물량 증대 청탁을 받고 납품업체 대표 최씨로부터 현금 1억2000만원과 3000만원 상당의 자동차를 받기도 했다. 같은 팀 과장도 비슷한 청탁을 받으며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9600만원을 수수했다.

 

우리 사회에서 각 분야의 특권층이 저지른 터무니없는 갑질로 여론이 들끓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직도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되자 소비자들은 혀를 차고 있다.

 

전문경영인과 오너 일가까지 가세한 우유업계의 이 같은 납품비리는 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 결국엔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단속해 엄벌에 처할 것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의 지적처럼 우유 업계의 갑질 사태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소비자다. 납품 가격 산정에 로비 비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같은 우유업체 임직원들의 비리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부당 이득을 사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우유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 실제 우유업계는 지난해 우유와 유제품의 가격을 7~8% 이상 인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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