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판 섹스노예 해괴실상
SM이란 쾌락 따라 형성된 주종관계 ‘이상야릇’
취재/최태민(객원기자)
| 입력 : 2012/03/05 [13:10]
“날 하인처럼 짓이길 주인님 어디 없나요?” SM노예 꿈꾸는 여자들 급증
몇년 전만 해도 남녀비율 20:1…최근엔 여성 SM 플레이어 늘어 4:1 정도
23세 꽃띠 여성 SM 플레이 마력에 푹~…정복당할 파트너 찾아 클릭클릭
노예는 인류가 발생한 이래 가장 악질적인 형태의 고용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복종하도록 만들며, 극악한 형태의 착취를 해내는 노예제도는 전쟁의 원인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인류는 그러한 불평등한 관계를 일소하고 ‘민주주의’라는 평등하고 조화로운 체제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21세기,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색다른’ 노예들이 부활하고 있다. 그 ‘노예들’은 자신의 처지를 오히려 반기고 즐거워한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노예들이고 심지어 끝없이 자신의 주인이 될 사람을 찾아 헤맨다는 점에서 또한 전혀 다른 스타일의 노예이기도 하다. ‘섹스와 쾌락’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노예와 주인의 관계는 그래서 사뭇 의미심장할 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정신병리 현상에 대해서도 많은 함의를 전해주고 있다. 새롭게 부활한 21세기판 섹스 노예, 그 실태를 집중취재했다.
“예전에는 주인님이 계셔서 사진을 올려주셨는데 지금은 없어요. 오랜만에 ××(특정 음란 홈페이지를 지칭) 와서 가입하고 혼자 외로워서 사진 찍어 봤어요. 저는 평범한 섹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노예×이에요. SM 플레이(사디즘·마조히즘을 중심으로 하는 성행위)를 늘 상상하면서 야릇한 행위를 하고 가슴이나 꼭지에 고통을 줘야 흥분해요. 일반적인 관계에 질리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네요.”
노예 자처하는 여성 의외로 많아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주인’을 찾는다는 한 여성의 게시글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분명하게 ‘노예×’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남녀의 성관계에서 노예의 위치를 자칭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개 이러한 글들을 올리면 남성들의 쪽지와 이메일이 쇄도한다. 여성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성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노예·주인’의 관계는 SM 성향을 지닌 이들에게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디즘(가학)적 성향을 지닌 이들은 보통 주인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마조히즘(가학)적 성향을 지닌 이들은 노예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연상남 주인을 찾습니다”
성행위에 있어서 이들은 실제 노예와 주인의 관계를 방불케 한다. 주인은 노예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학적인 폭력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노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 쾌락을 느낀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노예×’을 자처하는 여성들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이런 수치가 통계화될 리도 없고, 어느 정도 있는지 추산하기도 힘들다. 당연히 ‘극소수의 여성’일 뿐이다. 하지만 SM 사이트에서는 이렇게 노예 혹은 주인의 성향을 지닌 여성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노예를 자처하는 또 다른 여성의 글을 보자.
인터넷상에서 주인을 찾는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주인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전 23살이구요 지방에 삽니다. 살쪄서 몸매는 별루니까 전신사진 올리시라는 분들 죄송~근데 혼자서 찍는 거라 전신사진 올리기도 어려워요. 가슴이나 ××(여성의 은밀한 곳을 지칭)에 만족해주시길. 섹스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이곳에서 사람을 만나는 건 뭔가 무서워요. 어떤 사람일지 어떻게 아나요? 우선 이곳에서 쪽지하길 바라구요, 그리고 쪽지 보내주시는 분들 중에서 24살 이상부터 쪽지 보내주세요. 저보다 어리신 분들을 주인으로는 모시지 않아요. 전 연상만 좋거든요.”
그녀 자신이 밝힌 그녀의 나이는 23살. 정말이지 ‘꽃다운 청춘’이라고 불릴 만한 나이이지만 SM 플레이의 마력에 빠진 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섹스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주인 성향을 지닌 남녀 커플이 노예 성향을 지닌 커플을 구하는 일도 있다.
노예 계약서·임대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복종 플레이 탐닉하는 남녀 커플도
대기업 부장·전문직 고학력 남성 SM 플레이에서는 오히려 노예 위치 자청
여성이란 콤플렉스 딛고 부와 명예 거머쥔 여자들도 정복당하는 하녀 원해
“저희는 30대 초반 커플이고 저는 멜돔(남성 주인 성향)이며 제 애인은 팸돔(여성 주인 성향)입니다. 지역은 서울입니다. 둘 다 준수한 외모입니다. 조건은 술·담배 다 할 줄 아는 멜섭(남자 노예 성향), 팸섭(여자 노예 성향)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이론과 개념이 잡혀 있는 분들을 원합니다.
진정으로 자기 스스로가 ‘아~ 나는 진짜 멜섭으로서 강한 욕망의 자극과 짜릿한 필을 느껴 보고 싶다’고 하는 분,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확실한 분을 원합니다… 정신적으로 상대방에게 복종당하면서 수치와 능욕을 당하고 정말 미칠 정도로 중독성을 느껴 보실 분들을 원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도 복종 플레이를 하실 분들을 원하며 진짜 제대로 마인드가 되실 분을 만난다면 노예 계약서 및 임대 계약서도 작성하겠습니다.
저희가 정말 강하게 한 번 노예로 키워주고 길들여 드리겠습니다. 진짜 복종과 수치와 능욕이 뭔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처절하게 짓이겨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SM은 콤플렉스의 소산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며 그러한 SM 플레이를 하면서 그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일부 SM 플레이어는 현실의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실에서와는 전혀 반대의 위치에 놓임으로써 오히려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일부 현실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 예를 들면 대기업의 부장이나, 고학력의 전문직 남성들이 SM에서는 오히려 노예의 위치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이라는 콤플렉스를 딛고 어렵사리 사회에서 성공해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섹스 시에는 노예가 됨으로써 완전히 정복적인 관계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이야기.
권력에는 늘 스트레스가 따르고, 그것을 유지시켜야 하는 강박 관념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SM 플레이에서만큼은 그 모든 것이 일시에 해소되고 머리에서 완벽하게 지워지게 마련이다. 마치 한동안 고생을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잊고 잠시 쉬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인간의 본능 속에 내재해 있는 ‘공격적인 성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SM을 한다는 사람도 있다. 섹스라는 것이 쾌락을 둘러싼 투쟁과 쟁취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여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역시 ‘공격적 성향’이고 이것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는 섹스 스타일이 바로 SM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의 섹스 성향과 현실에서의 실질적인 행동은 전혀 다르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성관계 시에는 악질적인 주인의 역할을 맡는 사람이 현실에서는 여자들이 많으며, 그 앞을 지나가지도 못한다든지, 혹은 반대로 ‘노예×’을 원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거의 남자와 같은 캐릭터로 동년배의 남성들을 압도하는 경우가 그런 예이다.
하지만 이러한 SM 성향에 대해서 때로는 ‘성적 콤플렉스의 소산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년간 SM 플레이에 빠졌지만 지금은 다시 정상적인 성생활로 돌아왔다는 G(여성·34)씨의 이야기다.
여성 SM 플레이어 왜 급증?
“지난 몇 년간의 SM 플레이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궁극의 질문을 던졌다. 과연 ‘나는 왜 SM을 하고 있는가’라는 점이었다. 물론 ‘쾌락 때문이다’라고 간략하게 말할 수 있지만, 좀더 심층적으로 봤을 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나는 일종의 성적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남성들과 정상적인 성관계를 맺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숨기려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러한 정상적인 것을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것으로 괴로워했다. 결국에 나는 나의 콤플렉스를 가리는 하나의 방법으로 SM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그저 다양한 성적 취향의 하나다’라고 강변을 해왔다.
내가 나 자신을 진솔하게 들여다보자 나의 추한 모습이 보였고, 이제는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과감하게 SM을 포기했다. 아직 과거의 성생활의 취향들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SM에 대해서는 딱히 단정 짓기는 힘들다. 그 ‘역사와 전통’이 워낙 길 뿐만 아니라 탄탄한 이론적 배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특히 ‘노예×’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현실이다.
한 SM 동호회의 회원은 “몇 년 전만 해도 남자와 여자의 비율은 20:1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4:1 정도가 된다. 여성 SM 플레이어가 그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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