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병의 야쿠르트, 유산균 발효유의 역사

방판 주부사원 1만5천명 45년간 야쿠르트 470억병 판매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6/08/23 [08:59]

윤덕병의 야쿠르트, 유산균 발효유의 역사

방판 주부사원 1만5천명 45년간 야쿠르트 470억병 판매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6/08/23 [08:59]

 

한국야쿠르트는 1971년, 우리나라에 유산균을 처음 선보인 후 45년간 470억병의 야쿠르트 누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셔본 ‘국민간식’이 된 것이다. 그 중심에는 한국야쿠르트의 창업주 윤덕병 회장이 있다. 그는 국내 발효유 시장의 첫 포문을 연 기업인으로 창업정신이자 기업 철학은 ‘건강사회건설’이었다. 그는 창업부터 현재까지 건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원칙아래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윤 회장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하고,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주부 사원을 활용한 방문 판매 시스템을 정착시키기도 했다. <편집자 주>


  

‘건강사회건설’을 창업정신으로 발효유분야 독보적 자리매김

‘국민간식’ 야쿠르트, 45년간 470억병 누적판매고 ‘흥행대박’

1970년대 ‘야쿠르트 아줌마’ 활용한 방문 판매 시스템 정착

중앙연구소, 유산균 활용한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선도

사랑의 손길펴기회’ 등 40년간 나눔활동, “받은 만큼 배푼다”

 

▲ 한국야쿠르트의 창업주 윤덕병 회장. <사진=한국야쿠르트>    

 

[사건의내막=이동림 기자] 한국야쿠르트는 창업 초기 건강식품을 위주로 한 종합식품회사를 표방했다. 창업주 윤덕병 회장(90)의 창업정신이자 기업 철학은 ‘건강사회건설’이었다. 그는 창업부터 현재까지 건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원칙아래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국민간식’ 야쿠르트

 

이 땅에 최초로 ‘야쿠르트’ 시대를 연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설립되었다. 한국야쿠르트는 당초 기술도입을 위해 일본야쿠르트와 합작투자 방식으로 세워졌다. 초기 한국야쿠르트는 창업주 윤덕병 회장과 초대 전문경영인 고 윤쾌병 사장이 이끌었다. 그리고 ‘유산균’에 주목했다. 한국야쿠르트는 1971년, 우리나라에 유산균을 처음 선보인 후 45년간 470억병의 야쿠르트 누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셔본 ‘국민간식’이 됐다.

 

윤 회장은 만 8세의 나이로 일본 도쿄 유학길에 올랐고 고등학교까지 일본에서 학업 했다. 이후 1963년 사업의 꿈을 안고 중령으로 예편한 윤 회장은 ‘우유 소비량’에 주목했다. 당시 정부 축산진흥정책에 우유 생산량은 늘었지만 처리 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원유가 남아돌았다. 그러던 중 윤 회장은 일본에서 유산균 발효유를 접했다. 우리 기술로 만들고 유산균 발효유를 만들고 싶던 윤덕병 회장은 당시 건국대 축산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사촌형 고 윤쾌병 교수(초대 사장)를 지원군으로 삼게 됐다.

 

윤 교수와 힘을 합쳐 회사를 세운 윤 회장은 일본야쿠르트의 기술 도입에 나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본야쿠르트와의 합작 투자(한국 61.7%, 일본 38.3%) 방식을 취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일본에서 들여온 종균 앰풀을 바탕으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또 1971년 경기 안양에 국내 최초의 발효유 공장인 안양공장도 완공했다. 국내 최초의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된 계기였다.

 

그러나 한국야쿠르트가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은 것은 아니었다. 70년대 초, 일반 국민들의 발효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해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균을 어떻게 돈 주고 사먹느냐’, ‘병균을 팔아 먹는다’는 등 유산균에 대한 편견이 팽배한 소비자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생활에 다소 여유 있는 사람들이 사먹는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되자 건강음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특이한 맛, 저렴한 가격 등이 어필하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야쿠르트 판매 첫해 2만579병에 불과했던 첫해 하루 판매량은 개시 2년 후인 1973년 6월에는 하루 판매량이 10만병을 넘어섰고 매년 50~100% 이상의 성장을 계속했다.

 

야쿠르트 하면 떠오르는 ‘방문판매’ 방식도 이때 처음 도입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어렵던 1970년대는 물론 지금까지 야쿠르트 아줌마는 여성 일자리 창출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1971년 7월 당시 47명에 불과 했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현재 1만5000명에 달한다. 방문판매라는 획기적인 판매방식으로 1977년 9월 하루판매량 100만병을 넘어서는 성과를 보이며 성장을 구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1982년 일본 라면 수프 제조업체인 ‘이찌방식품’과 기술 도입 계약을 맺고, 이듬해인 1983년에는 라면 생산을 시작해 ‘팔도라면’을 시장에 선보였다.

 

그 후 1996년 사명을 ‘한국야쿠르트’로 변경하고, 1997년 식혜와 건강음료 생산업체인 ‘비락’, 2004년 ‘파스퇴르유업’을 각각 인수했다. 또 2006년 ‘플러스자산운용’을 인수하며 금융업에 진출했고, 2009년 ‘능률교육’을 사들이며 출판업에도 진출했다. 윤 회장은 설립 당시부터 견지해 온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도 한국야쿠르트의 ‘선장’ 역할은 윤덕병 회장이 맡지만, 실질적인 항해사는 현재 고정완 사장이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사장에 오른 그는 1991년 아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한 정통 야쿠르트맨이다. 영업을 시작으로 마케팅, 기획, 재무, 경영지원 등 주요 업무를 맡으며 폭넓은 실무 경험을 쌓았다.

 

라면사업을 이끌고 있는 최재문 팔도 부회장은 경북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86년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했다. 기획팀장, 기획부문장, 해외영업본부장 등 주로 기획과 영업을 거쳤으며 2011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2012년 팔도 법인 분리와 함께 팔도의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우유, 건강 즙을 비롯해 컵밥 같은 편의식품을 선보이고 있는 비락은 맹상수 사장 체제로 움직인다. 맹 사장은 부산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1988년 비락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인사, 재무, 홍보 등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회사의 대표적인 관리통으로 통한다.

 

이처럼 전문경영인 위주의 경영체제 속에 윤 회장은 공식 석상에도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공장과 영업소 등 현장을 찾는 일은 마다하지 않는다. 윤 회장은 아흔의 나이지만 그 흔한 성인병 하나 없이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후문. 소식을 하고 웬만한 더위나 추위에는 냉방기나 난방기를 가동하지 않고 견딘다. 지금도 매일 10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생활과 사옥 곳곳을 둘러보며 안전을 체크하는 열정 역시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 국내 최초 발효유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와 당 함량을 줄인 ‘야쿠르트 라이트’<사진=한국야쿠르트>

 

현재 윤 회장은 해외사업을 비롯한 신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식음료 사업부문에 그쳤던 한국야쿠르트의 새 먹을거리를 위해 M&A(인수합병) 및 신수종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식음료 사업에 한정짓지 않고 의료·교육·레저 등 생활건강과 관련된 사업을 모두 다루는 종합건강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 아래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야쿠르트는 3년째 매출이 내리막길이다. 2013년에는 매출 9925억 원을 넘어서며 ‘1조 클럽’ 입성을 눈앞에 뒀지만 지난해 9300억 원원 때로 후퇴했다. 내수 경기 침체로 유산균 제품 매출이 감소한데다 의료기기·커피전문점 등 신사업에서 적자가 나면서 성장이 멈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93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500억~600억 원대를 유지하던 당기순이익도 400억 원대로 떨어졌다. 한국야쿠르트가 400억 원대 순익을 기록한 것은 매출액 8000억 원을 밑돌던 2001년(458억 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사상 최대의 판매촉진비가 쓰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에 따른 판매 증가율은 기대만큼 신통치 않았다. 건강음료가 다양화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발효유 시장이 부진하고, 내수경기 침체와 저출산에 따른 유제품 소비 감소 등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야쿠르트에 유산균 발효유 외에 시장에서 통할만한 주력제품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가치관경영의 일환으로 건강한 습관을 선포하고 경영 전반에 체화시키는 활동으로 난관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야쿠르트를 중심으로 한 식품사업뿐만 아니라 능률교육의 교육사업, 큐렉소의 헬스케어 사업 등 건강한 식품, 건강한 배움, 건강한 케어라는 건강을 축으로 한 3대 사업부문 모두 공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신사업은 국민 건강과 밀접한 교육, 식품, 의료 서비스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장기 투자”라며 “큰 시장을 보고 투자한 큐렉소 수술로봇의 경우 지난해 미국 FDA(식품의약품안전청) 승인을 받아 판매를 시작한 만큼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선보인 콜드브루 커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고 판매 중인 자연치즈가 인기가 많아 올해는 매출 반등을 기대한다”며 “1조 클럽 입성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매출이 3년 연속 뒷걸음질 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회장은 기능성 발효유 개발을 통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한국야쿠르트의 47년 역사가 쌓여온 시간 동안 유산균 연구를 통한 건강기능식품 개발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자신감이 밑바탕 된 것이다. 특히 중앙연구소는 한국야쿠르트가 국내 1위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실제로 그 동안 중앙연구소는 4000여 종의 ‘균주 라이브러리’ 구축, 특허등록 139건, 특허균주 56종, 자체 개발 유산균 22종 등의 결실을 맺었다.

 

중앙연구소의 성과에 대해 한국야쿠르트 측은 “수입 종균에 의존한 제품 생산에서 벗어나 1995년 국내 최초로 비피더스 유산균 균주 개발에 성공하며 유산균 독립을 이뤄냈다”면서 “1995년 한국형 유산균 개발 이후 균주 수입대체효과가 누적 2000억 원이 넘었다”고 밝혔다. 중앙연구소에서 개발해낸 한국형 유산균은 ‘야쿠르트’(1971년), ‘에이스’(1994), ‘슈퍼 100 프리미엄’(1988),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2000), ‘헛개나무 쿠퍼스’(2009), ‘세븐’(2012), ‘얼려먹는 야쿠르트’(2016) 등의 발효유 제품에 적용됐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면서도 ‘국민 건강 사회 건설’이라는 창업 이념을 신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가치 창출로.” 지난 2009년 한국야쿠르트의 40주년 행사에서 그는 한국야쿠르트의 나아갈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평소 기업의 이윤추구 만큼이나 ‘사회 환원’을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알려진 윤 회장은 한국야쿠르트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한번 시작한 사회공헌 활동은 그만두지 않고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7년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해 왔다. 과학꿈나무 육성을 위한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와 함께 39년 동안 해마다 개최된 ‘전국어린이건강글짓기대회’,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사랑의 손길펴기회’와 세계 유산균 관련 학술 세미나인 ‘국제학술심포지엄’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야쿠르트 아줌마’도 한국야쿠르트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이다. 실제로 윤 회장은 고객과 1대1로 만나 친밀감을 통해 생활 속에서 봉사활동과 함께 홍보우먼의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야쿠르트 아줌마’를 한국야쿠르트의 핵심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온 바 있다.

 

사회공헌 활동

 

1971년 처음 활동을 시작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단순한 판매원의 의미를 넘어 주변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사랑의 전도사’다. 1994년부터 외로운 노인 건강 확인 방문운동 등을 펼쳐 온 것을 시작으로, 2008년 겨울부터 서울시청 광장에서 포기김치를 담가 소외 이웃에게 전달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쳐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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