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콜뛰기' 타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

나가요걸부터 연예인, 일반인까지 은밀하게 '자가용 택시' 찾는 이유

취재/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4/03/10 [11:48]

'강남 콜뛰기' 타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

나가요걸부터 연예인, 일반인까지 은밀하게 '자가용 택시' 찾는 이유

취재/이상호 기자 | 입력 : 2014/03/10 [11:48]
몇년 전 강남 중심으로 성행하던 콜뛰기...단속에도 ‘거뜬’
업소 여성들의 입소문을 타고 일반인들마저 이용하기 시작

▲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콜뛰기 차량의 불빛은 여전히 강남 유흥가를 중심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사진은 경찰에 적발된 콜뛰기 영업기사 의 광고명함과 책자.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여종업원인 이모(30)씨는 요즘 외출할 때 택시 대신 ‘콜때기’를 이용한다. 서울 어디서든 전화 한통이면 고급차량이 5분 안에 도착해 목적지(서울기준) 1만원을 받고 개인기사처럼 깍듯이 바래다주기 때문. 일명 ‘콜때기’, ‘나라시(고르기의 일본말)’ 등으로 불리는 불법운송서비스는 요즘 업소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사건의내막>이 이른바 ‘콜때기’ 영업에 대해 취재했다.


취재/ 이상호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 사는 유흥업소 여종업원 S 씨는 출근할 준비가 끝나는 오후 6시경이면 단골 ‘콜뛰기’ 업체 운전사에게 연락한다. “빨리 와 달라”고 한마디만 하면 운전사는 검은색 오피러스 승용차를 몰고 중앙선 침범, 신호위반, 인도 위 주행도 마다하지 않으며 쏜살같이 집 앞에 도착한다.
이미 골목에는 비슷한 연락을 받고 온 에쿠스 체어맨 벤츠 등 국내외 고급차량이 즐비하다. 운전사는 S 씨를 태워 그가 일하는 강남 지역 유흥업소로 출근시키고 ‘강남 기본요금’인 1만 원을 받는다. S 씨는 새벽까지 일하다 급하게 다른 업소로 이동할 때도 콜뛰기를 부른다. 뒷좌석 팔 받침대에 서비스로 꽂혀 있는 외제 담배를 피울 수도 있다. 옷매무새를 살피다 스타킹 올이 나간 걸 발견하면 운전사가 트렁크에 보관 중이던 스타킹 하나를 서비스로 즉시 건넨다. 팁으로 2000원만 얹어주면 된다.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주부 서모 씨(49)는 학원이 끝난 후 자녀를 데려올 때 콜뛰기를 이용한다. 시간과 장소를 말해주면 외제 승용차에 자녀를 태워 데려오니 마치 개인 운전사를 둔 느낌이다. 역삼동에 사는 또 다른 주부 김모 씨(37)는 “최신곡을 들으며 깔끔한 가죽시트에 앉아 비치된 생수를 마시며 길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사장님 사모님’이 부럽지 않다”며 콜뛰기 예찬론을 폈다.
콜뛰기 업체들.. 어떻게 영업하나?
“단속요? 맨날 하는 건데요, 뭐. 우리 없어지면 무전기 업체들은 다 문 닫아야 할걸요?”
지난 24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근처의 한 미용실 앞. ‘콜뛰기’ 운전기사 박모(27)씨의 무전기가 쉼 없이 울려댔다. 박씨가 모는 벤츠 E클래스 차량의 운전대 옆에는 무전기와 스마트폰 여러 대가 달려 있었다. 콜뛰기를 불러준 남성은 “단속이 심하지만 000의 소개라고 하면 바로 올 것”이라고 했다.
신논현동에서 강남역 근처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에도 박씨의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짐작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씨는 무전기를 들더니 어딘가에 “남는 차 있느냐”고 묻는다. 배차받은 차량 번호를 듣고 박씨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박씨는 무전기와 개인 휴대전화, 영업용 휴대전화를 쉴 새 없이 바꿔 가며 전화를 걸고 받았다. 역삼동과 선릉역, 강남역 일대의 유흥업소 위치를 줄줄 꿰고 있었다. 경찰이 되려고 했다는 박씨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고 심드렁하게 말한 뒤 위태롭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콜뛰기 차량의 불빛은 여전히 강남 유흥가를 중심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초저녁 논현동 원룸촌 일대의 미용실과 네일숍을 출발한 콜뛰기 차량은 밤새 룸살롱과 모텔 사이를 누비다 새벽이면 다시 논현동으로 돌아왔다. 일대 유흥업계 종사자들은 “밤 문화가 있는 한 ‘꽃배달’(유흥업소 여성을 실어 나른다는 뜻의 은어)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5~6 년 전부터 강남일대를 중심으로 등장한 콜때기 문화는 콜택시와 자가용의 중간쯤의 개념이다.
퇴근시간대와 새벽시간 논현동 세관사거리 일대와 역삼동 유흥가 일대에 가면 ‘콜때기’ 차량으로 의심되는 십수대의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차량 대부분은 랜터카를 표시하는 ‘허’ 번호판을 단 차량이었다.
차량들은 국산 대형승용차부터 벤츠나 BMW와 같은 수입 유명브랜드의 고가차량까지 다양하다.
차 내부에는 빗, 거울, 사탕, 담배, 생수 등과 같은 물품들이 구비돼 있다. 대부분 서비스차원에서 제공되는 것들이다. 이쯤되면 어지간한 리무진 부럽지 않은 시설이다.
주 고객은 유흥업소 여종업원들과 업소를 찾은 손님들이었으나 최근 들어 연예인도 신분노출을 막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내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선팅은 차량에 필수다.
콜때기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여성 종업원과 일대일 계약을 맺고 은밀하게 연락을 취했던 방식인 ‘나라시’에서 현재 10명에서 20여명 정도의 콜맨들이 모여 조직화된 ‘콜’로 진화했다.
이용 방식은 매니저가 업소와 직접 계약을 맺고 전체 콜을 받아 콜맨들에게 무전기나 휴대폰으로 배분한다. 단골손님일 경우 담당 콜맨에게 곧바로 연결하거나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콜맨에게 연결해준다.
또 이들은 유흥업소와 직접 계약을 맺고 술에 취한 손님들도 집까지 바래다 주기도 한다.
콜회사마다 10명에서 15명 정도가 팀을 이뤄 무전기를 통해 사무실에서 콜을 받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콜맨에게 이동명령을 내린다.
2년 전부터 A콜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모씨(35)는 “몇 년 전만해도 특정 시간대에만 영업을 해도 될 만큼 수입이 좋았지만 요즘은 강남권에만 100여개 업체 1500~2000여대의 차량이 영업 중”이라며 “서비스나 차량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가격은 강남권내 1만원에서 시작해 강남권 밖으로 벗어나면 동대문 2만원, 서울역 3만원, 분당 4~5만원, 일산 5~7만원 식이다.
박씨는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은 술집 여종업원들이 50%를 차지하고 다음으로는 연예인 30%와 일반인 20% 정도”라며 “보통 병원, 미용실, 의상 렌털숍, 출퇴근에 자주 이용한다. 연예인은 코엑스 영화관, 압구정동 등을 가는데 자주 찾는다”고 귀띔했다.
연예계에서 전방위로 활동 중인 탤런트 A씨와 개그맨 B씨, 방송인 C양 등도 콜뛰기를 자주 이용하는 VIP 고객들이다. 이들이 ‘콜뛰기’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강남 유흥가 출입 이후. 함께 자리한 여성들의 입소문을 타고 애용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의 즐겨찾기 이유는 업소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얼굴이 알려진 직업이기 때문에 일부 운전기사들과 안면을 트고 나면 입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나 장소에서 뒷소문에 휘말리지 않고 이동이 용이하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전하는 소문에 따르면 가수 D양의 경우는 늦은 밤 매니저 몰래 남자친구를 만나거나 밤 문화를 즐기기 위한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가하면, 가수 E씨는 소속사 차원에서 교통체증이나 스케줄에 차질이 생긴 경우에 지리에 밝고 발빠른 콜뛰기 운전기사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한다고. 이전에는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주로 이용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상대적으로 보안까지 잘 되는 콜뛰기를 애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노하우와 관련해 한 콜뛰기 운전사는 “일명 ‘오바’라고 불리는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길 공부하는데만 1~2개월이 걸린다”며 “상호만 대면 찾아갈 수 있게 업소들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지리를 익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오바’라고 불리는 운전자들은 일단 콜을 받았다하면 ‘시간내 도착’을 지상과제로 과속, 역주행 등과 같은 불법운전을 서슴지 않는다. 강남의 좁은 골목에서도 시속 80㎞가 넘는 속도로 내달려 종종 아찔한 순간을 연출한다.
이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변변한 피해보상조차 받기 힘들다.
1년째 콜때기를 하고 있다는 강모씨(32)는 “현재 콜은 대리운전 회사 운영 형태와 흡사하다”며 “예전보다 경쟁이 더 심해져 원하는 장소에 1초라도 더 빨리 도착해야 한다”고 위험천만한 속도전쟁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반인들도 이용하는 콜때기 차량
‘콜때기’가 처음 생겨났을 당시에는 비싼 이용료로 특정손님들을 위주로 한 단골영업만을 해왔다. 하지만 2006년을 기점으로 업체 수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반인 이용객들도 증가 추세다.
일반인들에게까지 대놓고 버젓이 영업 중이다. 심야시간대에 '콜때기' 차량들의 활동은 절정에 달한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특히 심야시간 택시이용을 꺼리는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거의 매일 콜때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유흥업소 여종업원 정모씨(25)는 “택시를 타러 큰길에 나가면 사람들 따가운 눈초리와 택시기사 눈치도 봐야 한다”며 “미용실 앞에서 업소까지 데려다 주는 콜을 이용하는 게 마음도 몸도 편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용자인 최모씨(26·여)는 “택시에서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콜맨들은 이미 얼굴도 익혔고 집부터 내 동선을 다 파악하고 있어 안심하고 출·퇴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택시 기사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분명 불법이지만 ‘전직’이 의심스러운 덩치 좋은 콜맨들의 기세에 밀려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하고 물러나기 일쑤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붐비는 강남 유흥가의 '물 좋은 곳'은 엄두도 못낸다고 택시기사들은 하소연했다.
12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박모씨(42)는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더러운 꼴 보기 싫어서 그냥 유흥가 안쪽으로는 안 들어가고 큰길에서 오는 손님들을 기다리는게 전부”라며 “정당하게 세금내고 영업하는 택시들이 불법 자가 영업 행위 하는 애들(콜맨) 무서워서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못 하는게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기사 김모(71)씨는 “단속 때문인지 전에 비해 30% 정도 줄어든 것 같지만 택시가 콜뛰기와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신호 무시는 물론이고 중앙선 침범과 역주행도 불사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엔 콜뛰기 업체와 대부 업체가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 다른 택시기사 이모(58)씨는 “대부 업체에서 유흥가 여성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줄 테니 우리가 소개하는 콜뛰기를 이용하라’고 권유한다더라”면서 “돈과 밤 문화가 있는 이상 콜뛰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현동 논현초등학교 근처 미용골목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최모씨(42)씨도 “고급 국산차나 외제차로 술집 여종업원들을 출·퇴큰 시켜주는 불법 자가 영업 택시 차량들이 넘쳐난다”며 관계당국의 대책마련을 부탁했다.
관련법은 허가를 받지 않은 택시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당연히 콜때기를 이용하다 사고가 나면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단속 권한이 있는 지자체와 경찰은 단속의 어려움만을 토로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단속과정에서 불법 영업차량인지 자가용인지도 분간하기 힘들다”며 “사촌 동생이라고 발뺌하거나 그러면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영업행위는 자가용 유상운송행위에 해당되는 처벌대상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다”면서도 “인지는 하고 있지만 상습적인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콜업체 사장 박모씨는 “지금까지 단속을 맡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가 지난 5월과 6월에 경찰서에서 처음으로 단속을 나와 몇몇 기사들이 조사를 받고 왔다”며 “‘무허가 운송’은 실질적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무섭도록 성장한 콜때기는 오늘도 강남의 밤거리를 활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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