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0월26일부터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탄핵’이었다. 2위부터 ‘박근혜 탄핵’, ‘하야’ 등이 줄을 이었다. 민심의 향방이 ‘탄핵’에 향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정치인들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 잠룡들도 ‘탄핵’과 ‘하야’ 등을 언급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탄핵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견이 40%를 넘겼다. 박근혜 정권은 임기를 1년 이상 남겨 놓고 ‘탄핵론’이라는 큰 장애물을 맞이했다. ‘박근혜 탄핵론’이 대두되는 상황을 3가지 이유를 통해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국민 10명 중 4명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또는 하야해야”
미르·K스포츠 재단 800억원 강제 모금…최순실 주머니로?
| ▲ 무소속 윤종오 의원과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346회 국회 10차 본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사진=김상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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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내막=임대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자”라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넘어 정치권까지 ‘탄핵론’이 번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중립내각 구성을 통해 통치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종오·김종훈 무소속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안은 명백히 탄핵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핵’에 대한 직접적인 강요를 피하면서도 “주위에서 탄핵에 대한 이야기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대변인 금태섭 의원의 경우는 ‘탄핵’에 앞서 박 대통령 스스로가 “석고대죄하고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외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야권은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를 낳았다. 이재명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헌정파괴 국정문란, 통치시스템 파괴, 국가위기 초래 책임지고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대통령 권한을 양도하고 하야할 것을 요구한다”고 연정에 가까운 제안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자는 의견에 동조했다. 문 전 대표는 긴급성명을 내어 “대통령 스스로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고, 이와 함께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제안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되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야당이 탄핵을 가결해서 역풍을 맞은 것을 잘 기억한다”면서 “우리 국민은 최소한 헌정중단은 바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말은 일리가 있지만, 맞지 않은 점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여론이 ‘탄핵’에 기울었다는 사실이다. 국민 10명 중 4명은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거나 탄핵을 소추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박 대통령의 책임 방식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야 또는 탄핵해야 한다’는 응답이 42.3%로 다른 방식보다 우세한 것으로 높게 나타났다.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전면적 인적쇄신’은 21.5%, ‘여당 탈당’은 17.8%, ‘대국민 사과’는 10.6%로 집계됐다.
| ▲ 국민 10명 중 4명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또는 하야해야”를 주장한다. <사진=리얼미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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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론’은 최순실씨를 중심으로한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이 주된 이유다. 탄핵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미르·K스포츠 재단 800억 모금’,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의혹’, ‘청와대 연설문 유출·수정’ 등이 있다.
1. 미르·K스포츠 800억 모금
최순실씨의 ‘비선실세’ 의혹을 본격화했던 기사는 <한겨레>의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해외순방 때 동행하는 미르와 K스포츠’ 단독보도다. 기사는 해당 재단이 박근혜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기업들을 통해 수백억 후원을 받고 있는 것을 의심했다. 이후 문제는 재단을 움직이는데 입김을 작용했다는 최순실씨에게 향했다.
이때까지 언론을 통해 밝혀진 내용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안종범 청와대정책기획수석에게 전화를 해서 돈이 모인 사실 등을 보고했고, 전경련은 대기업에게 8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걷어서 재단들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재단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진 후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비방’과 ‘유언비어 유포’라고 해명했다. 의혹을 전면부인한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해명할 가치도 없는 유언비어”라고 비하한 적 있다.
이에 대해 JTBC 시사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재단 전 이사진들의 약력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의혹의 정황을 지목한 바 있다. 유 전 장관은 “안종범 수석과 최순실씨 등 대통령과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개입해서 800억원 가까운 기금을 조성해 재단을 설립했다는 것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해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늦장수사’라는 오명을 받긴 했지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씨가 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 가까운 기금을 받아내는 데 개입했는지, 그중 일부를 누군가 사적으로 유용했는지 등 두 가지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재단 설립 과정과 대기업을 통한 800억원대 모금에 최순실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단서를 포착했다. 검찰은 최씨 모녀의 귀국을 압박하기 위해 최씨가 미르재단 자금을 해외로 은닉했거나, 일가 자산을 해외로 도피시킨 정황이 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씨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매입 자금을 마련해 독일로 송금했다면 탈세와 재산 도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해당 모금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모금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란 권력을 이용해 기업을 상대로 ‘갈취’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가 끝난 후 활동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를 준비했다는 지적이 있다. 한마디로 ‘한번 해 먹으려 했다’는 것이다.
2.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의혹
최순실 관련 의혹이 교육계로 퍼진 것은 그의 딸 정유라씨를 통해서다. 정씨는 승마선수인 동시에 이화여자대학교에 재학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가 특혜를 받았던 정확히 포착된 것이다.
정유라씨에 대한 이화여대의 특혜 의혹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결국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지난 10월19일 사퇴했지만, 이대 법인 이사회와 교육부가 본격 조사에 나서며 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의혹은 크게 입학과 출석·학점 취득 등 학사관리 두 측면이다. 정씨는 2015학년도 체육특기생으로 이대 체육과학부에 입학했다. 정씨의 대학 입학 시점에 맞춰 이대의 체육특기생 전형 대상 종목에 정씨의 경기종목인 승마가 포함된 것이 첫 특혜로 보인다.
지난 2014년 9월에 진행된 수시전형 자격 기준이 접수마감일 이전 최근 3년 이내 개인종목 3위 이내 입상자로 제한됐는데, 정씨는 접수 마감일 이후 수상한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메달을 제출했다. ‘입학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정유라씨는 학점취득 과정에서도 일반 학생과 차원이 다른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제대회 출전 학생이 증빙자료 제출 시 출석을 인정토록 학칙이 개정됐다.
| ▲ 서강대 학생들의 시국선언 <사진=EBS 뉴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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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생들은 지난 10월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유라 부정입학, 학사 특혜’를 규탄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학생들은 “이화여대 국정감사와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최경희 총장이 최순실씨의 딸에게 입학 특혜, 학사 특혜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총장과 학교는 이화인들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3. 청와대 연설문 유출·수정
‘박근혜 탄핵론’이 나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JTBC 뉴스룸>의 10월24일 보도였다. JTBC가 최씨 소유의 태블릿PC에 저장된 컴퓨터 파일 200여 개를 입수해 분석한 것을 밝힌 것이다. 이 결과 박 대통령의 연설문 또는 공식 발언 형태의 파일은 모두 44개였다고 한다.
특히 JTBC는 해당 문서 파일을 열어 본 시점이 “대통령이 실제 발언했던 것보다 길게는 사흘이나 앞섰다”며 “대통령 연설문이 사전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당 연설문이 청와대와 무관한 최씨에게 전달된 건 비선 실세 논란과 관련해 큰 파문을 낳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0월2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정상적인 사람이면 믿을 수 있겠나.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최씨의 연설문 개입에 대한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나 보도가 사실이라면, 청와대에서 ‘위증’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법조계에서는 문건 유출자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나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최순실씨가 청와대 인사가 아닌 ‘자연인’ 상태에서 문건을 받아보았기 때문이다.
최고 7년 형을 선고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적용하려면 우선 유출된 문건을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만약 이것이 인정된다면, 최씨뿐만 아니라 이를 유출시킨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다. ‘공무상비밀누설죄’ 적용이 된다면, 최고 2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10월25일 입장발표를 통해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최씨에게 연설문 수정을 맡기는 일을)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불분명한데, 대통령이 직접 연설문을 넘겼다면 결국 ‘국정농단’을 인정한 꼴이 된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직접 넘긴 것이 아니라 유출된 것이라면, 최씨와 관련자들만 ‘범죄자’가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공범’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공범’이라는 대등한 위치를 넘어서 최순실에 의해 움직인 ‘허수아비’로 대통령을 폄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내가 뽑은 대통령이 가짜였다”라는 허망함에 빠진 것이다.
‘탄핵론’은 이제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최순실 게이트’는 아직 의혹 속에 파묻혀있다. 사법당국은 독일에서 행방이 묘연해진 최씨를 소환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소환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그의 행적은 찾은 것은 언론이었다.
10월27일 <세계일보>는 최순실씨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취재진은 독일에서 최씨와 만났다고 알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늦장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은 감추기 힘들어졌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김종훈 무소속 의원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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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치권에선 ‘최순실 게이트’에 특검(특별검사제도)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탄핵’에 대한 논의는 여야 3당 모두 껄끄러운 문제다. 여당은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사안이고, 야당도 ‘역풍’에 대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역시 탄핵의 현실성에 대한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탄핵소추안 의결에 필요한 200석 확보가 중요한데, 새누리당이 129석을 갖고 있어 ‘29명의 항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까진 당내 비박계 의원들이 박 대통령에 대해 ‘탈당’을 주장하고 있지만, ‘탄핵’까지는 고려하지 않은 상황이다.